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탈한 오늘
문지안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월
평점 :
품절



아무렇지 않은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압니다. 그래서 방 안에서 하루 종일 보내는 날 만큼 다행이다 싶은 날도 없습니다.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것은 원래의 성향도 있겠지만, 아프고 나서 더욱 그리 변하게 되었는데요.


무던한 제목의 <무탈한 오늘>이라는 책을 만나고선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작가의 과거를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자를 이해하면서 또한 저도 새삼 이해되었어요. 스물두 살에 퇴학당하고, 스물네 살에 서울대에 입학하여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려는 순간 찾아온 암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마음이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손에서 책을 놓을 수는 없더군요.


그래도 그대로 끝나지 않았으니 그게 어디냐고, 이렇게 아직 살아갈 날이 주어졌으니 참 다행이다 싶었어요.



이렇게 예상치 못한 저자 소개와 프롤로그로 시작된 책이었지만, 애프터문 군단의 가계도를 보는 순간 훗하고 미소 지어졌는데요. 가구를 만드는 남편, 많은 개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평화롭고도 즐거운 일상이 눈에 그려졌거든요. 


이 책에는 총 3개의 파트로 나누어져 보통의 개와 고양이가 함께하는 웃기고 즐거운 일상보다는 그들과 함께 하는 하루하루의 소중함, 남편과 함께한 추억, 가구와 함께한 기억들로 차례차례 페이지를 채우고 있어요.





또한 책에 수록된 모든 사진과 글이 저자 문지안 씨의 작품이라 그녀만의 감성이 잘 묻어나 있는데요. 그 속에 등장하는 상근이, 관우, 뭉, 나루, 호두, 연이 등 예사롭지 않은 이름들이 오히려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리고 이렇게 많은 아이들과 함께 지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또한 그런 생활을 선택한 용기만으로도 부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하지만 책 속의 글처럼 삶의 시간이 다른 그들과 우리이기에 함께 하다 보면 많은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데요. 이런 과정을 겪어내면서도 또다시 새 식구를 받아들이는 모습에는 왠지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렇게 멍이와 냥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의 소중함을 이야기하는 글들도 인상 깊었지만, 이어서 신혼시절과 남편, 부모님, 육아를 하는 친구를 만난 이야기, 실험동물들, 길에서 본 아이와 엄마, 나무에 담긴 이야기 등을 풀어낼 때에는 당연하지만 그 당연하지 않음을 찾아내는 시선이,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글이 예뻤고, 또한 잔잔하게 마음을 울리더군요.


그래서 마냥 즐겁게 보는 책이 아닌 오늘의 소중함, 지금의 귀중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는데요. 책을 보는 내내 지난 날 함께 했던 반려견들이 떠올라 더욱 좋았습니다. 개와 고양이와 함께 하는 일상을 보내고 계신분들이라면, 혹은 인생의 큰 사건으로 일상이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님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라면 눈시울 붉히며 읽게 될 책이 아닌가 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