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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
가도노 에이코 지음, 오화영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혹시 일본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를 아시나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89년 작품인데요. 기존의 음침하고 사악한 무서운 마녀라는 이미지를 벗어나서 귀엽고 예쁜 마녀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경쾌한 애니메이션이에요.
많은 분들이 지브리 애니메이션 하면 '이웃집 토토로'를 사랑하는 만큼 저는 이 '마녀 배달부 키키'라는 작품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이 애니메이션은 컨트리풍의 음악과 키키의 일상 모험이 정말 인상 깊답니다.
그런데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 작품을 쓴 저자가 '가도노 에이코'라는 일본 할머니래요. 만약 가도노 에이코라는 이름 앞에 지브리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원작 작가라는 타이틀이 없었다면 저는 꿈에도 모르고 지나갔을 사실이라 이 사실을 알게 된 지금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하는지 모르실 거예요.

이렇게 '빨간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라는 책으로 처음 만나게 된 가도노 에이코는 너무 깜찍하고 개성있는 분이었어요. 저는 이제 가도노 에이코 하면 딸기색이 떠오르게 되었는데요. 어느 날 어떤 화가가 빨간색이 참 잘 어울린다고 한 이후 자신의 색깔을 빨강으로 정한 가도노 에이코는 그냥 빨강은 자신의 빨강을 잘 나타내지 못한다고 생각하여 딱 집어 딸기색이라고 정해버려요.
그리고 새로 짓는 집에 딸기색 벽을 만드는가 하면 책장, 테이블보, 현관을 들어서면 보이는 벽 등 집안 곳곳을 딸기색으로 포인트를 주어서 귀엽고 따듯한 느낌으로 개성 있는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요. 이런 에이코 할머니의 딸기색 취향을 보면서 저도 저를 나타내는 색깔을 하나 갖고 싶다고 느꼈어요.

게다가 귀금속으로 치장하지 않고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소재의 목걸이나 반지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 느꼈는데요. 우리나라 할머니들이 보통 나이가 들면 금으로 치장하지 않으면 초라해 보인다는 말들을 많이 하시는 거에 반해 신선한 취향이라 생각했어요. 저도 금이나 은으로 치장하는 것이 불편해서 플라스틱 반지를 하고 싶지만 사실 창피해서 못했거든요. 가도노 에이코 할머니 보면서 용기를 내볼까 싶어요.
그 외에도 옷은 좋아하는 천을 구해서 딸의 친구에게 맡겨 주로 원피스를 만들어 입는다든지, 알록달록 안경을 좋아한다든지 하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가도노 에이코 할머니는 24살에 브라질로 떠나 2년간 유럽, 캐나다, 미국을 거처 일본으로 돌아와요. '마녀 배달부 키키'를 살펴보면 키키가 마녀 수업을 하러 가는 마을이 항구 마을인데요. 이국적인 모습이 꽤 인상 깊거든요. 아마도 가도노 에이코 할머니의 경험이 작품에 녹아들어 간 게 아닐까 싶어요.

먹는 걸 좋아하는 취향은 꼬마 유령 시리즈 '앗치, 곳치, 솟치'에서 드러내고 있고, 5살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생가를 찾으러 떠난 여행은 '라스트 런'이란 작품에 녹아들어 갔어요. 브라질에서 친하게 지낸 12살 루이지뉴는 '소년 루이지뉴'를 통해 되살아나고, 클라리시와의 만남은 '나다라는 이름의 소녀'라는 작품을 통해 그 신기한 운명과 우정을 그려내지요.
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가도노 에이코는 가족과 함께 지바로 피난을 가서 살게 되는데요. 이때의 경험은 '터널 숲 1945'에 녹아들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전쟁의 참상을 차분히 전해준다고 해요.
이렇게 작품 소개를 읽으니 '라스트 런'이라는 작품이 제일 궁금했는데요. 책에 소개된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이 책 '딸기색 립스틱을 바른 에이코 할머니'는 126쪽의 작고 가벼운 책이에요. 가도노 에이코 할머니의 귀여운 동시로 시작하는 이 책은 82세 가도노 에이코 할머니의 일생과 작품, 노년의 톡톡 튀고 생기 있는 개성 있는 삶을 친숙하고 편안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래서 읽다 보니 저도 모르게 즐거워지고 따라 하고픈 것들이 가득 생겨버렸어요.
지금까지 저에게 타샤 튜더 할머니가 자연친화적인 삶의 자세에 대해 일깨워 주었다면, 가도노 에이코 할머니는 훨씬 더 귀엽고 친숙한 이미지로 일상을 두근거리며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어린 시절 방학이면 할머니 집에 놀러 가는 따뜻한 기분으로 가도노 에이코 할머니를 만나볼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는데요.
노년의 조용하거나 우울한 삶이 아닌 자신의 개성을 한껏 드러내며 즐겁게 사는 일상을 꿈꾸시는 분들, 마녀 배달부 키키를 사랑하시는 분들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겁게 보실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