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
류근 지음 / 해냄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쓴 시인 류근

 

 

 

제목 때문에 끌린,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의 노랫말을 쓴
시인 류근의 산문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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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뜻한 표지와 달리 내용은
사랑과 아픔, 슬픔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것들에
작가의 생각이 녹아들어가
글로 표현되었는데,
공감되는 부분이 참 많았네요.

 

 


인상깊은 글이 많았는데,
그 중 몇가지만 소개하자면,
"미필적 노예"라는 글에서
시인은 고등학교 때 왕따친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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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피학에 길들여진 그 친구의 이야기가
억압에 길들여진 여성들의 삶에 그대로 투영되면서,
지난 세기의 여성들의 삶에 대해 떠오르더라구요.
길들여진 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판단할 힘이 없습니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삶이려니 여기면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지요.
능동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할 힘을 잃어버린다는 것은 너무도 슬픈 일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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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공포"라는 제목의 글도
저를 울컥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이 세상에 와서 앓는 모든 공포는
자신이 이 세상에서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완벽하게 극복되고 치유되며,
진정 공포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는 날까지 그것을 깨닫지
못한 채 살다가 죽는다는 것"

3년전 썼다는 이 글을 기어이 꺼내더니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닌 사람들이
스스로를 아주 중요한 존재라고 믿는 결과가
세상에 얼마나 많은 공포를 몰고 오는지를
아주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봤다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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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아~ 이 시인의 마음에도
그 해 겨울 바다의 사건이 상처로 남았구나'
하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더군요.

 

그의 책은 가난과 사랑과 슬픔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었습니다.
이에 시인은 대부분의 그런 슬픈이야기에
속시원하게
"시바"
로 이야기들을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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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중간중간 입춘대길(入春大吉)처럼
웃음을 주기도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는 그의 에세이
<함부로 사랑에 속아주는 버릇>은

아무도 내 슬픈 이야기에 공감해 주지 않을때,
나는 슬픈데 왜 다른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때
슬픈일이 분명 있었는데, 아무도 모르는 것 같을 때,

책을 꺼내 읽으면
책이 내 이야기에 공감해주고 함께 슬퍼해줄 것 같은,
아니 류근 시인이 나에게 공감해 줄 것 같은
책이었습니다.

책을 덮고 다시 앞뒤로 표지를 보는데,
띠지의 사진이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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