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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역 폭발사건
김은미 지음 / 제8요일 / 2018년 7월
평점 :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서서히 빨려들어가 훅 읽어내려간 소설, <신주쿠역 폭발사건>
지금 돌이켜보면 제목에는 그리 끌리지 않았지만, 당시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영화인으로서 탐나는 작품이다. 그러나 원작보다 잘 그려내려면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그만큼 소설적 완성도가 뛰어나다. (김인수)"라는 추천평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왜 이 책을 선택했는지도 잊어갈 무렵의 어느 쉬는 날 오전에 무심코 책을 펴 들었다가 단번에 읽어내려갔네요.

소설 속 주인공 코헤이는 자이니치입니다. 자이니치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는데, 재일(在日) 한국인과 북한인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더군요. 재일동포는 알아도 자이니치는 몰랐다니, 이럴 때마다 먹고 살기 바빠 너무 일만하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소설은 제목 그대로 신주쿠역에서 폭발사건이 일어나면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주인공 코헤이가 꿈에서 본 일이 그대로 벌어지면서 예지몽이 소재로 사용된 소설일지도 모른다고 오해하며 읽어나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한 한국인 소녀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 소녀는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던 나라에서 태어나서 원래 그런 나라인줄 알고 살아갑니다. 그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역사속 인물들과 인연을 쌓기도 합니다.
일제치하의 조선의 소녀들이 그러했던 것 보다는 뭔가 편안하게 살던 그녀도 어느 순간부터는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힘들게 살아남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인생을 노리는 조직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 책은 역사를 바꾸지 않으면서 그 역사속에서 '그럴지도 모른다'는 한 평범한 인물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흐름이 전혀 느리지 않으면서 긴장감있고 짜임새 있게 사건을 진행시킵니다. 사건이 진행될 때마다 독자의 의문은 점점 쌓여가다가 뭔가 답을 찾은 듯 하면 다시 혼란속으로 빠뜨리기도 하더군요.
그리고 일반적인 반전이 아니라 그 어떤 독자도 짐작하지 못할 반전이 숨어있고 그 점을 발견한 순간 충격으로 다시 책의 앞부분을 뒤적이게 만들더군요.
흥미진진한 진행과 담담한 표현, 짜임새 있는 구조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일본에서 살고 있는 자이니치들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고, 그들의 삶이 어떠했을지 상상하게 만들어 조금은 우울해지기도 했습니다.
책 속의 표현대로 전쟁을 치룬 세대는 이제 점점 사라져가고, 죄책감 없고 개인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세대가 일본의 주인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도 마찬가지지요.
이 책은 한 편의 흥미진진한 영화를 보는 듯 하면서도, 동시에 우리 마음에 일본이 저지른 잊을 수 없는 만행과 그들의 극우 보수단체들에 대한 기억을 되살려줍니다.
혹시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꼭 보러가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