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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줄 생각은 없었어 - 우리가 지나쳐 온 무의식적 편견들
돌리 추그 지음, 홍선영 옮김 / 든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커피는 여직원이 타야 한다.’는 말은 입사 이래 골백번은 들은 것 같다. 남직원들은 반발할 수도 있다. 힘쓰는 것은 남직원들이 앞장서서 하지 않느냐고.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무리했다가 파스를 붙인 날도 있었다.
‘커피=여직원, 힘=남직원’
생물학적 특성으로 인해서 남직원이 힘이 세기는 했지만, 언제부터 이러한 공식이 사회에 생긴 것일까.
이런 편견에 사로잡힌 공식이 존재하는 것은 비단 여기, 대한민국의 얘기는 아니다. 물 건너 민주주의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미국에서도 이러한 공식은 존재한다. 달리기는 흑인, 고위급 관리자는 백인들이 차지하고, 많은 인종이 ‘하나의 미국’을 위해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非백인’을 위한 서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미국은 백인을 위한 나라라는 듯이.
저자는 흔히 말하는 ‘유색인’으로 미국에서 살아가면서 편견에 사로잡힌 무의식적인 행동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말하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고정화된 역할을 강요하는 것을 심리학자들은 ‘온정적 차별’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온정적 차별이 인지되지 못하고 계속될 때 사회적 차별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발화자들은 분명 ‘좋은 의도’로 발언을 했을 것이다. 사회가 우리에게 고정된 역할을 가르쳤고, 문제없이 배운 대로 살아왔으니 그러한 발언을 한다 하더라도 크게 문제되지 않을 것이다. 이 지점에서 멈추는 것을 ‘고정적 사고’라고 하는데 이 역시 우리가 지향해야 할 태도이다.
미국의 상황을 중점으로 작성되어 있어서 대립되는 지점들은 인종적인 부분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를 우리나라에 적용해서 읽는다면 아마 남성과 여성이 대척점을 이룬 사회를 볼 수 있다. 예전에 비해 성에 대한 개념이나 역할에 대해 제도적, 인식적 측면에서 많은 개선과 발전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성’에 대한 문제가 일어나면 ‘뜨거운 감자’이다.
무엇을 하든, 어디에 있든 ‘상처주지 않고, 모두가 화합하는 조직’은 이론서에나 나올법한 유토피아일 것이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사회를 발전시키고, 내 자식이 그러한 사회에서 일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싶다면 나부터 작게나마 의식적으로라도 행동하고 발언을 해야 함은 분명하다. 일상에 만연해 있는 무의식적 편견들의 위험함을 깨닫고 성장하기 위해 읽어 볼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