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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평점 :

'더 이상 다치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이 나를 확 끌어당긴 책 <이제 너는 노땡큐>.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참~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많다. 일을 안 하고 집에만 박혀있을 때는 그나마 마음 상할 일이 적어서 괜찮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하다못해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그 짧은 한마디에 마음 상할 때가 있으니. 이럴 땐 내 마음이 제때 성장하지 못한 미성숙한 어린아이여서일까 싶은 때도 있다. 그런데 이런 내 맘을 다 안다는 듯, 우리 함께 무례한 사람들을 정중히 마음속에서 '삭제합시다'라고 말하는 책이 바로 <이제 너는 노땡큐>이다.
반갑다 너~!
오후 수업을 향하며, 10분 남짓 보도블록을 걸으며 읽었다. 그리고 나보다 평균 30살은 많은 사람들에게 강의하면서 오늘도 마음 상하고야 말았다. 이럴 때는 20여 년의 경력이 무슨 소용인가 싶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2~3분의 거리를 남겨두고 벤치에서 다 읽어버렸다. 오늘의 상한 마음을 모두 날려버리려는 듯. 그리고 토닥토닥 다독여진, 조금은 더 단단해진 마음 부여잡고 집으로 돌아왔다. 또다시 물러질 마음이라도.
이 책의 작가는 이윤용 씨다. <심심타파>, <별이 빛나는 밤에>, <싱글벙글쇼>, <2시의 데이트>, <오후의 발견> 등을 거쳐 현재 <박준형, 정경미의 2시 만세>를 집필 중이라고 하는데, 나이를 먹어가며 내가 즐겨들었던 라디오 방송들이라 목록을 훑어보며 반가웠다. 현재는 시간이 허락되면 <박준형, 정경미의 2시 만세>를 즐겨듣고 있는데, 어쩌면 이 작가 나와 코드가 맞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치아가 부러졌다. 부러진 치아를 발견하고 치과에 들러 치료를 받으며 속상했다. 내 일부가 떨어져 나가 사라지는 상실감. 저자의 아버지가 잘 하신다는 말씀 '하는 수 없지, 뭘 어떡해.'가 필요하다. 본인의 힘든 고막 재건 수술에도, 사기를 당했을 때도, 부인이 식도암에 걸렸다고 했을 때도 현실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한 발자국 나아가기 위한' 그 한마디. "하는 수 없지, 뭘 어떡해"
언젠가 어깨가 뭉쳐 물리치료를 받을 때,
제가 물었죠.
"제가 뭘 잘못했길래 이렇게 근육이 놀랐을까요?"
그때 물리치료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열심히 사느라 그랬겠죠. 잘못은요, 뭘."
저자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신 물리치료사님. 인생 내공이 상당하시다. 부러진 이 때문에 방문한 치과에서 나는 "본인 잘못"이라는 말을 들어 하루가 우울했다. 어쩌면 당시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이 이런 게 아니었을까. 우리 모두 열심히 산 잘못밖에 없다고.
나의 30대는 매해 아는 사람들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었다.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정말 줄줄이 나이를 상관 않고 떠나는 사람들은 나에게 인생 허무를 가르쳤다. 그런데 저자가 겪었다는 '선배 번호로 온 선배의 부고 문자인 본인상'은 그래도 겪어보지 않았다. 장난 문자라 생각할 만하다. '우리에겐 남은 시간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저자의 말이 새삼스레 마음에 들어온다.
올겨울 저녁 간식으로 먹을 때도 아무 생각 없이 꼬리부터 먹었던 붕어빵. 우습지만 우리는 간혹 이걸로 심리 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부터 먹어도 먹는 팥의 총량은 같다며 우리 인생의 행복의 총량이 그러할 것이라 믿는다는 저자의 말이 귀엽다. 인생의 행복의 총량이 같아서 어디부터 겪어도 항상 같은 행복을 결국엔 누릴 수 있다는 말, 상상만으로도 갑자기 인생이 희망차 보인다. 은근 힘을 내게 만드는 저자의 '붕어빵 팥 정량의 법칙'~!
이렇게 이야기 하나하나 주옥같았지만, 가족들이 다 같이 공부하는 저녁 나를 '빵~!' 터지게 만든 시를 만났으니, '미역 예찬'이다. '미역'이란 단어를 빼고 가족들 앞에서 낭독하며 퀴즈를 내기도 했다. '50g이 20인분' 되는 미역은 절대로 우습게 볼 수 없듯이, 우리 인생도 무엇보다 크게 펴져 아름다워지기를 꿈꿔본다.
더 이상 마음 다치고 싶지 않은 당신, 어쩌면 당신에게 고작 '일회용 밴드' 정도일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마음에 새살 돋게 만드는 마법의 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