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취향 - 카피라이터 김민철의 취향 존중 에세이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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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허락도 필요없는

내 마음의 방향


 

'참 작고 가벼운 책이구나'라는 마음으로 남자 작가와 잘 공감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하며 책을 펴 들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작가 소개에도 나와있듯이 김민철씨는 남자 이름을 가진 여자였습니다.

그것도 기혼여성 카피라이터.


"카피 한 줄 못 외우지만 엄연히 카피라이터"에서 빵 터졌네요. '카피 한 줄 못 썼지만'도 아닌, '카피 한 줄 못 외우지만'이라니 저자의 소심한 고백입니다. 


하지만 필기와 기록을 꼼꼼히 꾸준히 하는 성격인가봅니다. 그래서 출간한 책이 벌써 3권이나 되고 이번이 4번째 출간이더라구요. 2016년 10월부터 한달에 두 번 '김민철의 가로늦게'라는 타이틀로 연재한 칼럼을 모아 <하루의 취향>이 나왔습니다. 


좋아하는 물건, 음식, 취미처럼 단편적인 것에서 사람, 사랑, 삶에 대한 가치까지 저자의 취향이 그려지고 있습니다.


유난히 다른 책과 달리 바스락거리는 책장을 넘기고는 책에 푹 빠졌습니다. 


프롤로그에서부터 어릴 적 한 친구의 글씨체를 부러워해서 따라써보았지만 똑같아지진 않았고, 그렇게 또 다른 친구의 글씨체를 따라써보았지만 여전히 똑같아지진 않고 결국 "누구와도 다른, 오직 나를 닮은 글씨체."만 남았다는 글을 읽고 공감하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책이 될 것 같은 느낌이 오더군요.


"내일 내 마음은 또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는 이 취향 덕분에 나다울 수 있었으니까, 근사하지 않아도, 우아하지 않아도, 대단하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바로 그 취향이 오늘, 가장 나다운 하루를 살게 했으니까."(p.9)



100만원도 오르지 않을 것 같은 외진 아파트에 부부만의 보금자리를 꾸리면서 "우리가 가진 것들과 사이좋게 늙어가고 싶었다."는 그녀는,  목수언니가 만들어준 모서리가 벌어지는 테이블과 오래된 책장과 여행에서 사온 장난감 등으로 그들만의 시간을 담을 집을 꾸미면서, "그렇게 망원호프는 우리 삶에 대한 선언이 되어버렸다"고 집에 대한 색다른 취향을 말합니다. 


'안사람 바깥사람'이라는 글에서는 학생인 남편과 직장인 부인을 각각 안사람, 바깥사람으로 소개하는 모습에서, 그 편견없음과 당당한 저자의 모습이 좋았고,


'관대한 사람'이라는 글에서는 도자기 수업에서 완벽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밥그릇을 만들기 시작했으나 국그릇이 된 자신의 도자기 마저 완성품으로 가져가는 저자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스스로에게 관대한 마음으로" 자신을 사랑하는 저자의 모습이 좋았고,


다 큰 어른이 프랑스 루르마랭에서는 인사하는 법을 배웠고, <봄날은 간다>의 상우같은 마음을 가진 20대를 말하고, 철학과에 진학했으나 경영과에 가겠다고 반수를 해 놓고는 실패하고 돌아온 뒤, 철학과가 너무 재미있다고 말한 20대를 부끄럽지 않게 털어놓는 그 솔직함이 좋았고,



팔레르모 대성당의 앞모습과 뒷모습처럼, "하루는 이 취향에 푹 빠지고, 하루는 저 취향에 목을 매고, 또 하루는 또 다른 취향에 기꺼이 마음을 빼앗겨버리는 사람. 한 취향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 머물지 않는 사람. 다른 취향에 배타적이지 않고 넓은 사람. 그리하여 그 모든 취향의 역사를 온 몸에 은은히 남겨가며 결국 자기만의 색깔을 완성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p.255)라고 말하는 저자의 고집없으면서도 고집있는 그 모습이 좋았습니다. 


왠지 저자와 있으면, 세상과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른 행동을 하더라도, 이해받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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