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손님
히라이데 다카시 지음, 양윤옥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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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찍한 제목의 '고양이 손님'이라는 책이 도착하고 하드보드 표지의 분홍 고양이와 배경 색상이 너무 이뻐서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이 '고양이 손님'의 저자 히라이데 다카시는 1950년 생으로 대학에서는 사회학을 공부하였고, 대학 재학 중에 시와 시론을 발표하여 데뷔를 하였는데요. 현재는 시인이자 소설가로 활동하며 다마 미술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래요. 


히라이데 다카시는 여러 작품으로 그동안 많은 상을 수상하였지만, 특히 '고양이 손님'은 2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뉴욕타임스>,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고, <어린 왕자>, <동물 농장>, <갈매기의 꿈>, 그리고 안도현 작가의 <연어>와 함께 '최고의 현대 우화 5편 Top Five Modern Fables'에 선정되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작품성으로 뛰어난 평을 받은 작품일수록 저한테는 어렵지 않을까 살짝 염려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는데요. 사용되는 단어나 문장이 그리 어렵진 않았어요. 오히려 복잡하고 화려한 기교 따윈 없는,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는 듯한 수수한 문장을 만나실 수 있어요.


저는 처음 읽을 때는 책의 앞부분에서 30대 중반을 넘어가는 주인공 부부가 사는 동네의 장면과 골목길 묘사가 이어져서 그리 재미를 느끼진 못했어요. 제 성향이 소설을 읽을 때 사건에 집중하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웬걸요. 곧 고양이 치비가 등장하면서 소설의 매력에 빠져들고 말았고, 두 번째 읽으면서는 앞부분이 새롭게 보이고 좋아지더라고요.



"조각구름은 망설이듯이 골목길에서 머뭇머뭇 흔들리고, 그러다가 마침내 희미한 울음소리를 냈다."


1988년 초겨울, 옆집의 다섯 살 남짓의 사내아이가 번개골목에서 길을 잃은 새끼 고양이를 기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시작해요. 주인공 부부는 정원이 아름다운 집의 별채에 세 들어 사는데요. 옆집의 고양이 치비가 종종 나들이를 오기 시작해요. 


고양이 치비는 마치 사람을 길들이듯이 아내를 뜰로 불러내 공놀이를 하고 돌아가곤 하는데요. 언제나 방울을 울리며 다니기에 딸랑이라 불리기도 해요. 겨울에 접어들면서 치비는 이제 부부가 열어둔 창문 틈새로 집안까지 드나들기 시작합니다. 


"하루하루의 움직임이 거듭되면서 일정한 흐름이 생겨난다."



사실 길고양이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거나 좀 더 따뜻한 거처를 마련해 주는 캣맘이 의외로 주변에 많아서 고양이의 이런 습성을 자주 보곤 하는데요. 보통 고양이들은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 마치 사람을 길들이듯 드나들며 얻어먹곤 하지만 쉽게 경계를 늦추지는 않더라고요.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의 주인공 치비도 쉽게 마음을 내어주진 않아요. 그래서 부부와 고양이 치비와의 묘한 만남과 그 정들어가는 모습을 아슬아슬 줄타기를 보듯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게 되더라고요. 



"동물이 자기 좋을 대로 하는 게 너무 흐뭇하기 때문이야"


아내는 어릴 때부터 동물과 친숙하게 지냈고, 잘 알고 잘 다뤄요. 그럼에도 그녀는 치비를 강제하지 않아요. 치비가 하고픈 대로 두어서, 언제나 치비의 뜻대로 오고 가더니 어느 날부터 치비는 부부네 집에서 잠도 자기 시작해요.


이쯤 되니 치비는 옆집 고양이인지 부부의 고양이인지 정체성이 의문스러워지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사람의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게 되지요. 치비도 생명체라는 걸 고려하면 누구의 소유가 될 수 있는 걸까요?


결국 이렇게 치비는 부부의 마음에 완전히 자리 잡게 되지만 뜻하지 않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소설 '고양이 손님'은 여느 고양이보다 작은 체구에 쫑긋한 귀가 귀여운 치비의 이야기가 즐거웠고, 고양이 치비만큼 히라이데 다카시의 서정적 문체가 마음에 들어왔고, 치비의 묘생을 통해 오히려 인간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었는데요.


무엇보다 애완동물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을 내려놓고, 동물이 하고픈 대로 내버려 두며 함께 공존하는 듯한 부부의 태도가 정말 인상 깊었어요.


스포가 될 것 같아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못하지만 치비에게 닥치게 되는 일과 할아버지의 일이 겹쳐 소설의 구성이 상당히 섬세함을 느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소설을 일독하고 그 묘한 느낌에 다시 읽고 있는 중인데요. 그러면서 미처 처음에 발견하지 못했던 여러 요소를 발견하고 있어요. 전체를 알고 나니 이제야 작은 일들이 어떤 의미인지 더 깊이 헤아리게 되었달까요.


이런 저처럼 아마도 '고양이 손님' 이 책은 한 번 읽고 나면 누구나 다시 읽고 싶어지는 책이 아닐까 합니다. 책을 읽기 전, <어린 왕자>, <동물농장>, <갈매기의 꿈>, <연어>와 비교하는 문구를 보았을 때, 정말 이 소설이 그 작품들과 비교할 만큼 뛰어난 작품일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제 생각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 작품들은 읽고 또 읽으며 그 의미를 되새기는 작품들이라 생각해요. 그런데 히라이데 다카시의 '고양이 손님' 또한 읽고 또 읽고 싶어져서 이 작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의미 있는 작품이라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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