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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
단노 미유키 지음, 박제이 옮김 / 지식여행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돈은 필요하지만 사표를 냈어'라는 제목을 접하면서, 주인공이 그냥 일이 하기 싫어서 그만두는 건가라고 오해했었다.
하지만 막상 읽어보니,
그녀 또한 비정규직 상태로 재계약이 안돼서 나올 수밖에 없었고, 정규직이었지만 비효율적인 직장문화와 직장 사람들과의 관계가 힘들어서 나왔고,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결국 프리랜서로 지내게 되는 그런 이야기였다.
일기 형식의 글이어서 단백하고 진솔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던 이 글은 주인공의 39살 무렵부터 41살까지의 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 속에는 주인공이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가정을 이루고 있거나,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을 하거나, 중소기업을 운영하거나, 고향에서 가업을 물려받거나 하는 등 일본 사회의 여러 모습을 보여줘서 한국의 모습과 비교하며 호기심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아르바이트 이후로, 마흔이 넘도록 줄곧 일을 쉰 기간이라고는 육아로 인한 1년 남짓의 시간뿐이었던 나에게는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의 주인공의 삶이 너무나도 샘이 났고 더 일찍 일을 줄였어야 했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마치 뭘 그렇게까지 힘들게 계속 일하는 거야?라는 질문과 질타를 받은 기분이었다.

실업급여와 보너스를 받기 위해서 딱 13개월을 일하고 나오는 주인공을 보며,
사실은 직장 상사의 스킨쉽 때문에 그만두는 것임에도 자진 퇴사를 강요받았던, 12개월을 일하고 나오면서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던, 내 이십 대의 무지가 떠올라서 부끄럽고 속상했다.
그리고 결국은 나와 같은 상태가 된 그녀를 보며, 한국에서의 프리랜서로 사는 불편함들이 떠올랐다.
일단 직장보험이 안되다 보니,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세금이 생각 외로 많다.
일본의 경우도 그러한지는 알 수 없지만, 한국의 경우는 집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젊다는 이유와 원룸의 전세금만으로도 부담스러웠던 지역의료보험 금액이 떠올랐고,
대출을 받을라치면, 직장인에 비해 비싼 이자는 물론이고, 대출한도도 제약이 많았던 기억이 났다.

책 속의 인물들도 독신인 사람들은 대개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는데,
독립된 주거공간에서 생활하는 경우 세금이나 주거비용, 생활비가 급상승하게 되니
혼자만의 생활을 누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한 것은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이 사시는 곳으로 옮기지 않고 도시에서의 삶을 유지하는 그녀가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을 계속하기 위함이라는 점에서 이해되었다.
우리는 일을 통해 자존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직장생활로 인해 얻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들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일상의 평온함을 지키며 사는 삶을 선택하는 그녀에게 왠지 동질감을 느끼며 그녀에게도 나에게도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