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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재림
나하이 지음, 강지톨 그림 / 좋은땅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슬프지만, 아름다운 속편

어린 시절 어린왕자를 읽었을 때, 누구나 책을 다 읽고 나서 어린왕자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의 나래를 펼쳤을 것이다. 나 또한 어린왕자가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해보았고, 단지 어린왕자는 자기 별로 돌아가 조금 시들었지만 그래도 아직 되살아날 수 있는 장미를 만나 표독스럽게 말을 하지만 외로움을 느끼며 자신을 그리워한 장미를 다시 정성들여 가꾸어 주고, 장미또한 어린왕자의 빈자리를 느끼고 어린왕자에게 예전보다는 살가운 말을 해주는 것을 상상했다. 그리고 바오밥나무도 예전보다는 커졌지만 늦지 않게 도착한 것과, 작은 화산이 그나마 아직 폭발하지 않은 것에 다행으로 느끼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어린왕자의 재림>을 쓴 작가 나하이는 그런 뒷 이야기를 상상하지 않았나보다. 아니면, 어린 내가 너무 순수하게 세상을 해피엔딩으로 보았거나, 그러기를 바랬나보다. 어른이 된 이후로는 어린왕자의 뒷이야기보다는 세상살이가 더 고달팠으므로 잊고 산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내 작은 별에 바오밥나무 하나
내 작은 별에 자라서는 안 되는 바오밥나무 하나
내 작은 별을 무너뜨리는 바오밥나무 하나
네가 버림으로 얻음을 알았더라면
작아짐으로 커짐을 알았더라면
낮아짐으로 높아짐을 알았더라면
네가 우리에게 남긴 건 오직 하나
바오밥나무의 싹을 키워서는 안 된다는
영원히 잊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 교훈
(p.47)
어린왕자는 다시 자기의 별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새 친구 번데기를 만나지만 곧 장미와 바오밥나무와 자신의 별 B612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새로운 나무와, 화산, 옹달샘이 있는 다른 별을 찾게 되고 그 곳에서 양과 나비가 된 번데기와 싹을 틔운 장미와 함께 지내지만, 곧 조종사 아저씨와 여우를 그리워하고 만다.
그리운 마음에 다시 지구의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면서 전에 들렀던 별들을 다시 들르기로 하는데...
그렇게 어린왕자는 왕의 별에서 훈장하나로 신하가 되어 하기싫은 일을 하며 사는 모습을 보고, 허영꾼의 별에서 자신의 친구가 되기 보단 자신을 경배하려는 아줌마들을 만나고, 무엇을 잊고 싶은지도 모른채 잊으려 술을 마시는 술주정뱅이를 만나고, 돈이면 뭐든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상인의 별, 자신이 하는 일을 버리지 못해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불을 켜는 점등인의 별, 영원한 것만 기록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지리학자의 별을 거쳐 드디어 지구에 간다.

지난 <어린왕자>편에서 거쳐갔던 별을 다시 여행하는 이야기를 읽으며, '역시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아~!'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지구에 들르자 어린왕자는 내가 예기치 못한 사이 바다에 간다. 이 부분이 너무 마음에 들어 멈짓 했다. 사막만 보고 가는 어린왕자가 너무 안타까웠는데, 드디어 아름다운 바다를 보는구나하며 흐뭇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어린왕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을 딱 짚은 느낌!
그렇게 어린왕자는 아름다운 고래를 만나고, 카멜레온의 슬픈 숙명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도시로 가서 수많은 왕들과 신하, 허영꾼과 상인, 지리학자들을 본다. 하지만 여우를 만나기 위해 곧장 사막으로 간 어린왕자는 뱀을 만나 슬픈 소식을 듣게 된다.
사막고양이, 낙타, 조종사, 선인장을 만나지만, 다시 뱀을 만나 눈물이 앞을 가리는 슬픈 결말이 나고 말았다. 그 슬픈 결말은 작가는 아름답게 말로 표현하지만, 내 마음이 슬픈건 어쩔 수 없다. 그리고 어쩔 수 없지만, 슬픈 결말이 너무 어린왕자의 원작과 어울린다는 생각도 했다.
<어린왕자의 재림>은 원작이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을 그대로 이어가면서도,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어른스러운 말을 하며, 이야기의 결말을 슬프면서도 생텍쥐베리도 그렇게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드는 아름다운 결말로 이끌어내었다.
사람들이 나하이의 <어린왕자의 재림>을 읽으면,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가 다시 읽고 싶어지더라는 말에 나도 책을 덮으며 공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