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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개정판
박경화 지음 / 북센스 / 2011년 7월
평점 :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따르고 봤던 저라서, 일회용품 보기를 돌(?)같이 하는 삶을 살았어요. 물론 유별나다는 소리 듣기 싫어 되도록 은밀하게. 천 기저귀를 사용하고,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고, 가습기 유행할 때도 어항을 활용하고, 얼마 전까지도 걸레·행주를 사용해 왔는데요. 사실 이거 직장맘에게 쉽지 않아요. 그래서 친한 친구에게도 권하지 못했다지요. 그러다 큰맘 먹고 물티슈를 사용하기 시작한 지 두해가 아직 안 됐어요. 심지어 한 달 전에는 일회용 종이컵을 구입했다지요. 그런데 하필이면 이 시점에 딱 눈에 띈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라니.
<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의 저자 박경화 씨는 지구 생태계에 그런 짐을 지우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불편한 삶을 택했다. 세탁기 없이 맨손으로 빨래를 하고, 휴지보다 손수건과 걸레를 자주 쓰고, 일회용 나무젓가락과 비닐봉지를 사용하지 않는 불편함을 즐겁게 감수하면서 살고 있다. -4쪽
머리를 한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제 주변에 어느 누구도 지구환경 따위는 자신의 삶과는 상관없다는 듯 살고 있어요. 오히려 앞다투어 신제품을 사용하며, 편하게 사는 것이 자신의 우월한 능력인 듯 행동해요. 네가 그렇게 사는 것은 네가 능력이 없기 때문이야 그걸 멋진 구호로 포장하지 말라는 듯. 그렇게 살다가 몸 망치고 나서 후회할 거야라고 해요. 그래서 결국 바꿨던 행동들이 책을 보며 갑자기 부끄러워졌어요. 그래서 슬그머니 행주도 걸레도 창고에서 꺼내 놓았어요. 그런데 정말 박경화 씨는 아직도 세탁기가 없나요? 궁금하네요. 그거 정말 상상보다 불편하거든요.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새로운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어요. 다른 가전에 비해 유독 짧은 핸드폰의 교체 주기가 어떻게 고릴라의 멸종을 초래했는지, 산에서 무심코 외친 야호 한마디에 산새들이 어떻게 됐는지, 한국 표범의 멸종 과정, 티셔츠에 담긴 눈물, 황사와 일회용품의 상관관계 등. 그래서 환경과는 별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의외로 환경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게 되어 놀라울 때가 많았어요.
일회용품을 모아서 종이상자에 담아 가까운 떡볶이 가게로 갔다. 고추장을 비비던 주인 할머니는 주걱을 내던지고 두 팔을 벌리며 뛰어나오셨다. 그래, 이왕 이 세상에 태어난 몸이니 쓸모 있는 곳에서 제구실을 한 뒤에 장렬히 사라지거라. 나무젓가락 하나 없애는 것도 이렇게 힘든 일일 줄이야! -134쪽
박경화 씨는 책에 지구환경을 정보와 구호뿐만 아니라 자신이 실제로 실천하면서 겪었던 일을 많이 이야기해요. 환경운동가들도 실천하기 힘들지만, 다만 노력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그래서 안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시도를 해 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중국집 젓가락 이야기에서는 '나도 그랬어!'라는 생각도 했는데요. 그걸 필요한 분에게 드릴 생각은 못 했네요. 생색낸다고 생각하거나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오해할까 봐 선뜻 실천해 보지 못한 방법에 감탄했어요.
지구를 생각하는 환경실천법은 의무감만으로는 오래가지 못한다. 새해에 시작하는 금연이나 다이어트처럼 작심삼일이 되고 만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불편함을 감수하는 의무감이 아니라, 한눈에 반할 정도로 예쁘고 좋아서 마음이 저절로 움직여야 한다. 간편하고 홀가분해서 특별히 의식하지 않고도 실천할 수 있다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213쪽
또한 환경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다 보면 주변에서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해?'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머리 염색도 잘 안 하고, 손수건을 들고 다니고,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무난한 옷을 몇 해씩 입어요. 그럴 때마다 드는 생각은 나도 예쁘고 센스 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거예요. 혹은 이쁜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부러울 때가 있어요. 그런데 이런 점들에 대해 그들도 똑같이 고민한다는 것을 알고 기뻤어요.
책을 보며, 그동안의 제 생활을 되돌아보고, 바뀌고 있던 제 행동에 제동을 거는 좋은 기회가 되었는데요. 지구를 위해 함께 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좋았고, 추천할 만한 좋은 책 한 권 생겨 기뻤어요.
물론 책 한 권에 모든 생활을 바꾸진 못할 거예요. 하지만 할 수 있는 부분, 부끄럽지 않고 싶은 부분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해 보려는 의지를 키우는 것만으로도 지구는 고마워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