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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설레는 마음
이정현 지음, 살구 그림 / 시드앤피드 / 2018년 7월
평점 :
<함부로 설레는 마음>은 이정현씨가 2년만에 발표한 에세이입니다.
첫번째 책인 <달을 닮은 너에게>를 출간한 뒤로, 한권의 일러스트북과 네권의 수필집을 공동저작으로 출간하였으니
온전한 그의 책은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계절의 변화, 추억, 사소한 일상, 사랑, 사람에 대한 그만의 아름다운 글은 쉼없이 눈길을 머물게 하고,
마음에 기억하고 싶은 표현이 너무 많아 기억하지 못할까봐 걱정하게 만드는 아름다운 책입니다.
벚꽃나무가 많은 곳에서 태어나 해마다 분홍을 찾으러 다닌다는 저자 소개를 보고 있노라면 여성의 감성일 것이라는 착각이 일기도 하지만, 매일밤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통해 꾸준히 독자들과 소통하는 그는 곱슬머리 때문에 '오밤'이라는 별명을 가진 군필남성입니다.
'소재는 소소하되 나만의 감성이 묻어나게 표현하기'를 모토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살구의 그림으로 그의 감성적인 글이 더욱 빛을 발하는 에세이 <함부로 설레는 마음>입니다.
계절에 설레다
추억에 설레다
사랑에 설레다
사람에 설레다
이정현씨는 첫 책을 출간한 후 동료 작가들과 함께 작업할 수필집을 쓰기 위해 대구를 떠나 서울로 독립합니다. 가족들과 함께 생활할 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는 그는 서울로 독립한 후 오히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 혼자이고 싶어하면서도 다시 사람들을 찾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러다 따분한 일상에 커피를 배우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그런 일상속에서도 그는 판자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나에게도 이렇게 잊을 만하면 툭, 툭, 하고 내 앞에 떠렁져 나를 멈추게 하는 게 있는데, 그게 사랑이었는지, 상처였는지 그것도 아니면 당신이었는지는 모르겠다."라고 표현합니다.
저녁 노을 하나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노을을 따라 걷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오늘을 담아내는 세상이 노을만큼이나 좋습니다. (중략) 가장 먼저 간판 불어 켜집니다. 다음으로 자동차의 라이트가 들어옵니다. 가로등은 항상 마지막에 켜집니다. 마음 급한 순서인가 봅니다.(중략) 밤은 기어코 오겠지만 나는 내가 가진 빛으로 그 밤을 견뎌볼 작정입니다. 노을만 좇기에는 삶에 아름다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라고 많은 것들을 말합니다.
그렇게 계절이 지나는 일상을 말하던 작가는 가족과 사랑과 어린 시절을 추억합니다.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싶다면, 굳은 채로 서 있지만 말고, 기대고 싶은 곳에 가 먼저 안아주라고 하고, 여닫이문을 당기며, 자신의 당김이 곁에 있는 사람에게도 물러서게 만들 수 있다며 사랑을 위해서는 문을 밀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당신이 지나간 잔상들까지도 사랑이라며 주말에는 불꽃놀이를 하러 바다에 가자며 그의 사랑에 대한 생각을 독자에게 전합니다.
싸구려 커피도 원두커피 만큼이나 좋아한다는 작가는 그 이유가 사랑하는 이에게 함께할 시간을 내어달라 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인지 저녁식사를 하고 나올 때 출구의 커피 자판기에 커피 한잔 사겠다는 핑계를 댈 수 없어 난감하다는 그는 장미가 피는 계절이면 사랑이 하고 싶다고도 합니다.
작가는 빈센트 반 고흐의 여러 초상화를 보며 그는 사랑을 하고 싶어서, 자신을 사랑하려 안간힘을 썼을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자신이 가진 단어들을 어루만지며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고 소망합니다.
"물고기들은 수심에 따라 달라지는 염분의 밀도가 압력에 제 몸의 비중을 조절해가며 떠오르거나 가라앉아야 살아갈 수 있다. 떠올라 숨을 틔워야 가라앉아 살 수 있고, 가라앉아 배를 채워야 떠올라 숨을 틔울 수도 있다." 44쪽
서로의 부재가 서로를 불안하고 힘들게 한다면, 우리의 마음 속에 작은 물고리를 한마리씩 키우자고 하며, 떨어져 지내는 연인들에게 힘을 실어줍니다.
대구에 살았다는 이정현 작가는 자신의 집에서 시내로 가려면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를 타러가는 길이면 지나치는 마트에는 "좋은 하루 보내세요." 그 옆에는 "걱정마, 다 잘될 거야."라고 현수막이 걸려있었지요. 자신이 어떤 걱정을 하며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다 잘될 거라니 심술을 부리리기도 하지만 그런 말들이 자신을 살게 할 때도 있다고, 근거없는 위로나 응원의 말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다가올 안 좋은 일을 걱정하기보다 좋은 일에 두근거리며 살아가자고 합니다.
그리고 뒤늦게 자전거를 배워 유럽횡단을 하신 어머니와 한글을 배워 성경책을 읽으시던 할머니를 기억하며 앞으로도 많은 것들을 배워나갈 자신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말을 잃었던 자신의 15세를 떠올리고, 정신과 7급 판정을 받은 동생에게 미안함도 느낍니다.
사람에 설레다는 주제로
"그들도 아마 이 책을 읽겠지. 나는 다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내게 살아갈 이유를 보태줘서. 글을 쓰며 살아가는 것이 행복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줘서. 삶이 아프지만은 않다고, 글 쓸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 여기게 해줘서. 문득 세상에 내던져져 나와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는 일. 이것 또한 삶을 살아가는 큰 즐거움이지 않을까." (249쪽)
라는 말을 하며, 독자들에게 감사함을 전하며,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닮은 사람을 찾는 일이 살아가는 즐거움일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사랑하려 할 때, 사는 게 아름다워지기 시작한다. 힘들어만 하며 살아가기에는 세상에 아름다운 것이 너무나도 많다."(269쪽)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릴때 자기 스스로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그런 그의 두번째 책은
"너는 아직 삶에 노련하지 못해
몇 번은 길을 잃고 헤맬 수 있다.
외로움을 다루는 법을 몰라서
날마다 홀로 무너질 수도 있다.
또 눈가에는 눈물이 많아서
찍고 간 마침표에 오래 서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구태여 숨기려 하지는 마라.
네가 살아가는 방식을 사랑해도 된다.
모자랄 것 없는 너는 그런 사람인 것뿐이다.
너를 부끄러워하지 마라." 284~285쪽
는 글로 우리에게 위로를 안겨주며 끝을 냅니다.
기억하고 싶은 예쁜 표현이 너무 많아서 책갈피를 끼우다 결국 너무 많아서 중간즈음 부터는 포기하게 만드는 에세이였습니다.
글만 예쁜 것이 아니라 그림까지도 예뻐서 한동안 책꽂이에 넣지 못하고 책상위에서 맴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