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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24절기 그림책 ㅣ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지호진 지음, 이혁 그림 / 진선아이 / 2023년 1월
평점 :
묵은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으레 달력을 받아보잖아요?
달력을 받으면 연휴가 얼만큼 있는지 체크하는데요, 달력에는 작은 글씨로 입춘, 경칩, 처서, 입동, 동지 같은 절기들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올해는 입춘이 2월 4일이던데, 입춘이 되면 대문에 큼지막하게 '立春大吉'이나 '建陽多慶'또는 '壽如山富如海'라는 한자를 어머니께서 붙이시곤 했는데 ,요즘은 다들 아파트 생활을 하기도 하고 '절기'를 그닥 챙기지 않는 사람이 많다보니 현관문에 이런 글귀를 잘 볼 수 없는거 같아요. 하지만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교과서로 절기를 배워 오거든요 그러면 그 때서야 절기가 뭔지 들춰보는 정도였답니다. 사실 저도 절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왜 정해졌는지를 잘 몰랐는데 <한 눈에 펼쳐 보는 24 절기 그림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답니다.
절기는 무엇일까요?
지구에서 본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일 년을 24개로 나눈 것을 '절기'라고 해요. 농업 사회였던 우리의 조상들은 예로부터 절기를 계절의 기준으로 삼고 농사와 생활에 이용해 왔다는데요 절기에 행해지는 여러 가지 재미있고 뜻깊은 풍습도 생겨났대요.
그럼 절기에는 어떤게 있을까요?
먼저 사계절을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나누어 봄에는 입춘, 우수, 경칩, 춘분, 청명, 곡우가 있고, 여름에는 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가 있어요. 그리고 가을에는 입추, 처서, 백로, 추분, 한로, 상강이 있고, 겨울에는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이 있답니다.
대표적인 절기 몇가지를 살펴보면,
24절기 중 제일 첫 번째로 찾아오는 입춘이에요. 立春 (봄이서다 -- 봄의 시작을 알리는 날)은 양력 2월 3일에서 5일 무렵인데요, 입춘이 되면 새해에 좋은 일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글 (입춘방 또는 입춘첩)을 써서 붙였다고 해요. 입춘대길은 입춘을 맞아 큰 복을 받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붙이고, 건양다경은 밝은 기운이 일어나 기쁜 일이 많이 생기기를 바란다는 뜻으로 붙였대요, 그리고 수여산 부여해는 산처럼 건강하고, 바다처럼 넉넉하라는 뜻으로 붙여다고 해요. 궁중에서는 햇나물을 눈 밑에서 캐내서 임금에게 바치는 오신반을 내 놓았고, 백성들은 입춘에 햇나물을 뜯어 무쳐 먹는 풍속이 생겨났다고 해요. 오늘날에도 입춘이 되면 마트에 햇나물들이 마구마구 나오는 걸보면 사람들이 입춘에 봄나물을 많이 먹는다고 볼 수 있어요.
두 번째로 찾아오는 雨水는 한자어처럼 (비 우, 물 수) 눈이나 얼음이 녹아서 비나 물이 된다는 뜻으로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때를 알려 줘요. 옛 조상들은 우수가 (양력 2월 18일이나 2월 19일) 있는 달인 정월에 장 담그기를 했는데 이 때 담그는 장을 가장 으뜸으로 생각했다고 해요. 그리고 우수 무렵 대보름 (음력 1월 15일)이 있는데, 이 때는 지난해 농사지은 쌀, 팥, 조 콩, 수수등으로 오곡밥을 지어 먹으며 묵은 나물을 불려 무치고, 봄나물 (달래, 냉이 봄동)도 무쳐 먹곤 했답니다.
24절기 중 열한 번째 절기인 小暑는 양력 7월 7일이나 8일 무렵인데 소서(작을 소, 더울 서)는 말 그대로 작은 더위를 뜻하는데 하지 다음에 오는 절기로 여름 장마가 시작되는 시기랍니다.
농사를 짓던 농업 사회에서는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소서에는 여름 과일과채소 그리고 밀을 수확해 음식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고 해요.
열세 번째 절기는 가을을 알리는 立秋예요. 아직 더위가 다 가시지는 않았지만 서늘한 바람이 불어와 차츰 무더위가 꺾이겠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는 때가 바로 입추(설 립, 가을 추)랍니다. 그런데 가을을 알리는 입추가 말복 몇 일 앞에 있는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이것은 정해지는 기준이 달라서 그렇다고 해요. 입추는 양력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기간을 일 년으로 정함)을 기준으로 미리 정해져 있고, 말복은 음력 (달이 지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한 달로 점함 )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라고 해요.
열네 번째 절기는 處暑예요. 처서 (곳 처, 더위 서)는 아직 더위가 머물러 있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다르게는 더위를 마무리 짓거나 멈추는 날로 본격적인 추수를 앞두고 논두렁의 풀을 베어 주거나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되었는데, 처서가 되면 장마등으로 눅눅해진 옷이나 책을 꺼내 햇빛과 바람으로 말려주는 '포쇄'를 했다고 해요.
절기 스물두 번째는 우리가 가장 많이 아는 冬至예요. 동지 (겨울 동, 이를 지)는 겨울다운 겨울이 되었다는 뜻으로 양력 12월 21일이나 22일 무렵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동지를 작은 설로 부르며 설날에 버금가는 날로 여겨 여러 행사를 벌이기도 했어요. 그리고 동지에 팥죽을 쑤어 먹은데 동지는 밤이 길고 낮이 가장 짧아 귀신의 활동이 왕성하기에 팥죽을 쑤면 밝고 따뜻한 기운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팥죽으로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대문이나 벽에 뿌리면서 새해에 큰 탈이 없기를 기원했답니다.
<한 눈에 펼쳐보는 24절기 그림책>은 우리에게 잊혀져 가는 조상의 지혜와 풍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인거 같아요.
열두 달의 시간 속에 계절을 알고 그 계절이 또 다른 계절로 넘어갈 때 어떤 기후의 변화가 있는지, 어떤 기상의 변화가 있는지 그로 인해 옛 사람들의 생활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상세히 알려주고 있어서 아이와 함께 책장을 하나하나 넘기며 '아~~그렇구나! 그래서 이런 걸 하는구나'라는 생각도 해 보았고, 절기의 이름이 낯설었는데 한자를 통해 의미와 뜻을 새롭게 이해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읽는다는게 새삼스레 와 닿았답니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면서 계절의 변화가 사람들의 생활에는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농사를 짓거나 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절기의 중요성이 살아 있는것처럼 우리 아이들과 조상의 지혜로 만들어진 절기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한 눈에 펼쳐보는 24절기 그림책>을 읽는다면 이해하는것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본 서평은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