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를 그만두는 날
가키야 미우 지음, 고성미 옮김 / 레드박스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남편의 죽음조차

며느리라는 의무를 지우지 못하는 일본사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며칠이 지나도록 글을 남기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복잡했다. 수많은 개인사와 주인공의 사연이 교차되며 결국 여자에게는 이혼, 비혼, 사별만이 해결책인가 싶어서였다. 개인사를 풀어내고 싶지는 않아서 응어리진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렸지만 쓰기시작하자 또다시 뜨거운 마음이 화산처럼 분출 중이다. 


2012년 처음으로 황혼이혼이 결혼5년이내 신혼이혼을 추월하며,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다. 처음 황혼이혼이라는 말을 듣고는 (이미 결혼한지 꽤 되었을 당시) 의아해하는 남편과 달리 바로 공감이 되었다. 시월드의 정신적, 육체적 무자비함에 피폐해져가는 며느리들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요코의 46세 남편이 출장을 간 호텔에서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그리고 가요코는 정이라고는 없는 결혼생활이었다며 상속되는 재산과 보험금, 현재의 자신의 월수입을 먼저 머릿속으로 정리한다. 


하지만 우아한 시부모와 시누, 시고모의 등장은 주인공 가요코에 대한 나의 믿음을 무너뜨렸다. 내가 알던 그런 시월드는 소설속에서 한동안 펼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바람을 핀 것 같은 심증만 있는 남편 외에는 너무나 이상적인 시월드가 아닌가. 능력있는 남편, 시댁의 금전적 지원, 마음 씀씀이, 배려 무엇하나 모자란 것이 없는 모습에 오히려 부러웠다. 그런 시댁에 비해 가요코는 너무 매정하고 이해타산적이지 않은가.


하지만 아들이 죽는다는 것은 세상 모든 어머니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같지 않았을까. 곧 시어머니는 가요코의 집에 무단으로 드나들고, 불단을 들이고 뭔가를 숨긴다. 하필 그 시기부터 시아버지의 치매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이제 시댁은 아들의 정을 듬뿍 받고 편안하게 생활했다고 생각하는 며느리 가요코에게 모든 짐을 지우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혼을 통해 가족이 되었다. 전통적으로 가족이라는 말은 서로 의지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 아닌가. 자식은 부모에게 의지하고 부모는 나이가 들면 자식에게 의지했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했다. 자식은 부모에게 의지하지만 부모는 자식에게 의지해서는 안되는 시대가 왔다. 가요코는 남편에 대한 미움으로 시댁도 미워진 케이스로 보여진다. 그래서 모든 시댁에 대한 의무로부터 자유로워지려 하고 있었고, 결국 '인적관계종료신고서'와 '구성회복신청서'를 통해 자유로워진다. 


그 과정에서 시댁과 가요코 부부의 진실되지 못했던 관계가 여실히 보여진다. 서로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이 많아 오해를 하고 있던 부분들이 많았던 것이다. 


우리나라는 도시가 아닌 시골에서도 남편이 죽으면 며느리와 시댁은 남남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이 소설의 일본 시골도시에서는 남편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시댁에 대한 의무를 다해야 하는 며느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일본사회에 돌멩이를 던지고 있는 듯 하다. 우리와 다른 토속신앙으로 인해 집안에 불단을 들이고 조문을 오는 문화는 우리나라 제사 문화와 오버랩되며 이것 또한 빠른 시일안에 사라져야 할 풍속으로 보여진다. 또한 결혼과 동시에 남편의 성으로 바뀌는 것 또한 없어져야 할 듯하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인물은 가요코의 친정 아버지이다. 친정어머니와 매일 투닥거리며 식당일로 바빠서 자식들에게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하는 전형적인 아버지이지만, 그 속정은 깊었다.


"우리 집은요, 20대나 계속되어온 명문 집안입니다. 처음이시겠지요. 그런 사소한 일을 자랑 삼는 성격이 아니라서요." (p249)라며 시댁에 일침을 놓기도 하고, "무엇보다 언니니까 양보하라고 너에게만 참을성을 강요한 건 나도 네 엄마도 나빴다고 생각해."(p251)라며 딸에게 솔직하게 용서를 구하기도 하고, 참을성 많은 가요코에게 여동생 가스미의 성격과 반반 섞었으면 좋겠다고 하기도 한다. 


또한 굴욕적이면서도 슬픔을 참고 인내해 왔던 가요코와 나에게 이런 말로 위안을 준다. 


"너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라. 좀 더 자신을 위해 살아야 해."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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