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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평점 :
영화 그래비티가 생각나는 책 중력을 읽어 보았습니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은 언제나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가 봅니다. 저 또한 그 호기심을 이겨 내지 못하고 이 책을 펴들었는데요.
영화 그래비티처럼 무거운 적막감과 함께 끝없는 막막함을 느끼게 될까요. 아니면 사건들이 흥미롭게 흘러가서 정신없는 시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될까요.
그래, 너는 겨우 털 한 줌이 덮여 있을 뿐이구나. 아무 쥔 것도, 탈것도 없이 혼자서 천리만리를 날아가는구나.
연구소에서 일을 하는 주인공 이진우는 밤하늘을 좋아합니다. 날이 어두워져 빛이 사라지면 어둠 속에서 우주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이유 말고도 또 한가지 이유. 어린 시절 일찍이 떠난 여동생을 위해, 자신을 위해 꿈을 꿉니다.
새는 고개를 길게 빼고 보다 높은 성공을 올려다보면서 점이 되도록 솟구쳤다 그리고 가뭇없이 날아간다. 가려무나, 힘차게…… 너 날고 싶은 데로. 저 산 너머, 하늘 저편으로.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가 부럽습니다. 꿈을 향해 훨훨 날아갈 수 있기 때문일까요? 물론 이진우도 인생이 꿈만 꾸며 살기에는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과 함께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평범하게 살고자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가슴속에 열정이 숨어 있기에 늘 그렇게 살 수만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이없어 보이고 허무맹랑해 보이더라도 그는 꿈을 향해 가끔은 움직여야 했고, 지금이 그때라고 합니다.
하지만 우주인 선발 시험을 치르게 되면 한국인 합격자는 단 1명. 그 희박한 가능성에 도전하느라 가뜩이나 직장에서의 위태한 입지가 더욱 흔들립니다.
중력을 25초 정지시키듯이 불행을 25초 멈출 수만 있다면 …… 차가운 비바람과 사나운 파도에 지진이나 해일도 25초 멈춰 수만 있다면 ……시기와 질투, 탐욕과 의심, 증오와 공포의 시간도 그렇게 멈추고 진정시킬 수만 있다면 ……그래서 연민과 믿음을 지닐 수 있다면 …… 용기를 가지고 가녀린 것들을 붙잡고 암울한 것들에 맞설 수 있다면……
이제 35세가 된 이진우는 끈질긴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하고자 하는 일에 집념이 강하다고 할까요. 직장에서의 불리한 상황에도, 우주인 선발 테스트에서의 안타까운 결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는 끝까지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냅니다.
나는 중력을 탓하며 쓰러지지만 중력은 나에게 관심조차 없으리라. 하지만 지금 중력은 누구에게나 힘을 미친다. 누구나 똑같이 바닥에 닿게 하고 서든 눕든 제 무게를 되살려 준다.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고, 태양도 지녔지만 티끌도 가졌다. 그래서 중력은 모든 것이 제가끔 움직이고 저마다 살아가게 하는 힘이고 조건이고 운명이다.
그래서 그에게 가하는 힘은 오히려 그를 강하게 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체념하고 받아들일 결과에 그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합니다. 게다가 항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부끄럽지 않을 행동을 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나도 말이야……. 젊을 때는 미국이나 영국에 한 번 가 보고 싶었어." 아버지는 달걀이 든 입을 우물거린다. 반점들이 보인다는 눈으로 가보지 못한 먼 풍경을 바라보는 것 같다. "꿈같은 일이었지……." 아버지는 말이 없다. "몸이 좀 좋아지면 모스크바로 구경 가보고 싶다. 네가 무슨 훈련을 받는지…… 꼭 보고 싶어."
만약 아버지가 젊은 날 자신의 꿈을 위해 나아갔다면, 적어도 이런 후회는 없었겠지요. 해 보지 못한 일은 미련을 남깁니다. 그렇게 나이가 들고 더 이상 꿈을 좇을 수 없게 돼버리는데요. 꿈을 좇아 본 사람만이 자신의 최대 능력을 발휘해 볼 수 있게 되고, 결국은 변화를 일으키게 됩니다.
이 한가하고 평화로운 풍경에 껍질 한 귀퉁이 속에서 살고 죽는 싸움이 이렇게 사납게 벌어지고 있다니. 공기에는 볕이 이렇게 풍부하고 고요한데도 끔찍한 살육이 꼬리를 물다니. 몸부림과 발버둥이 저리 처절하다니.
그 과정이 쉬울리는 없습니다. 더구나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는 일이니까요. 일상에서의 경쟁도 사나운데,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라는 자리를 꿈꾸는 자들은 그만큼 오랜 기간 준비를 해왔고, 능력도 갖추었을 테니까요.
우리는 무중력에서 오래 살 수가 없어요. 지상으로 돌아와야 해요. 우리는 잠시 비범한 듯이 주목받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때가 되면 평범함으로 돌아와야 해요.
하지만 그렇게 꿈을 향해 나아가느라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 무중력으로 나아가지만, 그곳에서 영영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결국엔 돌아오게 마련인데요. 하지만 꿈을 향해 중력을 거슬러 도전한 이들은 결국 그들의 열정으로 현실마저 바꾸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중력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지구의 중력과 그것을 벗어난 무중력의 우주, 일상의 중력과 꿈의 무중력, 사람과 사람 간의 중력 등 많은 것들이 중력과 무중력으로 그 의미가 색다르게 다가왔는데요.
책을 읽는 잠시나마 꿈이라는 단어를 내내 떠올릴 수 있었고, 이루지 못할 꿈이라도 열정을 품고 한 번쯤 일상을 벗어나 도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주인공 이진우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동료이자 경쟁자들을 통해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나는 온갖 곤란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