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자녀가 폭발버튼을 건드릴 때
보니 해리스 지음, 조고은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최근 중등 아들과 함께 엄마표 공부를 하다 보면, 다 큰 아들을 너무 오랫동안 잡고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유순한 아이라 어린 시절부터 하루 종일 저랑 붙어있어도 말다툼 한 번 한 적이 없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티격태격하며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 모자의 모습을 깨닫게 되더군요.


대략 아들 녀석이 6학년 들어서면서 였으니, 이제 2년이 다 되어갑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 번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 보자며 마음에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해 왔지만, '당신의 자녀가 폭발 버튼을 건드릴 때'라는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이 책은 꼭 읽어봐야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의 저자 '보니 해리스'는 미국 뉴욕의 뱅크 스트리트 교육대학에서 유아 및 부모 발달 전공으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부모 교실에서 15년 이상 강의를 해 오며 수천 명의 부모와 함께 자녀 양육을 탐구하였습니다. 그리고 뉴햄프셔주 피터보로에 부모교육센터를 설립하고, '효과적인 부모 되기 워크숍' 12주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답니다. 


'효과적인 부모 되기 워크숍'이 우리나라에 있다면 참석하고 싶을 정도로 이 책의 내용은 저에게 도움이 되었어요. 외국책을 번역한 책이라 처음에는 가독성에서 염려스러웠지만, 편안한 어휘와 한국식으로 많이 바뀐 문장으로 인해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어요.


"그들에게 당신의 사랑은 주어도 좋지만, 당신의 생각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겐 그들의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인생은 거꾸로 가지 않으며 과거에 머물러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책을 펴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 한 구절이 적혀있었습니다. 자녀교육에 있어서 잊어서는 안 되는 말이 아닐까 하는데요. 과거를 살아온 부모가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을 교육하는 일은 정말이지 힘든 일인 것 같습니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에서는 '아이들이 부모의 말을 듣지 않는 이유'와 '부모가 순간 폭발하는 지점'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데요. 


어린 시절의 부모의 경험은 나름의 가치를 형성하여 잠재의식 속에 있다가, 자녀를 양육하는 시기가 되면 양육 과정에서 그 가치관을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는 부모의 온전한 사랑을 바라지만, 부모도 인간인지라 순간순간 다른 곳에 정신이 팔리기 마련인데요. 이럴 때 부모의 사랑을 바라는 아이들은 부모의 감정을 폭발시키지요.


이때 부모가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폭발하게 되는데, 아이는 부모를 화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며, 어쩌면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기준이 너무 높은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합니다.


"아이가 당신의 버튼을 누를 때, 사실 아이는 자신을 주장하는 법을 배워 가는 당신의 고된 여정에 한 발 다가가는 것입니다. "




2부에서는 폭발버튼 8가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8가지 폭발버튼에는 아이의 나쁜 행동을 자신의 실패로 여기는 인정버튼, 자신의 통제권을 아이에게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는 통제버튼, 아이가 부모에게 고마워하기를 바라는 감사버튼, 아이들의 문제를 언제나 해결사처럼 해결해주는 해결버튼, 아이의 성적표가 자신의 성적표라 여기는 책임감 버튼, 자신이 좀 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한다는 무능함 버튼, 아이에게 죄책감을 느껴 보상하려는 죄책감 버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억울함 버튼이 있는데요. 


이름만 볼 때는 정확히 이해되지 않아도 상담 사례와 함께 설명을 하고 있어서 책을 읽다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됩니다. 저는 아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많이 눌러진 버튼이 책임감 버튼이었어요. 아들이 태어난 순간 느꼈던 그 책임감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과도하게 아이의 일에 책임지고 관여하느라 시간은 언제나 부족했고, 개인적인 충전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날들이 떠올랐는데요. 


사례에 나오는 한나도 저처럼 아이가 태어난 순간 '내가 이 애를 책임져야 해!'라며 모든 것이 자신의 책임인 것 같은 육아를 했더라고요. 그녀의 남편은 아이들이 스스로를 돌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했는데요. 생각해보니 어쩌면 이미 몇 년 전부터 스스로를 조금씩 책임지는 법을 아들은 익히고 있었던 것 같더군요. 이제 제가 변해야 하는 시점인 것 같았어요.



3부에서는 폭발버튼을 제거하고 중립적 태도를 갖추는 연습을 하는데요. 9가지 습관, 인식을 기르는 4단계를 제시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고 필요하다고 여긴 것은 '자신을 믿고 우리 아이를 믿자'라는 부분이었어요. 그리고 책을 읽었다고 한 순간 변하는 것이 아니라 습관처럼 길게 보고 지속적인 연습을 통해 바꿔야한다고 말하는데요.


이렇게 '당신의 자녀가 폭발버튼을 건드릴 때'는 그런 상황에 처한 아이의 감정과 부모의 감정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이유를 구체화시키고, 어떻게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만일 그냥 이론만 적혀있었다면 다소 공감하지 못했을 텐데, 저자의 다양한 상담사례가 신뢰를 주고 있고, 좀 더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책 속의 사례들을 보면서 '나만 그런것이 아니구나'라는 같은 부모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고, 한 가지 주제가 끝날 때 마다 실제 상담을 하듯 연습문제를 줘서 스스로에게 좀 더 솔직해지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책이 다소 두꺼워서 처음 접하면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384쪽이라는 두께만 극복할 수 있다면 자녀와의 관계개선을 위해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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