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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싱글과 시니어의 크루즈 여행기
루시 나이즐리 지음, 조고은 옮김 / 에스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나이 든 부모님과 여행을 떠나본 적이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때 당일치기로 젊은 부모님과 여행 다닌 기억 말고는 커서는 없는데요. 아버지가 여행을 싫어하셔서라고 변명해봅니다. ^^
하지만 하는 일이 그렇다 보니 매일 평균 70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뵙는데요. 그분들과 여행을 간다면 그럭저럭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매일 운동을 다닐 정도의 건강한 분들을 뵙거든요.
하지만 이 책을 펼쳐든 순간 깜짝 놀랐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루시! 작가 자신이 조부모님들과 여행하고 그 기록을 책으로 낸 것인데요. 문제는 조부모님들의 연세가 상당하다는 겁니다. 90! 아흔이 넘으셨어요~!

아흔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조차 안되는데요. 남녀를 불문하고 나이가 들면 걷기가 힘들어지고 귀가 안 들리고, 눈이 침침해지지요. 게다가 남자분들은 전립선에 대부분 문제가 생기시던데... 복지관에도 아흔이 넘는 분들은 몇 안 계세요.ㅜㅜ
아니나 다를까 루시는 91세, 93세 조부모님과 떠나는 크루즈 여행 둘째 날에 할아버지는 바지에 실례를 하고 맙니다. 그러고도 바지를 벗으려 하지 않으셔서 그대로 여행을 계속하더라고요.
거기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빼고는 사람도 잘 못 알아보십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분이 도움받는 것을 아주 싫어하셔서 웬만하면 불평 없이 참으시는 편이라네요. 하지만 책도 못 읽고, 신체적으로 제약도 많고, 오래 앉아있지도 못하시는데다가, 챙겨야 할 약은 얼마나 많은지... 새삼 루시는 나이듦에 대해 깨닫게 됩니다.
혼자서는 가벼운 배낭 하나에 가뿐하게 빠르게 다닐 수 있는 여행이, 조부모님과 다니면서 짐도 많아지고, 화장실 가는 것까지 챙겨야 하는 사람이 생긴 힘든 상황이 되어버렸는데요.
그래도 루시는 어릴 때 조부모님이 당연하게 자신을 돌보아줬던 기억들을 떠올리며 즐겁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결국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잃어버리는 사건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루시는 어떻게 조부모님을 찾게 될까요?

조부모님과 여행하는 하루하루의 에피소드도 인상 깊었지만, 특히 이 책에서 놀랐던 점은 할아버지의 전쟁 회고록과 함께 여행기가 소개된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나이가 들어버렸지만, 이분들도 찬란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점을 환기시켜 가슴이 뭉클거렸는데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모험과 사랑, 전쟁과 공포가 기록된 회고록을 보며 동시에 현재의 나이 든 모습을 보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전반적으로 돌아보게 만들어 누구라도 가슴속 돌덩이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저는 부모님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요. 제가 나이가 들면서 보게 된 부모님의 모습과 젊은 시절의 부모님의 모습은 제 예상과는 많이 다르더군요. 우리가 자란 환경과 달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 젊은이들의 가치관과 우리가 다른 것처럼 그런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인상 깊은 경험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점점 연세가 드시니 기억이 잘 안 나는 부분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럴 때 마다 좀 더 일찍 관심을 가지고 여쭤볼 걸 하는 생각도 가끔 하곤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부모님, 조부모님의 역사는 나와 별개라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어느 과학 발표에서 조부모님의 삶의 역사가 손자 손녀에게 유전인자로 전달된다는 연구결과에서도 보듯 아마 완전히 별개라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부모님, 조부모님과 여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며 가족으로서의 유대감을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나 자신 그리고 가족 전체의 역사 시간, 공간, 혈연으로 이어지는 유대감에 대해. 좋든 나쁘든, 때때로 유대감을 느끼는 일은 중요하다. 혹여 그 유대가 고통스러울지라도." p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