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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 - 일본 최고의 정신과 의사가 알려주는 우울과 기분장애에 대한 모든 것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현정 옮김, 김병수 감수 / 북라이프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가벼운 디자인, 산뜻한 디자인의 표지와 달리 일반인이 보기에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의 책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에요.
40대 중반을 향하며 예전과 다른 감정을 겪고 있는 참에 혹시나 도움이 될까 하여 읽어본 책인데요. 완전히 전공서적도 아니면서 일반인이 읽기에는 또한 내용에 깊이가 있어서 읽기가 그리 쉽지는 않았습니다. 음... 한마디로 누워서 가볍게 읽는 책이 아니라, 책상에 앉아 메모하며 읽은 책 되겠어요^^
우리는 흔히 집안에 암 환자가 생기면 각종 관련 서적을 찾아보지요. 그런 책들을 읽다 보면 해당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내용 중 결코 빠질 수 없는 내용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들이 책을 어렵게 느끼게도 하지만 제대로 이해하게 하기도 하잖아요. 이 책이 딱 우울증에 대한 그런 책이에요.
그래서 이 책을 정독하고 나니 우울증이라는 광범위한 용어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그 증상과 치료법에 대해 전반적으로 제대로 알게 된 느낌입니다. 덕분에 아직 우울증은 아니구나라는 안도를 하게 되었지만 그래도 생활습관을 바르게 해야겠구나를 느끼게 해 준 책이에요.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는 일본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법학박사 오카다 다카시가 쓴 책이에요. 오카다 다카시의 이력을 보고 특이하다고 느꼈는데요. 도쿄대학교 철학과를 중퇴하고 교토대학교 의학부에 입학하여 정신의학을 공부했더라고요.
2013년 오카다 클리닉을 개원하고, 인격장애, 발달장애 등 현대인이 겪는 마음의 병을 치료하고 있는데요. <예민함 내려놓기>,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 등 다수의 책을 내셨어요.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은 중간중간 한국에 맞게 일부 수정되어 있는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김병수 의학박사가 감수를 하셨어요.
김병수 박사님은 책의 말미에 우울증에 대해 일반인들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하는 책이 시중에 없는 것 같아서 초고까지 쓰셨다는데, 그 책이 먼저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어요. 사실 외국인이 쓴 책보다 더 우리에게 친숙하게 와닿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없진 않는데요.
그런 김병수 원장님이 전문적인 내용인데도 읽기 쉽고, 정확성 또한 뛰어나며, 예시가 풍부하다고 하여 비전문가 입장에서 이 책이 우울증 분야에서 상당히 괜찮은 책임을 느낄 수 있었어요.

예로부터 기분은 이성과 지성에 비해 가볍게 여겨졌다. 인간이 지닌 고도의 정신 기능은 이성이나 지성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감정은 한 단계 낮은 기능으로 취급되었고, 기분은 그보다 더 하찮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기분에 휘둘리거나 시달리는 것은 창피한 일이었고 따라서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에서
<선생님, 저 우울증인가요?>는 15년도 더 지난 초봄에, 한 여성이 우울증으로 방문한 사례로 시작해요. 이 여성은 고등학생일 때부터 우울증이 시작되었고 병원에 내원한 당시 자살 충동까지 느끼고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지금까지 그녀가 우울증일 것이라고 전혀 예측하지 못했데요.
그 이유는 우리가 우울증에 대해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데요. 흔히 우울증이라 하면 한없이 우울해져 잠도 못 자고, 무기력해지고, 체중이 감소하는 등의 증상만 떠올리기 일쑤에요.
하지만 이 여성은 한없이 우울해지는 우울증과 활동적이고 의욕이 넘치는 경조증을 반복하는 양극성 우울증이었던 거지요.
또한 일본의 작가 에토 준은 아내가 죽은 직후부터 피로감과 신체적 불편감을 경험하기 시작하고, 3개월이 지난 어느 날부터 '자신이 무의미하게 살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내의 투병 과정을 담은 수기를 쓰며 평정을 찾기도 하지만, 결국 <소세키와 그 시대>를 완성하고 자살을 하고 맙니다.
독일을 대표하는 작가 괴테 또한 우울증일 때는 자살 직전까지 가기도 하고, 조증일 때는 여행을 떠나거나 나이 어린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등의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했다고 해요.
이렇게 이 책은 일반인의 사례 외에도 막스 베버, 헤밍웨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들의 사례도 들고 있어서 흥미로운 부분이 꽤 많은데요. 우울증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이런 흥미로운 부분들이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게 도와줘서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어요.

또한 사례에 호기심을 느끼며 읽다 보면 어느새 우울증에는 우울증상이 나타나는 단극성 우울장애, 우울증과 조증이 번갈아 나타나는 양극성 장애,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신경증성 우울증,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으로 인한 심인성(반응성) 우울증, 신체적 원인으로 인한 기질성 우울증 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다양한 우울증의 증상과 역사, 우울증 치료 약의 작동 방식, 기타 다른 치료법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게 되는데요.
그중에서도 '제8장 기분장애 나을 수 있다'에서는 우울증 치료의 기본으로 약물치료에 사용하는 약의 종류와 작용기전, 부작용 등이 흥미로웠어요. 특히 항우울제가 일정 시간이 지나야 눈에 보이는 개선 효과가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은 몇 번을 읽기도 했어요.
또 기억에 남는 것은 오메가-3와 오메가-6. 예전 일본 방사능오염 사건 이후 수산물을 꺼리기 시작했는데 다시 잘 먹어야겠다고 생각도 했고, 마음의 병이라 생각했던 우울증에 걸리면 실제로 몸에 염증반응이 나타난다는 말은 충격적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당연한 사실들, 아침이면 일어나고 햇빛을 충분히 쐬고, 자신에게 맞는 규칙적인 생활방식을 가지고, 사람들과 적당한 인간관계를 맺고, 완벽주의를 버리라는 말이 다시 한번 정신건강에 있어서도 진리임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빈 둥지 증후군', '새장 속 새 증후군', '은퇴 후 우울증' 등 생애 주기를 거치다 보면 우리는 우울증이라는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누구나 알고 있는데요. 이런 우울증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자신과 가족, 주변인에 대해서도 좀 더 주의를 기울일 수 있어서 자살률을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김병수 박사님의 말씀처럼 우울증인 분들에게 단 한 권의 책을 권하라고 하면, 이 책을 권하고 싶었는데요.
이 책의 저자 오카다 다카시는 기분장애를 앓는 사람은 매우 순수하고 지나치게 착실한 사람이 많다고 해요. 그래서 흔히 정말 좋은 사람이야 또는 무슨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하고 자신보다는 타인을 더 배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에필로그에서 성공이라는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말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은 저 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하지 않을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