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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실망시키기 - 터키 소녀의 진짜 진로탐험기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오즈게 사만즈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8년 7월
평점 :

책을 다 읽고 보니 제목 <당당하게 실망시키기>는 당당하게 아버지를 실망시키기 인듯 하네요.
청소년 그래픽 노블 <당당하게 실망시키기>는 장래희망이 없는 주인공의 방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혀 슬프지 않고 오히려 유쾌함이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이가 아니라 터키의 아이라서, 터키 사회를 보여주며 이야기가 전개되어 색달랐네요.
터키의 현대사를 일부분 알게 되면서 동시에 주인공 오즈게의 성장스토리를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오즈게 사만즈'인데요, 여주인공 오즈게와 이름이 같지요?
<당당하게 실망시키기>는 바로 저자 오즈게의 자전적 이야기입니다.

오즈게는 실업고등학교에서 재봉을 가르치는 엄마와 기술도안을 가르치는 아버지, 우등생 언니 펠린과 함께 삽니다.
언니가 학교에 입학하자 학교에 가고 싶었지만, 막상 때가 되어 입학한 학교 생활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당시 터키는 북한처럼 온통 아타튀르크 사진을 도배해놔야했고, 학교는 터키의 병사를 키우는 곳이었습니다. 게다가 이슬람교를 믿는 보수적인 사회였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하는 언니를 따라 겨우 오즈게가 기숙형 공립과학고에 입학했을 때 오즈게의 반에 여자아이는 겨우4명뿐이었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은 이슬람교를 실천하지 않는 진보적인 집안 출신이었고, 남학생들은 상당수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보수적인 가정 출신이었지요.

당연히 학교 생활이 원활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학교를 그만두고 집근처 공립학교로 옮긴 오즈게는 막연하게 언니가 다니는 대학에 다니고 싶다는 마음으로 보스포러스 대학에까지 입학하게 됩니다.
하지만 자신의 소질이나 장래희망과 상관없이, 언니가 다니는 멋진 대학이라는 것만으로 입학했기에 험난한 대학생활을 하게 됩니다.
결국 친구들이 발견해준 소질로 인해 오즈게는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꿈을 발견하게 되고, 아버지의 비관적 목소리를 끄고, 대학에서 익힌 배우는 법을 이용해서, 하고 싶은 일을 하러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림으로 한편의 소설을 읽어서 즐겁고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었고, 장래희망이 없는 아이들에게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어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따뜻한 소설이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뭐가 될꺼야?"라는 말을 듣고 자라는 우리 아이들에게 어쩌면 우리는 꿈을 강요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 아이만 해도 "엄마, 나는 꿈이 없어."라고 합니다. 그러면서 스스로도 뭔가 정상이 아닌가? 평범하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하더라구요.
물론 저는 급하게 서두르지 않아도 된다고, 살다보면 하고 싶은게 생기고 그 때가 10살이든 20살이든 30살이든 상관없다고 하지만, 이미 사회로부터 꿈을 꾸어야만 한다고 강요받고 있는 아이는 엄마의 말이 위로가 되지 않는가 봅니다.
그런 아이에게 마음의 위안을 줄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