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의 신
아가와 다이주 지음, 이영미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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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던 무렵 도시의 경계선 넘나들며 수시로 막차를 타곤 했는데요. 그럴 때마다 막차에 탄 사람들을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일을 마치고 직장에서 늦게 귀가하는 듯한 불혹을 훌쩍 넘은 사람들은 물론, 학교 수업을 마치고 시내에서 신나게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 학원을 마치고 무거운 어깨로 귀가하는 고등학생들, 회식을 마치고 술 냄새를 풀풀 풍기며 집으로 돌아가는 막차 안에서 꾸벅꾸벅 조는 직장인들까지.


휴대전화가 나오기 전, 버스의 라디오 음악에 맞춰 그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어떤 사람일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하곤 했는데요. 휴대전화가 나오고 난 뒤에는 가끔 들려오는 통화 소리로 다들 사는 모습이 비슷하구나를 느끼며 더 위안을 받았던 것 같아요.


어떤가요? 다들 이런 경험 한 번쯤 갖고 계실 것 같은데요. 우리의 이런 상상을 눈앞에 펼쳐주는 소설이 나왔습니다.



<막차의 신>은 1954년생 일본 작가 '아가와 다이주'가 쓴 소설이에요.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대학을 다니며 극단을 설립하기도 하고, 전기업체와 반도체 기술자로 일하기도 하고, 실리콘밸리의 벤처 설립에도 참여한 이력이 있는 작가인데요. 이 정도의 이력이면 줄곧 막차를 타고 다녔을 것 같기도 하네요. ^^


처음에는 한편의 소설인 줄 알았던 일본소설 <막차의 신>에는 총 7가지 이야기가 실려있어요. 


제1화 <파우치>을 읽고 제2화 <브레이크 포인트>를 읽을 무렵에는 그냥 K역에서 인사사고가 나서 멈춘 열차에 타고 있던 관련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형식으로 묶은 건가 보다라고 생각했었지요. 


하지만 제 5화 <고가 밑의 다쓰코>를 읽으면서 어쩌면 이 이야기들은 모두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고, 제6화 <빨간 물감>에서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지막 제7화 <스크린 도어>에 이르면 그 인사사고의 전말이 드러납니다. 



<막차의 신>을 읽으며 참 일본스럽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코스튬 문화가 발달한 만큼 여장남자의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파우치>를 통해 어떤 식으로 그런 취미생활을 즐기는지를 볼 수 있었고, <고가 밑의 다쓰코>에서도 불운한 가정사를 겪은 여장남자 콩트 작가가 나오기도 해요. 


나오는 직업군도 다양해서 <브레이크 포인트>를 통해서는 한 개발업체 직원이 브레이크 포인트를 끝내고 달콤한 하루의 휴식을 갖는 모습이 나오고, <스크린 도어>에서는 열차에 스크린 도어를 설치하게 되면서 협소한 장소로 인해 폐점하게 되는 열차 역 편의점이 나오기도 해요.


<운동 바보>에는 경륜 선수의 연애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항상 체력관리를 해야 하는 운동선수라 장기간 여행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매스컴에 나오는 유명 선수들도 그렇게 힘들게 연애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여장남자 외에도 일본스럽다고 여겼던 부분이 <오므려지지 않는 가위>라는 작품이었는데요. 이 작품에서는 이발사를 아버지로 둔 직장인이 나와요. 우연히 선술집을 들렀다가 문구점을 이어받아 운영하는 다카하시 씨와 만나게 되고 결국 가업을 잇기로 결심하게 되죠.


이런 어른들의 이야기 말고도 청소년도 한 명 등장하는데, <빨간 물감>에서는 빨간색 물감이 필요해 손목을 그었다가 자살 소동으로 오해받는 소녀가 나오더라고요.



열차가 갑자기 멈춰 서는 일을 소재로 하여,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독성 있게 그려낸 소설 <막차의 신>.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혀 낯설지 않게 다가오는 경험을 할 수 있는데요. 이런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가치관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설이었어요. 게다가 각각의 이야기 속에서 서로 연결점을 찾아내며 읽는 재미까지 있답니다.


장르가 미스터리라 하였지만, 막상 읽어보니 미스터리 느낌이 살짝 가미된 조용한 소설이 아닌가 하는데요. 굉장한 미스터리를 기대하신다면 조금은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처럼 이야기가 궁금해서 장르 불문 읽기 시작한 분들이라면 아무렇지 않을 거예요. 그냥 이렇게 잔잔한 미스터리도 있을 수 있구나 정도의 느낌이 들 거예요.


서점 직원들이 읽고 추천한 책, 입소문만으로 40만 부 이상 판매된 책이라 하여 관심을 갖고 보게 된 책인데요. 한 번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같은 공간의 사람들에 대해 상상해 본 분들이라면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일본소설 <막차의 신>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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