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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샤의 돌하우스
타샤 튜더.해리 데이비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미니어처 세상

타샤튜더는 미국의 동화 작가이자 삽화가 입니다. 100여권의 글을 짓고 <비밀의 화원>, <소공녀> 같은 그림책의 삽화를 그렸지요. 1915년에 태어난 타샤는 <마더구스>, <호박 달빛>, <코빌 크리스마스>, <행복한 사람, 타샤 튜더>, <타샤의 정원> 등 수많은 저서를 남기고 2008년 92세의 나이로 떠났습니다.
그녀는 칼데콧 상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동화 작가, 삽화가로서의 삶도 빛났지만, 무엇보다 독특한 삶의 방식으로 유명했습니다. 50대 중반부터 산속에 들어가 18세기풍 농가를 짓고 살았으며, 1000평이 넘는 18세기 영국풍의 정원을 가꾸고, 옷을 직접 만들어 입고, 인형을 만들어 아이들을 위한 공연을 하고, 치즈와 아이스크림을 직접 만들며 자연과 조화를 이룬 동화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고,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 그녀는 새와 코기 여러 마리와 함께 살며, 봄이면 씨앗을 뿌리고, 가을이면 수확을 해 겨울을 준비하였고, 낮에는 정원을 꾸미고, 밤이 되면 그림을 그리고 책을 읽었습니다. 하루에 일정한 시간이면 티타임을 즐겼던 그녀는 그런 한가한 시간이야말로 삶의 가장 소중한 시간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자급자족의 삶은 그 의미와 중심이 현대인의 것과는 아주 달랐습니다.
그녀는 7살때 처음으로 어머니로부터 인형의 집을 선물받았고, 이후 80여년 동안 인형의 세계에 정성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타샤의 돌하우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타샤의 돌하우스는 미니어처의 세상입니다. 모든 것이 오랜시간 정성을 들여 만들어졌기에 타샤의 삶을 꼭 닮을 수 밖에 없지요. 처음엔 인형의 집 주인이 <타샤의 ABC>에도 나오는 귀족적인 모습의 멜리사라는 아가씨였지만, 나중에는 친구에게 인형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면서 탄생한 엠마로 바뀝니다. 타샤를 꼭 닮은 엠마는 새디어스와 결혼하여 인형의 집에 살고 있지요.
어느날 애비 앨드리치 록펠러 포크 아트 센터는 타샤의 작품과 라이프스타일을 담은 대규모 전시회를 기획하게 되고, 인형의 집은 완전히 새로 지어지게 됩니다. 이제 여러 분야의 장인들이 모여 새로이 태어난 돌하우스는 타샤의 마음에도 쏙 들었지요. 돌하우스의 탄생 이야기와 타샤의 이야기는 이제 <타샤의 돌하우스>에서 보실 수 있답니다.

"부엌에서 일을 시작하면 더없이 좋은 냄새가 온 집 안에 퍼지곤 해요. 맛있는 요리의 비결은 양철 구이통 같은 골동품 조리 도구들 덕분이지요" 26쪽
책 중간 중간 타샤의 글이 있어, 꼭 그녀가 직접 소개해 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 <타샤의 돌하우스>는 그녀의 집과 돌하우스의 집을 함께 수록하여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왔습니다. 1800년대 생활도구를 통해 당시의 생활모습을 상상해 보는 재미가 있으며, 엠마와 새디어스와의 일상을 옅보면서 타샤 튜더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진첩입니다.
인형의 집 공간들 중에서 가장 타샤와 닮은 부분은 부엌입니다. 그녀는 하루의 대부분을 지내는 부엌이 널찍하기를 바래서, 식당과 부엌의 경계를 없애버립니다. 그 속에는 황동 냄비, 코발트 블루색이 입혀진 도자기, 토끼 믹싱볼, 나무와 철제 도구 등 온갖 조리 도구들이 가득하지요. 크리스마스가 되면 멋진 칠면조 요리를 할 수 있는 스토브와 펌프질을 하면 정말 물이 나오는 개수대, 그리고 "MY EMMA"라고 적힌 놋쇠 쓰레받기가 있습니다. 타샤는 아끼는 그릇들을 모아 장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말 그 그릇들을 일상에서 사용합니다. 좋아하는 것들은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롯이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그녀의 생각이 묻어나는 부분입니다.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음식들을 아끼는 그릇에 담아 소중한 이들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란 행복 그 자체라고 생각해요." 52쪽

다이닝룸의 선반에는 직접 손으로 그린 미니어처 꽃무늬 접시가 있고, 벽걸이 거울에는 고풍스러운 유리가 끼워져 있습니다. 엠마의 영국산 꽃무늬 도자기 세트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코기 코티지에 겨울이 오면 마음이 고요해져요. 정원 일에 쫓기지 않아도 되는 시기이기도 하고요. 창가에 앉아 애프터눈 티를 마시며 바라보는 겨울 풍경은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지요." 60쪽

특별한 티타임이나 크리스마스, 생일 같은 잔치가 있는 날이면 그녀의 응접실도 북적입니다. 응접실의 사진첩에는 가족과 친구들의 추억이 담겨있고, 벽난로와 오래써서 삐그덕거리는 의자마저 타샤의 것과 닮았습니다. 그리고 언제나 응접실에는 도자기 화병에 꽃이 가득이지요. 타샤가 살았던 코기 코티지의 실제 벽시계는 한때 빅벤을 관리했던 사람이 만든 시계여서 뜻깊습니다.
"겨울의 코기 코티지에서 가장 따뜻한 곳은 온실이에요. 구근들과 귀한 꽃들은 이곳에서 겨울잠을 잔답니다. 따뜻한 공기와 향기로운 꽃향기가 그득한 이곳은 천국이에요." 76쪽
응접실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나오는 온실은 일년 내내 꽃을 피우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타샤와 엠마는 온실 창가에 앉아 겨울의 정원을 바라보곤 하지요.
"오랜 세월 모아온 수집품들은 내겐 자식과 같아요. 그중에서도 친구들이 선물한 특별한 물건들은 집 안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두곤 하지요." 84쪽
중앙홀에 자리잡은 특별한 진열장에는 베아트릭스 포터가 쓴 피터래빗 시리즈의 청동으로 만든 작은 동물들이 가득합니다. 타샤가 1950년대에 영국에 머물면서 둘은 친구가 되었지요. 타샤는 포터의 암호로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직접 짠 린넨으로 만든 침대보와 겨우내 바느질을 해서 만든 퀼트 이불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보물이지요. 이 포근한 침대에 누우면 스르르 잠이 들곤 해요." 92쪽
침실에 있는 원목의 우아한 침대는 캐노피로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빗, 칫솔, 비누, 단추걸이, 구둣주걱 등 없는게 없는 그녀의 침실은 엠마와 새디어스가 살아있는 친구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마음속으로 그림을 그리며 읽곤 했어요. 책은 늘 내게 대단히 현실감 있게 다가왔지요 그래서인지 나는 아직도 책을 읽을 때마다 벅찬 감정이 밀려오곤 해요." 106쪽
엠마와 새디어스가 하루 일과를 마치면 체스, 도미노, 카드 게임을 즐기는 장소는 서재입니다. 엠마와 새디어스는 직접 그린 크리스마스카드를 참새 우체국을 통해서 친구들과 주고 받지요. 사실 이건 타샤의 아이디어로 어린 자녀들이 인형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도록 한 것입니다. 깨알 같은 글씨로 수십 년 동안 주고 받은 편지는 지금도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이 서재에는 타샤의 서재처럼 150여권의 다양한 책들이 가득입니다. 셰익스피어, 세르반테스, 단테, 대니얼 디포, 워싱턴 어빙 등의 책들이 그녀가 즐겨 읽던 책들이지요.

"겨울에 나는 헛간 냄새와 염소들이 돌아다니는 소리가 좋아요. 염소들에게 건초를 던질 때면 염소들은 기분 좋은 표정을 지으며 인사를 하기도 해요." 132쪽
직접 염소를 돌본 타샤는 매일 4리터의 젖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걸로 버터나 치즈를 만들고 요리에 사용하고, 아이스크림을 만들기도 했지요.
"인형들과 함께 보낸 크리스마스는 특별했어요. 아이들은 인형들의 선물을 준비하느라 분주했지요.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면 인형들이 보내온 선물이 놓여 있었어요. 아이들은 탄성을 지르며 선물을 풀어보곤 했지요." 140쪽
12월 6일이 되면 타샤는 부엌에, 엠마는 중앙 홀에 강림절 리스를 걸고 초에 불을 붙입니다.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크리스마스 만찬은 세월이 흐르면서 그녀의 자녀들이 코기 코티지를 떠나면서 점차 엠마와 새디어스에게만 선물을 주는 소박한 파티로 바뀌게 되지요.
그녀는 23살부터 동화책을 만들면서 정말 동화 속 삶을 살기를 원했습니다. 인형의 집과 함께 언제나 동심을 잃지 않았던 것이 50세 무렵에는 현실이 되었고, 그런 그녀의 삶은 아름다운 동화와 삽화를 그리게 하는 힘이 되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도시에서 살아가는 삶은 매순간 우리를 지치게 만듭니다. 어떻게 살아야 성공한 삶인가를 고민하다 보면 문명의 이기를 가득 누리기 보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드는 게 사실입니다. 그 꿈을 용감하게 실천한 타샤는 우리에게도 생활의 작은 부분에서부터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말해 줍니다. 당장 오늘 저녁부터 아끼던 그릇을 꺼내 음식을 담고, 아이들과 대화하며 즐거운 순간을 조금씩 만들어 가라고 합니다.
그녀의 돌하우스에는 언제나 엠마와 새디어스가 우리의 편지를 기다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