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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크러시 1 -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ㅣ 걸크러시 1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평점 :

여성이 다른 여성을 동경하는 마음이나 현상을 일컫는 '걸크러시'라는 단어를 그대로 제목으로 사용하여, 여성들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책이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씨가 추천한 책 '걸크러시'는 프랑스 <르몽드>지 블로그 인기 웹툰을 정식 출간한 책인데요.

페넬로프 바지외라는 작가의 이름은 이번에 처음 들었지만, 걸크러시를 통해 본 그녀의 만화는 인물의 특성을 잡아서 묘사한 캐리커쳐 같은 느낌에 색감도 밝고 화사해서 따라 그려보고 싶게 만들더군요. 또한 이야기 진행이 깔끔해서 인물 한명 한명을 기억에 남게 하더라구요.
걸크러시는 총 2권으로 구성되었지만, 제가 받아 본 1권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충분히 전해졌는데요.
세계적으로 진취적이고 의미있는 삶을 산 여성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한 권의 책에도 총 15명의 여성들이 나오는데, 자신의 자연적인 풍성한 수염을 숨기지 않고 오히려 멋지게 표현해서 스타가 된 프랑스의 클레망틴 들레를 시작으로, 기원전 4세기 아테네에서 태어나 당시 금지된 여자 부인과의사가 된 아그노디스, 중국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여황제가 된 무측천까지 등장해서 고대부터 현대까지, 동서양의 다양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작가가 이야기의 의미를 부연설명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단순히 보여주기만 하는데도, 우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알겠더라고요.

기억에 남고 독특한 인물이 너무 많았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리마 보위가 인상깊었어요.
1972년 2월 1일, 저랑 생일까지 같은 이 여인은 라이베리아 몬로비아에서 보위집안의 넷째 딸로 태어납니다. 미국의 해방된 노예들이 세운 나라 라이베리아에서, 바람 피우는 아버지 대신 언니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리마는 혼합된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는데요.
1989년 라이베리아에는 내전이 발생하고 17세 리마는 임시 난민 캠프에 머물게 됩니다. 그곳에서 리마에게 관심을 보인 다니엘은 그녀에게 집착을 보이더니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는데요,
첫번째 남자친구가 뺨을 때렸을 때도 즉시 헤어졌던 리마는 안타깝게도 아들 조슈아의 출생으로 다니엘과 헤어질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리고 곧이어 둘째, 셋째까지 출산하게 되지요.

하지만 리마에게도 인생의 전환점을 맞을 기회가 생겨서, 유니세프에서 운영하는 사회사업 교육과정에 참여하면서 여성 폭력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성 난민들의 회복 프로젝트에 헌신하게 되면서 점차 학위를 따고, 영혼의 반쪽과 같은 친구를 만나면서 여성을 위한 활동 단체인 평화구축 여성 네트워크 WIPNET를 만들기도 하지요.
리마는 내전의 첫 번째 희생자들이 여성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들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는데요. 무엇보다 내전을 멈추기 위해 기독교와 이슬람교 여성들을 결집시켰을 뿐만 아니라 라이베리아 여성들을 선동한 일명 섹스 파업을 통해 남성들을 압박하여 지도자들이 전쟁을 그만두기 위한 협상을 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라이베리아에 평화가 찾아오자 리마가 정부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많은 사람들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신의 소양을 좀더 갈고 닦이 위해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데요. 2011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기에 이릅니다.

이런 리마를 보면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행동하는 페미니스트라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무엇보다 종교를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를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리마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무척 궁금해지더군요.
혼자서 위대한 업적을 이루어내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힘들다고 생각하기에 그 점에서 정말 대단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가진 것도 다르고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책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어떤 상황에서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라도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는데요. 그 원동력은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을 먼저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야 말로 타인을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을 알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