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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정청래 지음 / 푸른숲 / 2016년 9월
평점 :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
삶을 살아가면서 제일 골치아픈 문제는 아마 "정치"가 아닐까 싶다. 어떤 때는 나와 상관 없는 듯 싶다가도 어느샌가 내 문제로 대두되는 것이 정치이기 때문이다. 관심을 깊게 갖자니 오지랖 같기도 하고, 외면하자니 권력자들의 횡포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그럴 바에야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수밖에.
나라가 존재하고 나라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이슈들에 모든 국민들이 의사를 밝히고 그것들이 조정되어 투표로 결정할 수 없기에 국회의원을 선출하여 그들로 하여금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하고 국가의 권력이 "국민"에게 있으므로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아 국가행정기관들을 감시하고 나라살림을 잘 꾸리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이 국회의원의 "할 일"일 것이다. 예전에는 국회의원이 열심히 일하는 줄 몰랐었다. 왜냐하면 TV나 신문 등 기성언론에서 다뤄주지 않으면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몸싸움이나 하고, 대기업들의 손을 들어주는 법들을 날치기 통과시키는 등 안좋은 이슈들만 TV뉴스나 신문에서 주로 다뤄 이른바 "정치혐오"라는 것이 생겨 정치에 관심을 멀리하게 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요즘은 SNS를 통해 국정이슈를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뉴스나 신문에서 다뤄주지 않아도 SNS를 통해 이른바 편집되지 않은 날 것의 정보들을 직접 접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뉴스나 신문의 지형도 달라졌다. 9시 뉴스나 아침 신문에서 속보나 호외를 보지 않았고 뉴스는 시간의 제약에서, 신문은 지면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심층보도를 얼마나 길게 하든 상관 없게 된 것이 인터넷 언론 지형이다. 거기에 SNS가 결합되니 어떤 이슈가 퍼져나가는 것이 순식간이다.
하지만 이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가 큰 것 같다. 국회의원이라고 하면 너무나 먼 당신 같은 느낌이다. 나도 요 몇 년 사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관심이 가는 몇몇 정치인들이 생겼다. 그 중의 한명이 바로 "정청래" 前 국회의원이다. 야당 정치인임에도 불구하고 여당이나 행정부의 잘못된 관행이나 결정에서 대해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사회의 약자들 편에 서는 모습들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아니 예전에도 그런 정치인들이 있었겠지만 뉴스나 신문에서 다뤄주지 않으니 알 수가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SNS로 날 것의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세월호 등 여러 국가적 이슈들에서 자신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약자들 편에 서는 국회의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국회의원이 너무나 먼 당신이 아니라 내 삶에 꼭 필요한 존재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일들을 처리하는지, 내 삶에 억울한 문제가 닥쳤을 때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었다. 책 제목처럼 "국회의원 사용법"을 유권자들이 알게 되면 더 많은 민원이 빗발칠 것이고 그러면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이 더 바쁘고 힘들어질테니까. 그런면에서 "정청래의 국회의원 사용법"은 의미가 크다.
교과서에서 말해주는 국회의원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8년 동안 국회에서 일하면서 경험한 생생한 정보가 담겨져 있는 국회의원 이야기이니 뜬구름 잡는 이야기도 아니다. 국회의원이 치열하게 살아가는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에서 말하는 이야기는 분명하다. "국회의원은 정부기관 등 행정기관을 대할 때는 국민의 권력을 위임받은 갑이지만 국민 앞에 설 땐 한 없는 을"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 앞에서는 유권자가 갑이다. 국민이 이제 국회의원을 상대로 "갑질"을 해달라고 호소하는 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국회의원이 좋은 국회의원인지, 나쁜 국회의원인지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정청래 前 의원은 유형별로 좋은 국회의원과 나쁜 국회의원을 구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아마 이 책에서 제시한 유형들을 지금의 국회의원들에게 접목해 보면 아마 다 들어맞을 것 같다. 여기에 국회의원이 되었다면 어떤 국회의원이 되어야 하는지 여기에 대해서도 유형별로 정리해 놓았다. 이것은 국회의원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권자가 자신의 지역구의 국회의원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나갈지에 대한 방법론 같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한다면 어떤 마음의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권말부록에 있는 2017년 대선 승리 비법은 꿀팁이다. 어찌됐던 SNS가 선거의 판도를 움직일 것이라는 것이다.
어떤 제품이든 "매뉴얼"을 정확하게 알아야 고장 없이 잘 사용할 수 있고, 고장이 나더라도 어느 부분을 수리해야 할지 알 수가 있다. 정치가 잘못됐다고 말하기 전에 "국회의원 사용법"으로 매뉴얼을 잘 공부해야 유권자가 똑똑해지고 관심을 가져야 국회의원들이 더 열심히 일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잘못되었을 때 매뉴얼에 기초해 잘못된 부분을 수정할 수 있다. 국가의 권력은 국민이다. 국민이 관심갖지 않으면 도둑놈들이 그 권력을 훔쳐간다. 그 손해는 오로지 국민의 부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