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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보이는 건축
방명세 지음 / 나비의활주로 / 2026년 6월
평점 :
콘크리트 건축물을 볼 때 사람이 전혀 연상되지는 않는데 이 책은 사람이 보이는 건축이라니 매우 낭만적으로 느껴져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분은 건축의 본질이 화려한 외관이나 기술적 성취가 아닌, 그 공간을 만들고 채워가는 '사람'에 있음을 담담하면서도 묵직하게 이 책에서 일깨워 주고 있더라고요. 책의 표지에서부터 자신이 주목하는 곳이 화려하게 완성된 조감도가 아니라, 먼지와 땀방울이 뒤섞인 '건축의 과정'이자 '사람의 손길'임을 분명히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방명세 짓고 그리다'라는 문구처럼, 저자는 글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현장에서 직접 손으로 기록한 스케치를 통해 건축의 온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고 있었는데요. 실물로 책을 받아 본 한 사람으로 책의 편집이 독특합니다. 옆면의 띠지가 없는 표지라고 해야 할까 책의 내용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표지라고 개인적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저자의 이력과 드로잉은 이 책이 지닌 진정성의 깊이를 더해주는 것으로 저는 봤는데요. 정림건축 공채 입사 이후 설계, 기획, CM(건설사업관리)까지 두루 거치며 현재 정림CM건축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저자는 내로라하는 엘리트 건축가이었더라고요. 하지만 그의 시선은 높은 자리에만 머물지 않고 코이카(KOICA) 사업을 통해 아이티, 콩고, 볼리비아, 에티오피아 등 전 세계 10여 개국의 척박한 현장을 누비며 20년간 20권이 넘는 출장수첩에 메모하고 스케치를 남겼다고 합니다.

저자에게 건축이란 단순히 건물을 올리는 일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들의 삶의 터전을 짓는 숭고한 여정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저자는 복잡한 요구를 한 장의 도면에 담고 구조와 설비, 사람의 동선을 정리하는 건축의 과정이 어릴 때 하던 '낙서'와 다르지 않다고 깨달았다고 하는데요. 본질은 같고 내용이 달라졌을 뿐이라는 그는 담백한 고찰은 건축이라는 학문을 한결 친숙하게 느끼게 하더라고요. 특히 가슴을 울리는 대목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묻어나는 서사인데요. "집안 형편에 형과 내 학비를 동시에 댈 수는 없었다. 내가 합격하자 형은 휴학을 해야 했다. 형편을 누구보다 잘 아는 형이었다." 이 문장 아래 배치된 빛바랜 흑백 사진 속 '성북동 시절 사형제'의 모습은 뭉클하게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성공 뒤에 가족의 희생이 있었음을 잊지 않는 그 겸손함과 따뜻함이, 훗날 거친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을 귀하게 여기는 '사람 중심의 건축관'으로 이어졌다고 하네요. 차가운 콘크리트 벽 뒤에 숨겨진 수많은 이들의 땀방울을 알아채는 순간,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거대한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화려한 건축학 개론에 지친 이들, 혹은 팍팍한 일상 속에서 인간미 넘치는 진솔한 기록을 읽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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