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
하유지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3월

눈 깜짝할 사이 서른셋이라니. 마냥 어린 나이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리 많은 나이도 아닌, 참 애매한 나이인데요. 왜 작가는 하필 서른셋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걸까요.

​되돌아보면 제 나이 서른셋에도 참 세상 살아내느라 힘들었던 기억이 가득한데요. 저뿐 아니라 딱 30대란 나이는 어쩌면 너무 바빠서 모두에게 힘든 나이일지도 모르겠어요.

​이 책의 주인공 오영오도 참 힘든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폐암에 걸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아버지의 탓이라 여기며, 가족의 연을 거의 끊다시피 하며 살아갑니다. 때문에 외로이 혼자 야근이 일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런 영오가 서른셋이 되고, 아버지의 부고가 날아듭니다. 남겨진 유품은 집을 정리한 천만 원과 밥통, 그리고 이름 셋이 적힌 수첩 하나가 전부이지요. 이제 영오가 그 이름의 주인공들을 하나 둘 만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사실 이 소설에는 두 명의 이야기가 번갈아 펼쳐집니다. 서른셋 영오와 고등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자칭 심부름센터를 운영하는 미지. 이 둘은 서로 전화만 하는 사이인데요. 영오의 피곤한 일상과 대조되면서 상큼 발랄한 미지의 생각과 행동이 펼쳐져 더욱 흥미를 유발합니다.

​책의 초반을 지나면서 이 소설은 제목으로 인해 오해한 '회상'보다는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하나씩 상처를 가지고 있었는데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상처가 가장 크다고 느끼기에, 그런 상황에서는 타인을 이해하기도 자신이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힘들지 않을까요. 또한 그로 인해 결국은 타인에게 벽을 세우고 상처 주기 쉬운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옥봉 할머니의 "상처 없는 사람 없어. 여기 다치고, 저기 파이고, 죽을 때까지 죄다 흉터야. 같은 데 다쳤다고 한 곡절에 한마음이냐, 그건 또 아닌지만서도 같은 자리 아파본 사람끼리는 아 하면 아 하지 어 하진 않아."라는 말로 우리에게 희망을 줍니다. 

​그리고 미지가 외로운 영오에게 전화를 걸거나 노숙자에게 개떡과 바나나 우유를 건네는 등의 모습을 보여주며, 그것을 실천하는 데는 사소한 용기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것도 알려줘요.

​또한 영오가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쩜오에서 하나가 되는 것처럼, 우리들 서로가 서로에게 외로움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존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는 게 바빠 서로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결국 영오 아버지의 타인에 대한 작은 관심이, 눈길이, 말이 모두를 외로움의 바다에서 건져낸 것처럼 말이지요.

​인생에는 답이 없다. 그 대신 사람들이 있다. 나의 0.5, 내 절반의 사람들이. -2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