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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정다이 지음 / 경향BP / 2018년 12월
평점 :

달과 같은 사람이 필요했다.
해도 해도 너무할 때 창문을 열 수 있는 사람.
창문을 열면 언제나 거기 있을 거란 믿음을 주는 사람.
창문을 열었을 뿐인데 '얘한테 유난스러운 일이 있나 보구나.' 알아주는 사람.
'인생은 사랑이 다야'라고 말하는 정다이 씨의 <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그래서 사랑을 찾고, 이별을 하고, 그리워하는 감성이 아름다운 글로 녹아있습니다. 열두 시에 라면을 끓인다는 건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외로움이 쌓여 마음의 허기를 채우기 위해서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서라고 하는데요.
그래서 우리 모두는 달과 같은 사람이 필요한가 봅니다. 그래서 또한 달과 같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이런 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하니 스스로 대견해집니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그런 사람인가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림자가 좋아진 이후, 사람을 만날 때도 그 사람의 그림자를 보게 되었다.
아침햇살이 드리워질 때보다 해질녘의 길어진
검은 모양이 더 어여쁜 사람,
앞모습보다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사람.
그림자가 아름다운 사람이 좋다.
가끔 사람을 만나다 보면, 이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예쁜 모습을 보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겉으론 당장 보이지 않는 숨어있는 참 모습이라고 느껴질 때 유독 그 사람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나의 그림자는 어떤 모습일까요.
사람이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저 이해하고 싶을 뿐이다. 사랑하니까.
우리는 이해의 불완전함을 인정해야 한다.
온전히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가면서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조차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냥 사랑하니까, 온전히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이해받고 싶은 것뿐이었습니다.

열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는 중 창밖을 보는데
인생이 여행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내 옆자리에 앉을지 모르는 게 자연스럽고
수많은 사람들이 옆자리에 앉았다가 내리고
다시 또 누군가가 앉는 것처럼.
그들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때로는 사랑하는 이와 함께 앉아
사랑으로 향하는 열차를 타고 떠난다.
잠시일지 아주일지 모르는 정차를 위해
열차는 이별역으로 향한다.
여행에서 낯선 사람과 함께 하기도 하고, 혼자이기도 하듯, 인생에서도 사랑과 인연이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면 덜 아플까요.

한 번 참으면 계속 참아야 한다.
내가 참으면 나는 참는 사람이 될 뿐이다.
인생은 버티는 것이 아니다.
인생은 사는 것이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에세이이지만, 인생에 대한 에세이이기도 합니다. 그동안 참 잘 버텨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잘 살고 싶습니다. 예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 열두 시에 라면을 끓이는 일이 드물도록.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