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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한다는 착각 -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의 반격
프랑크 베스테르만 지음, 정신재 옮김 / 다산초당 / 2026년 5월
평점 :
멸종위기 동물 보호에 관한 책이더라고요. 그런데 다른 책과 달리 단순히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자는 온정주의적 호소는 아니었습니다. 부제인 '멸종에서 살아남은 일곱 동물의 반격'이 보여주듯, 인간 중심적인 시선에서 '자연을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믿어온 인간들이 만든 가짜 공존에 대한 부분을 해체하는 내용이더라고요. 저자는 인간이 그어놓은 통제의 선을 무너뜨리며 살아남은 동물들의 생생한 기록을 통해, 진정한 자연의 경외감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155페이지에 등장하는 '실뱀장어'의 이야기는 인간의 통제 욕구와 생명의 경이로움이 어떻게 대치하는지 보여주더라고요. 연구자들은 포회된 실뱀장어들에게 분홍색, 노란색 등의 염료를 주입해 표식을 남기고 회복 수조에 담아두더라고요. 인간의 눈에 그들은 그저 마취제에 취해 "미동도 없이 몽롱한 상태로 실험실 양동이 속에 담겨 있는" 통제 가능한 실험 대상일 뿐인데요. 그러나 인간의 연구실 밖에서 이 조그마한 생명체들이 보여주는 생존의 의지는 경이로웠습니다. 10센티미터도 채 되지 않는 작은 실뱀장어가 인간이 방류한 지 불과 13일 만에 무려 30킬로미터나 이동한다는 사실은 상상도 못할 일인데요.

인간은 그들의 조그만 머릿속에 도대체 무엇이 들었는지 다 안다고 착각하지만, 실뱀장어들은 자연의 거대한 흐름(조류)을 이용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길을 찾아가더라고요. 19세에 이 일을 시작해 60대가 넘도록 장어를 관찰해 온 판 오스의 삶이 보여주듯, 자연을 관찰하는 일은 결국 인간이 자연을 완벽히 지배할 수 없음을 깨달아가는 겸손의 과정이라고 합니다. 이밖에도 다양한 종들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네덜란드권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켄본문학상 최종 후보작이자 핀트로상 수상 작가인 프랑크 베스테르만은 특유의 저널리틱하면서도 문학적인 필체가 더 책의 내용을 잘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이 글은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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