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트 키즈 -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 젊은 날의 자화상
패티 스미스 지음, 박소울 옮김 / 아트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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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의 방향이 바뀌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모르던 걸 알게 되었다라기 보단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됐다. 돈벌이, 주거문제, 소비생활 등등 영화를 꿈꾸던 시절에는 거의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자주 생각하게 됐다. 하지만 세상살이가 끔찍한만큼 이런 생각의 결론은 노답과 우울이다. 현실적인 여건들을 생각하면 할수록 답이 없고 남들은 어떻게 살까 조금이라도 둘러보면 우울해진다. 나는 내가 시험에 합격하고, 직업이 생겨도 계속 영화를 꿈꾸고 그 속에서 살아갈 줄 알았다. 이렇게 내가 현실의 눈을 금방 뜨게 될 줄 몰랐다. 예전의 내가 그리워졌다. 영화 일을 꿈꿨던 내가 그리운 게 아니라 이런 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지내던 시간이 그립다. 그때처럼 ‘어찌어찌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큰 욕심 없이 주어진 것에 만족하던 때로 돌아가고 싶다.


그런 생각들로 약간의 우울을 느끼며 지내던 중 유튜브 편집자K에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편집자K님이 책과 관련된 40문 40답을 하던 중 이 책의 한 대목을 말씀해주셨는데 그 이야기가 귀에 확 꽂혔다. 패티 스미스와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연애 이야기였는데, 이들은 미술관 티켓을 한 장밖에 살 수 없을만큼 무척 가난했고, 그 때문에 한 명만 전시를 보러 들어가고 다른 한 명은 밖에 기다렸다가, 전시를 보러 들어간 사람이 나오면 나중에 말로 전해 들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내 안에 다 죽어가던 낭만이 갑자기 불타올랐다. 현실이 시궁창이어도 다른 방식으로 삶을 영유하는 그 낭만. 막상 책에서 직접 본 그 대목은 아름답기보다는 애잔했지만.. 그래도 돈이 없어도 소중한 것들을 이어가는 그 모습이, 주차 미터기 옆에서 담배 피우는 로버트를 전시관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패티의 모습이 내가 잊고 있던 걸 깨워줬다. 연인 관계를 정리한 이후에도 영혼의 친구처럼 지내면서, 패티는 로버트를 생각하며 시를 써주고, 로버트는 패티의 앨범 커버 사진을 찍어주니... 정말 멋진 우정이다.


어떤 날은 미술관에 갔다. 티켓 한 장밖에 살 돈이 없었던 우리는 한 명만 들어가 전시를 보고 나와 어땠는지 이야기해주곤 했다. 어페이스트사이드로 자리를 옮긴 새 휘트니 미술관에 간 날은 내가 들어갈 차례였다. 미안해하며 들어가서 전시를 봤지만, 지금 내 기억 속에는 그날 미술관 건물의 거대한 창 너머로 건너편 주차 미터기에 기대 담배를 피우던 로버트의 모습밖에 남아 있지 않다. 전시를 보고 나와 전철역으로 걸어가던 길에 로버트는 나에게 말했다. “언젠가 우리가 함께 저 미술관에 들어가는 날, 그날은 우리 작품이 전시되어 있을 거야.” (p.69)


책을 읽으면서 가난 속에서도 예술의 열정을 놓지 않는 두 사람의 이야기도 너무 좋았지만, 첼시 호텔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을 만나 서로 교류하는 모습은 요즘처럼 SNS가 사교의 기반이 되고 코로나 때문에 얼굴 보며 만나기 어려운 시대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졌다.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고, 다른 예술가를 소개해주고, 서로의 전시를 보러가고, 서로의 방에 놀러가고, 함께 작업을 하고... 같은 호텔 건물에서 각자 숙박하며 그런 커뮤니티를 꾸려간다는 게 재밌어 보였다. 또 패티가 예술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여러 고민들에 대해서도 공감하며 읽었다. 예술의 무용함에 대한 회의감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할까에 대한 생각들...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려고 앉으면, 베트남 전쟁같이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바깥세상에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노력이 어떤 의미도, 도움도 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정치적인 운동에 가담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내가 추구하는 바가 세상에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또 다른 형태로 관료주의에 영합하는 일이 아닐까 싶은 불안에 휩싸여, 가능하면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깨어 있고 정의로운 운동에도 참여하려고 노력했다. (p.91)


그리고 패티가 마약도 전혀 안하고, 예술을 좋아하는 내성적인 청년이라 의외였다. 예술가라면 엄청 자유분방하고 패기로울거라는 나의 선입견이 아직도 남아있나보다. 처음부터 가수를 꿈꿨던 것도 아니고, 랭보를 무척 좋아하며 시를 열심히 쓰는 시인이었는데, 자신이 쓴 시에다가 멜로디를 붙이면서 음악을 시작했다는 게 놀라웠다. 로버트도 그림을 그리다가 우연히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처럼 패티도 큰 야망을 가지고 음악을 한 것이 아니었다. 로버트뿐만 아니라 샘과 같은 주변 사람의 영향을 받아 자신의 예술적 태도를 다져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예술가에게 고독은 필요하지만 고립은 좋지 않다는 걸, 외골수적인 태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이야기 속에서 카발은 범죄자다. 슬림을 납치해 자기 은신처에 가둔다. 둘은 사랑에 빠지고, 옥신각신하고, 자기들만의 언어를 만들어 즉흥 시를 읊는다. 즉흥시를 읊으며 둘이 시적 언어에 대해서 논쟁하는 부분을 써 나갈 땐 내가 자신없어 했다. “못하겠어요. 뭐라고 써야 할지 모르겠어요.”

“뭐든 내뱉어봐.” 그가 말했다. “즉흥적으로 하면 실수도 안 해.”

“내가 다 망쳐버리면요? 맥을 끊어버리면요?”

“안 그럴 거야.” 그가 말했다. “드럼 치는 것과 같아. 박자를 놓치면, 다른 음악이 나오지.”

이렇듯 단순하게 번갈아 가며 작업하면서 샘은 나에게 즉흥 창작의 비법을 가르쳐주었는데, 그건 일생을 통해 추구하는 바가 되었다. (p.245)


책을 다 읽고나선 앤디 워홀이 궁금해졌다. 로버트는 앤디 워홀을 동경했고 자신의 롤모델으로 삼았지만, 패티는 앤디 워홀을 좋아하지 않았고 그의 작품도 이해할 수 없었다는데, 당시 예술가들의 예술가였던 그는 누구인가. 그리고 로버트가 폴라로이드로 사진을 시작했다고 하니, 나도 폴라로이드 사진이 찍고 싶어져서, 예전에 사놓고 잊고 있었던 카메라 어플을 오랜만에 사용해봤다. 기대보다 결과물이 마음에 들어서 혜윤이 사진 엄청 찍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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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람들
박솔뫼 지음 / 창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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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실린 <매일 산책 연습>과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을 읽고 싶어서 산 책인데, 다른 단편들도 잘 읽었다. 박솔뫼의 소설은 너무 오랜만이라 특이할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생각보다 특이했고 또 생각보다는 특이하지 않아서 술술 읽었다. 읽는 중에는 홀린듯이 매혹되어서 매 단편마다 후루룩 읽어갔지만, 또 읽는 기분이 그렇다는 거고, 책에 실린 소설을 다 읽는 데는 엄청 오래 걸렸네. 다 읽고나니 머릿속에 명확한 사건이나 인물이 남아있진 않았고, 괜히 나도 소설 따라 도넛 먹고 커피 마시고, 산책하고, 호텔의 정갈한 침대에 눕고, 동면을 취하고 싶어졌다. 소설이고 픽션이지만 일기 같기도 하고 과거의 사건이나 전해들은 이야기를 일상으로 끌어와 무심한듯 하지만 그냥 지나치지도 않으며 조금은 끈질기게 이야기하는 게 낯설고 독특했다. 소설 속 주인공들은 과거에 어디서 보고 듣고 읽은 사건에 대해 호기심을 갖고 있는데,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건물에 들어가보고 산책을 하는 게 삶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또 그것들이 좋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하지 않다보니, 불쑥 그런 일상 속에 과거의 사건들이 겹쳐보이는 게 읽으면서 공감이 되었다. 문장도 특이해서 읽는 사람이 스스로 끊어 읽지 않으면 으응?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도 있지만 아니, 사실 끊어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문장들이 왕왕 있었는데, 근데 그게 또 스트레스가 아니라 하나의 읽는 재미였고, 묘한 쾌감까지 줘서 나도 이렇게 말 안되는 문장들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깜짝 놀라는 문장들도 발견하고.


이 부분을 읽다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 와야 할 것들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지금에서 그것을 지치지 않고 찾아내는 사람들은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시간을 끊임없이 바라보고 와야 할 것들에 몰두하고 사람들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하는 이들은 와야 할 것이라 믿는 것들을 이미 연습을 통해 살고 있을 것이라고. 어떤 시간들은 뭉쳐지고 합해지고 늘어나고 누워 있고 미래는 꼭 다음에 일어날 것이 아니고 과거는 꼭 지난 시간은 아니에요. (p.176, <매일 산책 연습>)


<매일 산책 연습>이랑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은 제목이 너무 맘에 들어 궁금했는데, <매일 산책 연습>은 역시 제목만큼 좋았고, <영화를 보다가 극장을 사버림>은 제목처럼 재기발랄한 소설이 아닐까했는데 그런 소설 전혀 아니었고 내가 박솔뫼를 아주 모르는구나 그런 생각을 했고 그래도 영화 이야기이고 감독 이야기라서 재밌게라기보단 조금은 짠하게 읽었다. 그리고 소설 속 감독들이 찍은 영화가 궁금해졌지... <건널목의 말>도 정말 좋았는데, 동면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았고, 건널목에서 마주친 조깅하는 백인 남자와 자전거를 탄 남자가 서로 지나가면서 대화하는 걸 엿듣고 혼자 생각하는 장면이, 그게 또 비슷하게 변주되어 반복되는 구성이 약간 홍상수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했고, 홍상수가 아니어도 영화처럼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져서 기억에 남는다.


소설을 다 읽고 책 뒤에 실린 강보원의 해설도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픽션과 현실에 관한 부분에서 박솔뫼의 전작인 <겨울의 눈빛>에서 인용한 문장이 인상적이었다. "나는 지금 일어나는 그 사건, 바로 그 일을 자신의 눈으로 본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마음에 피로와 기만을 느꼈다" 이 문장을 읽고 <겨울의 눈빛>도 읽어보고 싶어졌고, 예전에 같이 일한 감독님 생각나서 갑자기 피로해졌네. 소설 전체적으로 산책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고, 낯선 곳을 혹은 익숙한 곳을 방문하는 게 내가 이번 여름에 열심히 대구를 걷던 시간을 떠올리게 했고, 소설을 다 읽고나니, 나도 이제는 전투력을 가지고 혼자 걷기보다는, 좀 더 편안하게 산책하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과 건물에 호기심을 갖고 걷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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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의 주문 - 일터의 여성들에게 필요한 말, 글, 네트워킹
이다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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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어느 바쁜 일주일에서 비롯된 독서. 11월에는 신규연수가 있어서 평일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수업을 들어야 했는데, 그 시기에 한 주 내내 약속이 있던 때가 있었다. 바쁜 와중에 일주일에 약속이 7개나 있다니... 내 인생에 이런 적이 처음인 것 같은데... 시험준비와 코로나, 군대 등등의 이유로 오랫동안 얼굴을 못 본 친구들을 만났고, 못 본 사이 각자의 상태나 환경이 많이 변해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꾸준히 만나고 싶은 친구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못 본 사이 서로 너무 멀어져 앞으로는 보기 힘들 것 같은 친구도 있었다. 이런 빡센 일주일을 보낸 후 갑자기 ‘사교주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이다혜 기자가 한 말 같은데... 이런 게 사교주간인건가. 이렇게 일주일 동안 사람을 몰아 만나는 게? 


사교에 대해 말해보자면, 나는 사교에 많이 서툴고, 나의 인간관계란 소속과 공간에 지나치게 얽매여 있어서 그곳을 벗어나면 그때 만난 인연을 잘 이어가지 못한다. 어렸을 때도 친구는 학교에서만 만나는 존재였고, 학교 끝나고 따로 친구와 노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러다보니 분명 내가 좋아하고 계속 보고 싶은 사람들이지만, 공간과 소속의 접점이 없어지게 되면 그들은 곁에 없고 나혼자 그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하고 그리워하고 있었다. 한동안 사회생활을 하지 않아 인간관계가 다 끊긴 나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 먼저 연락해 보았다. 그중에는 내 근황을 전혀 모르고 있던 친구도 있었고, 시험이 잘 끝났나 궁금했다는 친구도 있었다. 연락을 했지만 상대방이 바빠서 약속을 잡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아직 연락을 못해본 친구도 있다. 연수 기간 동안 이렇게 연락을 돌리면서, 먼저 연락하는 스스로가 익숙하지 않아 매번 마음을 가다듬었고, 실제로 만났을 때도 오랫동안 못 만난 시간의 간격을 메우기 위해 힘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직접 얼굴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니, 역시 인생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는 걸 느꼈다. 친구들은 소중해! 그리고 이를 지속하기 위해선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구나. 이다혜 작가는 4~6개월에 한번 꼴로 이런 사교주간을 갖는다는데, 의도치 않게 사교주간을 경험해 본 나로서는 꽤 괜찮은 팁인 것 같다. 친구들을 한 주에 몰아 만나는 것의 장점은 혹시나 만남으로 인해 기가 빨리게 될 경우(내향인은 이런 일이 종종 있소), 다른 친구와의 만남을 통해 그 기빨림을 사그라들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 번의 만남에서 내가 한 말실수나 적절하게 리액션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다른 만남에서 저지른 실수와 아쉬움들로 달랠 수 있다는 것. 이게 뭔가 싶겠지만 나는 그랬다. 기빨림은 다른 기빨림으로 이겨내고, 실수는 또 다른 실수로 이겨내기... 


이처럼 사교주간에 대해 알고 싶어서 읽게 된 책이었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내가 잘 모르던 세계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다. 일하는 여성을 주요 독자로 삼고 쓴 이 책은, 직장에서 만연하는 여성차별과 여성들의 힘겨움에 대해 에두름 없이 이야기한다. 또한 직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떻게 일을 하고 관계를 유지하는지에 대해 실용적이고 중요한 팁들을 많이 알려준다. 나의 경우엔 앞으로 공무원 생활을 할테니 40세가 넘으면 회사를 나와야 한다는 분위기나, 임금차별에 대한 부당함에 대해선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정말 다행인 건가. 이걸 다행이라고 말해도 되는 건가.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사기업의 여성 노동자에 대한 대우가 너무 열악해 내 일이 아님에도 화가나고 안타까웠다. 책 속의 여러 고충과 고난을 읽으면서, 내가 겪는 일이 아니라고 남녀차별이 심하지 않다고 말하지 않기로 다시 한 번 더 다짐했다. 일터의 차별은 차원이 다르구나. 지금까지 내가 가정과 학교에서 겪은 차별은 ‘이 정도는 참을 수 있지’, ‘그래도 어른들이 나를 위한다고 하는 말’이라는 생각으로 넘어간 적이 많았는데, 일터의 차별은 적나라하고, 생존까지 위협한다. 연수를 받으면서 다른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출산 후 일을 그만두고 다시 공무원 시험을 쳐서 들어온 여성분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아이를 안정적으로 키울 수 있는 직장은 공무원 밖에 없다는 한 동기 분의 말씀이 생각나네. 결혼과 출산이 아니어도 공공기관이나 여초 회사가 아닌 이상 일터에 남아있는 40대 이상의 여성은 매우 드문데, 이 모든 것은 다행인 게 아니라 화가나는 거고, 바꿔야 하는 거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나이 들수록 점점 더 심하게 기운다. 집에서 차별 없이 컸어도, 학교에서 차별 없이 성적으로 인정받았어도, 사회생활하면서는 달라진다. (p.146)


사기업의 열악한 환경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사기업이어서 부러운 점도 많았다. 커리어를 쌓는다거나 다른 사람들과 협업을 통해 기쁨을 얻는 일은 내겐 먼 일이다. 내가 할 일은 법과 규칙을 엄격하게 준수해야 하는 일들이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할 기회도, 커리어를 쌓을 만한 일도 거의 없다. 그래서 일잘러 이다혜 기자의 이야기를 동경과 대리만족의 마음으로 읽었다. 그리고 꼭 일과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 근거 없는 자신감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말들 같아 새겨들었다. 


근거 있는 자신감을 갖추려고 업무에서 노력하는 것은 내가 존경하는 능력자들의 가장 멋진 자질이다. 하지만 때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필요할 때도 있다. 갖춘 것보다 못 갖춘 게 많은 시절에는 특히 그렇다.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스스로를 판단하면 할 수 있는 일보다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다. 될지 안 될지 모르고 덤비는 호기로움은 현실주의자들이 평생 갖지 못할 기회를,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준다. 현실에 기반을 두고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돌다리를 건설하면서 돌다리 전문가가 될 수도 있지만, 허술해보이는 다리라 해도 냅다 뛰어가다가 이전에 상상도 못 했던 삶을 사는 사람들도 있다. 다리가 무너져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그곳에서. (p.214)


한 달 뒤면 나도 꼼짝없이 노동자가 된다. 매일 출근을 하고, 직장 동료들과 오랜 시간을 보내고, 나의 실수 때문에 죄송하다고 말해야 할 날도 오겠지. 설렘이나 걱정보다는 차분한 마음으로 발령을 기다리고 있다. 그사이 잠시 엿본 사기업의 일잘러 이야기는 너무 존경스럽고 본받고 싶은 내용들이었네. 든든한 선배의 귀한 팁들을 얻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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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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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하면 조금은 복잡한 마음이 든다. 환경은 정말 우리 생활과 밀접해서, 먹는 거, 입는 거, 사는 거, 쓰는 거 등등 어느 하나 환경과 관련 없는 게 없으니... 내가 일상 생활에서 선택하는 것 하나하나가 환경과 관련있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나의 작은 선택이 정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까? 이 미미한 한 인간이 플라스틱을 하나 더 썼다해서 정말 지구가 그만큼 많이 나빠질까? 라는 생각도 들고... 또 내가 열심히 일회용품을 안 쓰고, 배달음식 안 먹으면 뭐하냐...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지구를 오염시키는데...라는 허탈감도 들고. 이렇게 환경문제는 내게 풀기 어렵고 막막한 문제처럼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이번 신규연수 과정 중에 읽게 된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통해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환경문제에 대해 얼마나 겉핥기식으로 생각하고, 안일하게 여겨왔는지 반성했다. 무엇보다도 환경문제는 감정적으로 대처해야하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따지고, 효율을 생각하며, 우선순위를 살펴야하는 문제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생활 속에서 분리수거를 잘 하고, 일회용품을 적게 쓰는 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역부족이며, 이것들은 기본이고, 국가와 기업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총체적인 변화를 위해 힘써야한다는 부분을 읽고는, 환경문제는 더이상 개개인의 인식 변화와 실천에만 맡길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국가와 기업이 시스템을 바꿔야한다는 것은? 어떤 물건을 사면 이 물건을 생산, 유통, 소비하는 데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이 어느 정도인지 개인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고, 에너지 생산 방식도 화석 연료 대신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바꿔야하고, 책을 만들 때도 FSC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하는 등 개인을 넘어 국가와 기업이 생산/운용 단계에서 환경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말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시스템적 사고로의 변화와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했다. 환경문제를 개인에게 떠맡기면 일시적으로는 실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꾸준히 실천하긴 어렵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활 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보다 기업의 생산 시스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니, 논리적으로 따져봤을 때도 개인에게 환경문제를 떠넘기는 것보다 기업이 친환경적인 생산과 판매를 하는 것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더욱 효율적이다. 하지만 결국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업이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개인의 목소리이고, 정부의 규제인데, 우리 사회는 이 부분에서 너무 부족하다는 게 타일러의 주장이다.


소비자에게 "네가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어떡할 거냐?"하는 태도에는 화가 나야 한다. 어떤 게 얼마만큼 더 나은 선택인지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개개인에게 대처를 바라는 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 (p.94)


그래도 나는 이제껏 스스로가 친환경적인 인간이라고 여겨왔는데, 책을 읽으면서 자주 부끄러웠다. 구차하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나는 물욕이 없는 편이다. 내 주변에 나만큼 같은 옷만 입는 사람 못 봤고, 자잘한 소품들에도 돈을 거의 안 쓴다. 내가 쓰는 돈은 주로 영화값과 식비. 집에 들어와서 한 자리 차지하는 것에는 돈을 잘 쓰지 않고, 배달 음식도 되도록 먹지 않으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또한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반성했다. 식비로 따지면 육식은 온실가스의 주범이며, 영화를 만드는 일은 그 자체가 얼마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가(못만든 영화는 환경오염만 일으킨다는 생각은 책을 읽기 전부터 해왔지만). 게다가 지금까지 물욕이 없었던 것은 학생이어서, 백수여서, 그러니깐 가난해서 그런 게 아닌가. 월급쟁이로 살기 시작하면 나도 지금보다 돈을 더 쓸텐데, 그러면 앞으로도 나는 환경을 위해 계속 물욕 없이 최소한의 소비만 하며 살 자신이 있는가. 생필품 말고는 아무것도 사지 말자, 라는 태도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명한 답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환경 문제에 관한  해결책이라고 하면 보통은 우리 생활 방식에 관해 "이거 하지 말고, 이거 안 되고, 안 돼, 안 돼..." 이런 태도가 되기 쉬운 거 같다. 어떤 해결책을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금지에서 찾기보다 조금 더 효율적인 사용을 고민해본다면 어떨까? (p.139)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기후행동은 꽤 명확하다. 국가와 기업이 환경을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강한 목소리로 요구하기, 투표할 때 환경에 무관심한 정치인 뽑지 않기, 소비할 때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상품 구매하기, 육식보단 채식하기, 저렴한 물건(ex. 패스트 패션)보다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물건 쓰기 등등. 물론 그린워싱이라든가 축산업 종사자들의 경제적 문제 등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런 문제를 차치하고도 환경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아직 많다. 


매해 여름은 점점 더 무더워지고, 미세먼지로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환경문제는 내 삶의 중심 과제는 아니었다. 위기라는 의견에 공감하고 동조해왔지만, 자꾸만 편한 쪽으로 몸이 기울고, 피하고, 미루고, 떠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책에서 피드백 루프(p.32 기후위기로 인한 결과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현상. 예를 들어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으로 산림과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한 산불로 탄소가 발생해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너무 무서웠고, 코로나와 같은 인수전염병도 지구온난화와 관련있다는 내용을 보고 놀랐다. 현장실습으로 초등학교에 갔을 때는 아이들이 벽에다가 전시해놓은 생태환경 활동 보고서를 보고 이제 갓 10살이 된 아이들이 환경문제를 떠넘겨 받은 것 같아 안쓰럽고 미안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책을 한 권 읽고, 내가 드라마틱하게 변할 자신이 없어, 말만 하는 독자가 되는 건 아닐까 스스로가 못 미덥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록하고 싶고, 스스로 다짐하고 싶다. 기후행동을 대단한 일로 여기고 싶지 않고, 누구나 해야하는 당연한 일로 여기고 싶다. 부족해도 앞으로 관심을 갖고 좀더 디테일하게 찾아보며 행동하고 실천하고 싶다.


전문가도 아닌 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마음으로 작은 용기를 낸다. (p.9)


비록 줌을 통해 이뤄진 독서 토론 시간이었이지만, 이 책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계셔서, 나는 그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던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비건식에 대해 더 알려주고 싶다는 분, 고체 비누로 머리와 몸까지 씻는다는 분, 텀블러와 도시락통을 일상적으로 사용해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분 등등. 400명이 넘는 줌회의실에서 얼굴을 비추고 직접 목소리 내주신 용기가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이 경험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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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부잔의 마인드맵 북
토니 부잔.배리 부잔 지음, 권봉중 옮김 / 비즈니스맵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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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면접 준비하면서 마인드맵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후 마인드맵을 일시적인 도구로 끝내지 않고, 좀 더 적극적으로 내 삶 속으로 끌고와 활용하고 싶어서 이런 책도 읽게 되었다. 마인드맵은 따로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생각 도구이지만, 그래도 혹시 내가 모르는 꿀팁들이 있지 않을까, 그리고 실제로 마인드맵이 어디까지 적용될 수 있을까, 는 궁금증으로 읽어나갔다. 더 나아가 내가 궁극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 시나리오도 마인드맵으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이미 마인드맵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에 대한 답을 찾고 싶어서 기대감 속에서 책장을 넘겼다.


마인드맵과 관련된 나의 강렬한 경험을 공유해보자면, 때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고, 학교에서는 한국사를 배웠다. 그때 우리 반은 담임선생님의 주도하에 노트 필기를 마인드맵으로 했는데, 선생님이 마인드맵을 설명하면서 예시로 보여주었던 알록달록한 마인드맵들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선생님이 보여준 예시처럼, 우리는 시기별 정리를 마인드맵으로 했고, 그때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을 잘 흡수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수업 시간이 즐거웠던 것은 확실하다. 싸인펜과 색연필로 열성적으로 만든 마인드맵 필기는 유용한 공부 도구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 수업의 흥미를 돋우어줬던 수업 보조 도구의 역할이 더 컸던 것 같다. 그 필기 노트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수업시간에 그런 추억을 갖는 일도 드문 일인데, 당시의 담임선생님이 정말 고맙네. 고맙습니다, 선생님.


책에서 얻은 마인드맵 꿀팁 중 하나는 속성 마인드맵이다. 이는 마인드맵을 정리 도구로만 활용했던 내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속성 마인드맵은 머릿속에 생각나는대로 바로바로 아주 빠르게, 어떤 아이디어든지 써내려가는 형태이고, 이는 마인드맵 어플을 활용하는 것보다 한 가지 펜으로 손으로 직접 그리는 게 훨씬 능률이 좋다. 속성으로 써내려가면서도 간단한 범주와 위계는 있어서 생각나는 대로 키워드를 던지는 브레인스토밍과는 또 다르다. 이전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를 기다렸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그때그때 메모하는 정도로만 기록했는데, 앞으로는 마인드맵을 활용해서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내가 먼저 주도적으로 생산하고 싶다.


마인드맵의 장점 중 하나는 시각적으로 내용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점이다. 색깔 구분이 확실해 카테고리 구분이 직관적으로 이뤄지고, 단어 사이의 위계가 문장의 접속어가 아닌 동그라미와 선 그리고 단어의 위치로 구분되기 때문에, 문자를 읽지 않아도 위계 파악이 시각적으로 쉽고 빠르게 이뤄진다. 반면 주개념 사이는 수평적이기 때문에 내용을 확인할 때 빠뜨리는 내용이 없게 되고, 언제나 전체적인 맥락 속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내용을 살필 수 있다. 그래서 마인드맵은 어떤 내용을 정리할 때 특히 효율적이다. 실제로 나는 이번 신규연수를 들을 때도 수업 내용을 그때그때 마인드맵 어플로 정리해서 필기 했었고, 덕분에 시험 전에 따로 시간 내서 공부하지 않고, 시험 당일 아침 지하철에서 내가 만든 마인드맵만 보고도 많은 내용을 빠르게 복습해 벼락치기를 할 수 있었다. 이처럼 강의 내용 정리나 정보전달 텍스트를 읽을 때 마인드맵은 정말 유용한 도구가 된다.


마인드맵의 또 다른 장점 중 하나는 유연성이다. 논리 구조가 언어나 문자로 고정되는 게 아니라 키워드와 키워드를 선으로 이어나가는 방식이라, 키워드들 사이에는 느슨함이 있다. 그리고 이 느슴함 속에서 또 다른 아이디어가 피어난다. 마인드맵 어플을 사용하면 하드웨어적인 부분에서도 유연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어플은 이리저리 순서를 바꾸기가 쉽고, 카테고리도 편집하기가 용이하다. 이러한 유연성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손으로 그리는 마인드맵보단 지금처럼 마인드맵 어플을 사용할 거다. 또 이러한 유연성 때문에 마인드맵으로 시나리오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는 시나리오 쓰기에 마인드맵을 적용하는 내용은 없었지만, 스토리텔링에서 마인드맵을 활용하는 내용이 나온다. 카테고리를 주제, 등장인물, 줄거리, 구조로 나눈 스토리텔링 마인드맵은 큰 얼개를 만드는 로그라인이나 시놉시스를 쓸 때 활용하면 좋을 것 같지만, 복잡한 플롯이나 시나리오 본문을 쓰는 일은 아무래도 내가 직접 해보면서 방법을 개발해야할 것 같다. 


이처럼 마인드맵의 장점은 꽤 독보적이다. 특히 직선식 노트에 얽매여서 내용 정리를 하다가 지쳤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면 마인드맵을 너무 뒤늦게 안 것 같아 아쉬운 마음도 든다. 책에서도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마인드맵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데, 책에 나오는 예시들은 너무 이상적이어서 현실에 적용하긴 어렵지만, 마인드맵의 구체적인 장점에 대해서는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까지도 마인드맵을 생활 전반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말 내 삶속까지 마인드맵을 끌어오고 싶어서 10월의 정리를 마인드맵으로 한번 해보았지만 큰 매력이 없었다. 걷는 일기나 영화 감상문도 마인드맵으로 정리해볼까 했지만 영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 왜일까, 생각해보니, 내 일상까지 마인드맵으로 정리하는 건 재미가 없었다. 화려하고 시각적인 재미가 없는 게 아니라, 글맛이 없다는 것이다. 어떤 내용에 뼈다구만 있고 살점은 없는 느낌같달까. 깔끔하게 키워드로 정리된 일상보다 지나치게 디테일하고 찌질하게 감정적인 일기를 쓰고 싶은데, 마인드맵은 여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의사소통으로도 마인드맵은 조금 부적절하다.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정확성이 떨어지고, 정보를 정리한 마인드맵도 내가 직접 만든 마인드맵이 아닌 남이 만든 마인드맵이라면 설명 없이 보기가 힘들다. 


정리해보면 내가 앞으로 마인드맵을 활용하고 싶은 영역은 다음과 같다.

1) 아이디어 영역 : 속성 마인드맵 쓰기. 손으로 그리는 게 핵심. 이상한 아이디어도 주저말고 쓰기.

2) 정리 영역 : 강의를 듣거나 정보전달 텍스트를 정리하고 싶을 때. 마인드맵 어플 활용하기. 정리한 내용을 다시 볼 때 시간이 단축된다는 게 가장 큰 장점.

3) 시나리오 영역 : 미지의 세계... 마인드맵으로 써보고 싶음... 꼭 해볼 거얌...

4) 작업 영역 : 어떤 작업을 할 때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점검할 때 마인드맵 어플 활용하면 놓치는 부분 없이 점검할 수 있을 것 같음. 사람들과 작업 내용을 공유할 때, 빠뜨리는 부분 없이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음(단, 이때는 말로 부연설명 해야함).



나는 과연 앞으로도 마인드맵을 잘 쓸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두근두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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