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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낙타가 있다 ㅣ 다림 청소년 문학
문정옥 지음 / 다림 / 2018년 9월
평점 :

중학생때 공부를 곧잘하여 여러 선생님들로부터 특목고를 준비해보라는 말을 수시로 듣던 한 아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꿈이 없었는지 흘려듣더라구요. 막상 올해초 고등학교에 입학하더니 진로문제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전한 미래로 손꼽히는 공무원시험은 어떤지 학원에 직접 방문하여 상담도 하고, 영상산업쪽은 어떤지 멀리 시외의 큰 학원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경영은 어떤지 대학 선배를 찾아가 면담을 하기도 하더군요.
이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열심히 꿈을 찾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이 참 이뻐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릴때부터 꿈이 있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아이는 참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물론 그 꿈은 스스로 원해야겠지요.^^

청소년소설 '나도 낙타가 있다'의 수리같은 아이가 특별한 것 같지만, 사실 직업상 저는 매일 보고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의 인생을 결정하고, 그에 맞는 최적의 커리큘럼을 짜주고, 선생님들을 섭외하여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 중 일부는 엄마의 꿈이 자신의 꿈이 되어 톱니바퀴처럼 숨 쉴 틈 없이 움직이기도 하고, 또 일부는 수리처럼 영혼 없이 시간이 가기만을 기다리기도 합니다.
"우리 엄마는 나를 위해 무엇을 찾고 있을까? 엄마가 찾으려는 오아시스는 정말 나를 위한 곳일까? 엄마가 오아시스라고 믿는 것이 한낱 신기루이면 어쩌지?" (154쪽)
그런 수리에게 호주에서 온 꿈이 많은 새나는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외활동을 하며 자신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벌써 알게 된 새나는 인생이 즐겁습니다.
그런 새나를 만나면서 수리는 점차 엄마에게서 벗어나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갑니다.
"사막이 멋진 건 오아시스가 아니라 낙타가 있기 때문이야." (164쪽)

우리집에도 꿈이 없는 아이가 한 명 있습니다. 어린시절 소방관, 경찰관 같은 꿈을 꾸더니, 크면서 꿈을 잃어가더군요.
그런 아이가 자유학기제를 맞아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가며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런 과정이 아이를 더 단단하게 해 줄거라 생각하면서도 부모로서 뭔가 도와주고 싶을 때, 이런 책 하나 슬쩍 건네주면 수리처럼 든든한 마음의 낙타 한 마리 키우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