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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 김제동의 헌법 독후감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18년 9월
평점 :

예전에 잠깐 법을 공부할 당시, 상당히 논리적이라는 느낌으로 민법을 보았고, 국민보다는 국가에게 유리한 공법에 실망하기도 하였지요. 그러다가 그럼 도대체 헌법은 어떻게 생겨먹었을까라는 생각으로 헌법을 봤다가 깜짝 놀란적이 있습니다.
그 때 헌법을 읽고 눈물이 핑 돌았는데, 주변에서 이상한 눈으로 볼까봐 어느 누구에게도 그 말을 하지 못했지요.^^
그런데,
김제동 헌법 독후감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의 서문에서 김제동씨도 헌법을 읽고 울었다는 글을 보고는 또 한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는 이유로 상당히 친근감을 느끼며 읽어나갔네요.
대한민국 헌법을 읽고 감명받은 김제동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후 다른 나라의 헌법도 살펴보며 계속 공부를 이어나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헌법 독후감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가 나왔습니다.

이 책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면,
1장에서는 헌법의 의미와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며, 독자들에게 '헌법을 한번 읽어보세요'라고 합니다.
"제가 꼭 듣고 싶었던 고백을 받은 느낌이었어요. 뭐랄까, '헌법은 이래야 하는 거 아니야?' 생각하면서도 '내가 뭘 안다고......'하면서 꾹 눌렀던 여러 가지 생각들에 대해서, 누구나 인정하는 사람이 "네 말이 맞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하며 내 편이 되어주는 느낌이었어요." (89쪽)

2장과 3장에서는 김제동씨 자신이 인상깊었던 조항에 나름 기억하기 좋은 재미있는 별명을 붙여가며 자신의 생각을 서술하고 있는데요.
비타민 조항, 빼빼로 조항, 안녕히 계세요 조항, 당신 혼자 두지 않아 조항, 음덕 조항, 판관 포청천 조항, 깨톡 조항, 당신은 늘 옳다 조항, 방탄 조항, 옥자 할머니 조항, 국민을 지켜라 조항, 내 돈 어디갔니? 조항 등 이름만 들어도 확 와닿게 만들고 재미있는 일화를 들어가며 쉽게 설명을 해 줍니다.
특히 비타민 조항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10조)"라는 부분에서는
몸을 쓰는 사람이든, 머리를 쓰는 사람이든 간에 "인간이 인간에게 모멸을 퍼붓지 않는 사회, 인간이 인간의 존엄을 지켜줄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모멸감을 느낄 때가 있는데, 그럴때 참 힘이 될 듯합니다.
또한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에드윈 헌법재판관과의 인터뷰 일부를 짧게 소개하고 있는데요.
"나는 모든 차별에 반대한다. 나는 나의 존재에 대해서는 사과하지 않겠다."(118쪽)
"30년, 40년 뒤에는 우리가 어떻게 기억될까요?
우리의 유산은 무엇이겠습니까?
우리의 오만함, 자존심, 거만함이 아니라 친절함이어야겠지요" (120쪽)
등의 말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재산권, 세금, 노동자, 최저임금 등에 이야기도 하나하나 마음을 움직이는 글들이 많아서, 중간에 수없이 멈추고 감정을 추스리고 생각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

4장에서는 그래서 이런 사회를 만들어가자고 헌법도 우리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각 장이 끝나는 곳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관 에드윈 캐머런,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헌법재판관 알비 삭스,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 총회 의장 권오곤씨와의 인터뷰를 싣고 있어 소위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분들의 말을 함께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책을 직접 읽어보시면 '이렇게 쉽게 헌법에 대해 말해주는 책이 있었단 말이야'라며 깜짝 놀라실 텐데요.
김제동씨 특유의 유머와 솔직함,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스함이 묻어나는 글을 통해 '대한민국 헌법이 이렇게 따뜻한 선언문이었구나'를 느끼실 수 있습니다.
헌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 우리 헌법이 이렇게 생겼고, 이렇게 국민을 사랑하는구나'를 느끼실 수 있고,
이미 헌법을 한번쯤 읽어보신 분들도 잊어버렸던 헌법의 가치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시간이 되실 듯 합니다.
딱딱한 보고서가 아니라 따스한 시를 읽듯 이 책을 읽어, 많은 사람들이 우리 헌법의 가치와 국민의 위치를 깨달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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