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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작은 미술관 - 골목길에서 만나는 예술가들의 삶
김정화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5월
평점 :
개인적으로 이 책의 매력은 교과서적인 작품 해설에 그치지 않고, 작품 뒤에 숨겨진 예술가의 ‘인간적 순간’을 포착한다는 데 있다고 생각되었는데요. 저자는 로댕 미술관 마당에서 마주한 〈우골리노〉 조각을 통해 인간 존엄성의 파괴라는 비극적 주제를 던지더라고요. 로댕하면 딱 떠오르는 <생각하는 사람〉이나 〈지옥의 문〉이 아니라 말이죠. 이렇게 숨겨져 있는 로댕의 작품을 안내하였기에 작은 미술관이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는 예술가의 '이름'을 아는 것일까요, 아니면 그가 치열하게 고민했던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일까요? 1840년, 모네와 졸라, 차이코프스키와 같은 별들이 동시에 태어났던 그 경이로운 해에 태어난 로댕이 왜 그토록 처절한 인간의 본성을 빚어내야 했는지, 저자는 독자의 손을 잡고 미술관 건물 깊숙한 곳으로 안내하는 것 같았습니다. 185페이지에 등장하는 ‘귀스타브 모로’의 이야기는 개인적으로 이 책이 단순한 가이드북을 넘어선다고 생각되었는데요. 24세의 젊은 모로가 스스로를 평가하며 쓴 문장들은 오만함이 아닌, 예술에 대한 숭고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더라고요. 특히 모로가 말년에 제자들에게 남겼다는 "나는 다리입니다. 여러분은 지나가거나, 혹은 지나가지 않을 겁니다"라는 문장은 인상깊네요.

예술가는 정착지가 아니라, 그다음 세대를 더 넓은 세계로 건너가게 하는 매개체라는 그의 철학은 귀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거창한 예술 담론보다는 화가의 집 창가에 비친 햇살, 화실 구석에 놓인 낡은 팔레트처럼 소박한 풍경들을 통해 예술을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것 같습니다. 파리 여행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이 책을 통해서 한가로이 미술관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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