나이 듦의 심리학 - 비로소 알게 되는 인생의 기쁨
가야마 리카 지음, 조찬희 옮김 / 수카 / 2019년 6월
평점 :
절판



나​이가 들면서 문득 허무함을 느끼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사회에 발을 내디디면서 오랫동안 바쁘게 살아왔기에 이런 시간은 참 오랜만인데요.  문득 쉬어가는 요즘, 어쩌면 신께서 주신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도 생각해봅니다. 인생,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는 만큼, 그래서 더욱 반가웠던 책 <나이 듦의 심리학>입니다. 


​나이 들수록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제 기대에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남자의 정년보다는 여자의 정년과 나이 듦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입니다. 혹여 이 책의 작가 가야마 리카가 일본 작가이기 때문에 한국 여성과 일본 여성의 문화적 간격이 크지는 않을까, 공감되는 부분이 적지는 않을까 우려했지만, 우려는 우려였을 뿐이었습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리와 크게 다를 바 없는 여성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목차를 쭉 읽어보니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이 나이의 패션, 무엇을 입을 것인가', '핑크색 머플러를 사면 안 된다고?', '젊어 보이는 옷과 좋아하는 옷 사이에서', '캠핑카 한 대 분량의 물건으로만 생활하기', '몇 살이 되어도 끝나지 않는 자아 찾기', '엄마는 나를 정말 사랑했을까?'라는 부분들입니다. 그동안 어느 정도 생각을 해 보았던 부분들 이어서겠지요. 궁금한 부분을 먼저 읽을까도 싶었지만, 작가의 시작하는 글을 읽다 보니 글에 빠져서  처음부터 차례로 쭉 읽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여성의 정년, 패션, 성희롱, 부부생활, 독신생활, 이성 교제, 주거, 건강법 등 중년 이후 생활의 광범위한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 많이 반영되어 있겠지만, 많은 사람을 상담한 경험이 녹아있다 보니 일반적인 고민거리에서 좀 과한 듯한 고민거리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때문에 다들 같은 고민거리를 갖고 있구나 싶기도 했고, 심한 듯 보이는 사례를 만날 때는 이럴 수도 있구나 싶어 좀 더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당연히 상상했던 내 인생과 너무 달라서

가끔 이렇게 살아도 될까 싶은 생각이 들고

이렇게 50대가 되는 건가 싶어서 초조해졌다.

그런데 쉰 살이 된 순간,

앓던 이가 빠진 것처럼 마음이 가뿐해졌다.

지금의 이 상쾌한 느낌이 계속됐으면 좋겠다.


​그동안 은퇴 후의 삶이라는 주제의 책을 읽어보면 직장인의 정년 혹은 은퇴 이후의 삶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남성이 아닌, 여성의 중년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따라서 남성과 다른점, 여성만의 독특한 점에 대해 집중합니다. 그래서 정년이라는 말을 받아들이는 차이부터 보여주고 있는데요. 남성의 경우 정년이라는 말을 들으면 '직장에서의 정년'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반해, 여성의 경우는 정년의 의미를 다양하게 받아들인다고 해요. 예를 들어 일하는 여성의 경우에는 직장에서의 정년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도 있겠지만, 많은 여성들이 주부처럼 남편의 정년을 곧 자신의 정년으로 받아들인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남편의 정년 이후의 삶이 여성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남편의 정년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해요. 


아무리 가혹한 사건이 많았던 인생이라도

살아온 길이 전부 잘못됐다고

단언할 수 있는 인생은 없다.

인생은 물론 힘든 여정이지만,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하나하나 대처해가면서

때로는 웃고 때로는 한숨 돌리며

당신도 긴 걸음을 걸어왔을 것이다.


여성의 경우 패션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데요. 핑크색이 좋아 입고 싶지만 '어려 보이려 애쓰는 거 아니냐'는 핀잔을 듣는 것이 싫어 무채색만 찾게 되는 사례가 나와 너무 공감되기도 했고, 중년 혹은 노년 여성에게 가해지는 성희롱에 대한 사회의 편견을 이야기 하기도 합니다. 또한 중년 여성의 연애 감정을 한류에 빗대어 이야기해 줄 때는 쏙쏙 이해가 잘 되었는데요. 나이가 얼마든 사랑이라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어느 노래 가사처럼 '사랑이라는 감정이 신이 준 선물'이라면 얼마나 큰 기적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중년 이후의 삶에서 빠질 수 없는 이야기. 주거와 부모님의 병수발, 요양원 등에 대한 이야기도 현실적으로 생각해보고 있는데요. 저자가 독신 여성이라 독신 여성의 노년의 삶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가정을 이룬 여성이 노년에 맞이할 일들을 상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어요. 어느 쪽이든 각자의 어려움이 있으며, 이런 부분을 꼭 누군가에게 맡기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준비하는 것이 현명해 보였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정신과 의사다 보니 상담사례가 많이 나와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기도 해서 더욱 진솔해 보이기도 했는데요. 저자도 마흔이 될 무렵부터 늙는 것 때문에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했다며, 무엇보다 나이 듦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려면 여성 스스로 젊음과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마음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네요. 


​정답이 없는 개인의 삶. 각자의 상황에 맞는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질 수 있었는데요. 앞으로 다가올 중년과 노년의 삶을 마냥 두려워하지 않고 현실적인 면들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바꿔볼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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