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비주얼 클래식 Visual Classic
오스카 와일드 지음, 박희정 그림, 서민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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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4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나 재능만으로 영국의 상류 사회에서 유명인사가 된 오스카 와일드는 동성애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서 2년간의 실형을 살고 나와 곤궁하게 살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한 소설가이다. 그가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연극, 영화, 무용 등으로도 공연되었으며, 영원한 젊음과 미에 대한 욕망과 동성애를 다룬 수많은 예술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 그의 다른 동화작품 [행복한 왕자]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영혼에 대한 관점은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통해 어른들에게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를 주고 있는 듯하다.

 

 

 

소설은 바질 홀워드와 그의 친구 헨리 워튼 경의 대화로 시작한다. 우리는 그들의 대화를 통해 주인공 바질 홀워드가 브랜든 부인의 소개로 도리언 그레이라는 20살 젊은이를 처음 만나게되어 매료당하고 그의 초상화를 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도리언 그레이는 바질을 방문하고 셋은 곧 만나게 되는데...

  예전에 청소년용으로 나온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은 적이 있다. 너무나도 유명한 책이기에 어떤 내용인지 알고 싶어서 선택한 것이 두꺼운 책은 자신이 없고, 그래서 선택한 책이 청소년용으로 나온 작은 요약본이었던 것이다. 그 책을 통해 간단한 줄거리와 큰 주제는 알고 있지만, 곧 이 책을 읽으면서 정말 요약본만 읽은 것이구나를 깨달았다. 줄거리만 안다고 이 소설을 안다고 말하기에는 코끼리의 다리만 보고 코끼리가 이런 동물이야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서민아씨가 번역한 이 책은 번역본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매끄럽게 읽혀서 편안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읽어나가다 보면 헨리와 바질 사이의 대화만 해도 상당히 철학적인 사유를 할 만한 주제를 논리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사회가 가하는 공포심, 그것이 도덕의 기초를 이루고,

신이 주는 두려움, 그것이 종교를 지탱하는 비결인 거지.

p43

 

도리언 그레이의 단순한 질문에 헨리는 인생의 목적, 인간의 본성, 이상, 젊음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도리언 그레이는 순진한 아이에서 벗어나게 되고 세상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된다. 아마도 오스카 와일드는 철학을 심도있게 공부했음이 틀림없다. 그리고 스스로도 세상에 대해 깨달은 순간의 충격을 도리언 그레이를 통해 표현하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누군가 자신의 삶을 충실하고 완벽하게 살아간다면,
모든 감정에 형식을, 모든 생각에 표현을, 모든 꿈에 실체를 부여한다면......
세상은 즐거움이라는 대단히 신선한 충동을 회복하여, 
우리는 중세적 관습으로 인해 빚어진 온갖 병폐를 잊고 고대 그리스의 이상으로,
아니 어쩌면 고대 그리스의 이상보다 더욱 섬세하고 풍요로운 무언가로 회귀하게 되리라 믿네.
p.43

이 후 도리언은 연극배우 시빌을 사랑하게 되나, 곧 그녀의 연기를 사랑한 것이지, 그녀 자체를 사랑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도리언에게 버림받은 시빌은 그날 밤 자살을 선택하고 그 순간, 도리언은 자신의 집에 있는 초상화가 조금 흉측하게 변한 것을 발견한다. 그 모습을 보고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도리언은 시빌에게 용서를 구하기로 마음먹지만, 아침이 되어 시빌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는 이제 아무도 초상화를 보지 못하도록 숨기고 스스로 합리화를 하며 이기적이고 추악한 선택을 하기 시작한다.

 

 

 

 너희의 죄가 진홍빛 같아도 눈같이 희어지리라

 

이렇게 오스카 와일드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졌을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에 대한 잘못된 욕망이 가져올 참혹한 결과를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라는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줄거리는 독특하고도 단순하지만, 헨리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아름다움, 정의, 인생 등에 대한 생각거리를 무한히 제공한다. 인생의 목적은 자기 발전이어서, 자신의 본성을 완벽하게 실현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의 본성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기 발전이라는 말에는 어느정도 동의할 수 있을것이다. 사람이 인생을 통해 발전하지 않는다면 그것또한 슬픈 일이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젊을 때 그 젊음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것처럼, 헨리는 도리언에게 "생각이 한줄 한줄 주름을 패어놓아 이마에서 생기가 사라질 때, 열정이 그 끔찍한 불길로 입술에 낙인을 찍을 때"라는 표현으로 젊음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그리고 결혼하려는 도리언에게 결혼만큼 사람을 이타적으로 만든 것은 없다고 하여 우리의 공감을 얻어내기도 한다. 여자든 남자든 결혼을 통해 가정을 꾸리게 되면 자식이 생기고 그에 따른 책임감으로 헌신하게 되니 말이다. 또한 사람이 행복할 때는 불의를 저지르지 않듯이, 행복하면 선해진다는 그의 말도 와 닿았다. 하지만 선하다고 언제나 행복하지도 않다. 결정적으로 우리에게도 초상화가 생겨서 자신의 젊음을 간직할 수 있다면, 혹은 그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선택 앞에서 망설일 것이다. 이렇게 어쩌면 헨리라는 인물은 오스카 와일드가 도리언의 본성을 꾀어내도록 하는 역할을 위해 자신을 대신해 소설속에 넣은 인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도록 하며, 그의 훌륭한 언변은 우리를 설득하기도 우리를 반박하게 만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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