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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왜뭐 - 모든 몸을 위한 존중
경진주 외 지음, 여성환경연대 기획 / 북센스 / 2018년 12월
평점 :

근래 받아 본 책 중에서는 상당히 아담한 사이즈의 <외모왜뭐>라는 책은 꼭 사자성어처럼 제목마저 짧고 강렬합니다. 여성환경연대에서는 2016년부터 '외모? 왜뭐!'라는 캠페인을 통해 몸 다양성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고 하는데요. 그 이름을 따온 이 책은 "모든 몸을 위한 존중"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페미니즘, 탈코르셋이라는 용어와 함께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반면 남성들의 거센 반발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매스컴이든 온라인이든 페미니즘을 이용하거나 페미니즘과 탈코르셋이라는 말만 해도 온갖 욕설과 비방에 시달려야 하는 게 오늘날 한국의 현실인데요. 이런 현상을 보고 있으면 본질에 귀 기울이지 않고 엉뚱한 곳으로 배가 흘러가는 듯한 양상도 보여 가끔 안타까울 때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계급사회에서 당연한 듯 지배를 받아오던 피지배계급이 각성을 하고 그들의 자유를 주장했듯, 현재의 페미니즘 운동도 언젠가 한 번은 거쳐가야 할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지구촌에서, 여성에 대한 지배의식은 당연시되고 있는 부분이 많았던 것은 사실이라 생각합니다.

그중에서도 이 책 <외모왜뭐>는 10대, 20대 여성의 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일생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가장 남성 중심적 사회의 편견에 무방비한 시기가 이때가 아닌가 싶은데요. 그런 의미에서 책은 작지만 이 속에 담긴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책에는 여성의 몸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여덟 명의 저자가 각각의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다양한 부분에 대해 들어보고 생각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착용하는 브래지어, 화장을 통한 외모 가꾸기, 다이어트, 월경, 일터에서의 꾸밈 노동, 여성 기성복의 사이즈 등이 그 내용인데요.
그 중에서도 가슴 처짐을 더욱 유발하는 브래지어, 월경을 월경이라 부르지 못하고 생리라 부르며 붉은 피조차 더럽게 여겨 파랗게 표현하는 일들, 한국 여성의 평균 몸매와는 전혀 다른 마네킹에 대한 글들을 재미있고 관심 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그것은 틀림없이 부럽고도 자랑할 만한, 남성적인 일이 될 것입니다.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많이 월경하는지 자랑삼아 떠들어댈 것이다. 의회는 국립월경불순연구기금을 조성하고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다 생리통을 더 많이 연구할 것이며, 생리대는 연방정부가 무료로 나눠줄 것이다."

특히 마무리 글인 '예쁘면 안 되나요?'는 가장 인상 깊고 충격적이면서도 나이 많은 언니가 소녀들에게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지 정리가 되는 글이었는데요.
"인류의 역사에서 외모 규범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신분제 사회에서 하층 계급은 절대로 상층 계급의 외모를 흉내 내서는 안 되었죠.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는 것이 그 목표였어요."
외모 규범의 역사적 의미와 사회적 의미에 대해 언급하며 시작하는 이 글 '예쁘면 안 되나요?'에서는 발튀스의 <소녀와 고양이>와 수잔 발라동의 <버려진 인형>을 통해 소녀를 보는 언니와 오빠의 시선이 얼마나 다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미 불혹은 넘기며 그러한 사회적 시선을 직접 겪으며 살아온 여성인 저에게도 글로 직접 목격하는 것은 충격적이었어요.
"순진한 소녀가 흠결 없이 자라 나중에 행복해지라고 축원하지 마세요. 순진한 소녀로 살다간 속수무책 당할 뿐입니다. 순진하기는커녕 영리해지도록 도와주세요. 당당히 맞서 즐길 수 있게 쌓아둔 전략을 전수해주세요. 언니의 걱정은 소녀의 희망과 연대해야 합니다."

예전과 달리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이미 사회활동을 해 본 여성들은 지금의 소녀들이 걱정됩니다. 그만큼 지금까지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편견을 극복하며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엄마가, 언니가 소녀들에게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지만, 유심히 듣는 소녀가 있는 반면, 그런 충고 따위는 개인주의와 자유주의를 부르짖으며 무시하는 소녀들도 많은데요.
이 책은 이런 모든 소녀들에게 사회에 나가기 전 읽으면 많은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언니의 입장에서 소녀들에게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지 알 수 있었고, 또한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의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서도 좀 더 쉽고 친숙하고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습니다.
더불어 그런 소녀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소년에게도 사회를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듯하네요.
앞으로는 페미니즘운동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화합으로 평화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