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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 - W-novel
사쿠라마치 하루 지음, 구수영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0월
평점 :
절판

'우리의 새끼손가락은 수식으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책을 받아들고는 라이트노벨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진지하게 찾아보았습니다.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경쾌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라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라이트노벨은 SF나 판타지를 소재로 삼고 있어도 기존의 판타지 소설과 조금 분위기가 다르고, 주니어 소설과도 달라서 이들 작품을 부를 새로운 단어가 필요하여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본문에 일본 만화나 애니메이션 풍 삽화를 채용하고 라이트 노벨 레이블에서 출간된 소설 정도로 여겨진다고 하네요.
위즈덤하우스라는 인지도 높은 대형출판사에서 라이트노벨을 출간하였다고 하여 깜짝 놀랐는데요. 게다가 가격도 1만원을 초과하는 거금이라 얼마나 완벽한 스토리와 캐릭터를 갖추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산뜻한 일본 청춘물을 보는 듯한 표지를 넘기니 역시나 제목처럼 심상치 않은 차례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친화수, 소수, 삼각수, 계승, 완전수, 허수 등 수학에서 만나던 용어들을 줄줄이 만날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도 1년쯤 다니다 보면 반에 서열 비슷한 것이 생긴다" p5
딱 학교물, 청춘물이구나를 느끼며 읽기 시작했어요. 문고본이나 읽으며 친구를 사귀지 않고 조용히 지내던 주인공에게 어느날 반친구인 수학천재 아스나가 다가옵니다. 그리고는 난데없이 전화번호와 생일이 친화수라서 친구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이 첫 대화에서부터 아스나는 자신이 전향성 건망증을 알고 있어 한달이 지나면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둘은 친구가 되어 만나기 시작합니다.
"나는 5분 정도로밖에 느끼지 않았어. 너랑 보낸 시간 말이야. 이것이 상대성이지. 너한텐 이해하기 어려운 얘기일지 모르지만." p106
"25일은 플란다스의 개에 나오는 네로와 파트라슈의 기일이야. 그런 날에 남녀가 만나 정분을 쌓는다니, 일본인은 참 성실하지 못해." p107
이렇게 둘은 만남을 이어가며 학생다운 여러 에피소드로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는데요.
매일매일 암호로 일기를 쓰던 아스나는 2학년이 끝날 무렵 심장에 재수술을 받게 되고 전향성 건망증이 치료됩니다. 하지만 왠일로 복학한 이후 아스나는 일기장을 잃어버린 듯 주인공을 기억하지 못하게 됩니다.
다시 이들은 서로의 마음을 알게되어 만나게 될까요? 아스나는 왜 주인공에게 갑자기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걸까요? 그리고 왜 아스나는 더이상 찾아오지 않는걸까요?
"대단해. 네 핸드폰 번호는 친화수구나." p250
커피 한잔 타놓고는 책을 들었는데, 가독성 있는 문장과 빠른 전개로 결국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야 식은 커피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사실 기억 상실증이라는 소재는 이제 식상하게 여겨짐에도 불구하고 한명 한명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좀 더 세련된 이야기 전개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 한 편을 보는 듯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나 '마음이 외치고 싶어해'같은 청춘물의 느낌이 나서,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도 손색이 없을 듯한 작품이었고, 결말이 슬프지 않아 더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