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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지구는 없다
타일러 라쉬 지음, 이영란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7월
평점 :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하면 조금은 복잡한 마음이 든다. 환경은 정말 우리 생활과 밀접해서, 먹는 거, 입는 거, 사는 거, 쓰는 거 등등 어느 하나 환경과 관련 없는 게 없으니... 내가 일상 생활에서 선택하는 것 하나하나가 환경과 관련있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처럼 다가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나의 작은 선택이 정말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까? 이 미미한 한 인간이 플라스틱을 하나 더 썼다해서 정말 지구가 그만큼 많이 나빠질까? 라는 생각도 들고... 또 내가 열심히 일회용품을 안 쓰고, 배달음식 안 먹으면 뭐하냐... 다른 사람들이 열심히 지구를 오염시키는데...라는 허탈감도 들고. 이렇게 환경문제는 내게 풀기 어렵고 막막한 문제처럼 남아있었다.
그러던 중 이번 신규연수 과정 중에 읽게 된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통해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환경문제에 대해 얼마나 겉핥기식으로 생각하고, 안일하게 여겨왔는지 반성했다. 무엇보다도 환경문제는 감정적으로 대처해야하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따지고, 효율을 생각하며, 우선순위를 살펴야하는 문제라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생활 속에서 분리수거를 잘 하고, 일회용품을 적게 쓰는 일로는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역부족이며, 이것들은 기본이고, 국가와 기업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총체적인 변화를 위해 힘써야한다는 부분을 읽고는, 환경문제는 더이상 개개인의 인식 변화와 실천에만 맡길 수 없는 일이라는 걸 (이제서야) 깨닫게 되었다.
국가와 기업이 시스템을 바꿔야한다는 것은? 어떤 물건을 사면 이 물건을 생산, 유통, 소비하는 데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이 어느 정도인지 개인이 쉽게 알 수 있도록 제도적 마련이 필요하고, 에너지 생산 방식도 화석 연료 대신 재생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바꿔야하고, 책을 만들 때도 FSC인증을 받은 종이를 사용하는 등 개인을 넘어 국가와 기업이 생산/운용 단계에서 환경을 고려해야한다는 것이다. 정말 책을 읽는 내내 이런 시스템적 사고로의 변화와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했다. 환경문제를 개인에게 떠맡기면 일시적으로는 실천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속적으로 꾸준히 실천하긴 어렵다. 뿐만 아니라 개인의 생활 습관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보다 기업의 생산 시스템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더 크니, 논리적으로 따져봤을 때도 개인에게 환경문제를 떠넘기는 것보다 기업이 친환경적인 생산과 판매를 하는 것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더욱 효율적이다. 하지만 결국 이윤 추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업이 친환경적인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개인의 목소리이고, 정부의 규제인데, 우리 사회는 이 부분에서 너무 부족하다는 게 타일러의 주장이다.
소비자에게 "네가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데 어떡할 거냐?"하는 태도에는 화가 나야 한다. 어떤 게 얼마만큼 더 나은 선택인지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개개인에게 대처를 바라는 건 정말이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 아닌가 (p.94)
그래도 나는 이제껏 스스로가 친환경적인 인간이라고 여겨왔는데, 책을 읽으면서 자주 부끄러웠다. 구차하지만 변명을 해보자면 나는 물욕이 없는 편이다. 내 주변에 나만큼 같은 옷만 입는 사람 못 봤고, 자잘한 소품들에도 돈을 거의 안 쓴다. 내가 쓰는 돈은 주로 영화값과 식비. 집에 들어와서 한 자리 차지하는 것에는 돈을 잘 쓰지 않고, 배달 음식도 되도록 먹지 않으려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이 또한 얼마나 순진한 생각이었는지 반성했다. 식비로 따지면 육식은 온실가스의 주범이며, 영화를 만드는 일은 그 자체가 얼마나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가(못만든 영화는 환경오염만 일으킨다는 생각은 책을 읽기 전부터 해왔지만). 게다가 지금까지 물욕이 없었던 것은 학생이어서, 백수여서, 그러니깐 가난해서 그런 게 아닌가. 월급쟁이로 살기 시작하면 나도 지금보다 돈을 더 쓸텐데, 그러면 앞으로도 나는 환경을 위해 계속 물욕 없이 최소한의 소비만 하며 살 자신이 있는가. 생필품 말고는 아무것도 사지 말자, 라는 태도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현명한 답은 아닌 것 같다.
우리는 환경 문제에 관한 해결책이라고 하면 보통은 우리 생활 방식에 관해 "이거 하지 말고, 이거 안 되고, 안 돼, 안 돼..." 이런 태도가 되기 쉬운 거 같다. 어떤 해결책을 무언가를 하지 말라는 금지에서 찾기보다 조금 더 효율적인 사용을 고민해본다면 어떨까? (p.139)
결국 이 책이 말하는 기후행동은 꽤 명확하다. 국가와 기업이 환경을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도록 강한 목소리로 요구하기, 투표할 때 환경에 무관심한 정치인 뽑지 않기, 소비할 때 환경을 생각하는 기업의 상품 구매하기, 육식보단 채식하기, 저렴한 물건(ex. 패스트 패션)보다 오래 쓸 수 있는 좋은 물건 쓰기 등등. 물론 그린워싱이라든가 축산업 종사자들의 경제적 문제 등 여러 복잡한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그런 문제를 차치하고도 환경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아직 많다.
매해 여름은 점점 더 무더워지고, 미세먼지로 가득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환경문제는 내 삶의 중심 과제는 아니었다. 위기라는 의견에 공감하고 동조해왔지만, 자꾸만 편한 쪽으로 몸이 기울고, 피하고, 미루고, 떠넘기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책에서 피드백 루프(p.32 기후위기로 인한 결과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현상. 예를 들어 기후위기로 인한 폭염으로 산림과 해양의 탄소 흡수 능력이 떨어지고,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한 산불로 탄소가 발생해 기후위기를 촉진하는 것 등을 들 수 있다)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너무 무서웠고, 코로나와 같은 인수전염병도 지구온난화와 관련있다는 내용을 보고 놀랐다. 현장실습으로 초등학교에 갔을 때는 아이들이 벽에다가 전시해놓은 생태환경 활동 보고서를 보고 이제 갓 10살이 된 아이들이 환경문제를 떠넘겨 받은 것 같아 안쓰럽고 미안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책을 한 권 읽고, 내가 드라마틱하게 변할 자신이 없어, 말만 하는 독자가 되는 건 아닐까 스스로가 못 미덥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기록하고 싶고, 스스로 다짐하고 싶다. 기후행동을 대단한 일로 여기고 싶지 않고, 누구나 해야하는 당연한 일로 여기고 싶다. 부족해도 앞으로 관심을 갖고 좀더 디테일하게 찾아보며 행동하고 실천하고 싶다.
전문가도 아닌 내가 환경을 이야기하는 건, 누구라도 당장 말을 꺼내고 너나없이 당장 행동해야 할 만큼 지구의 상황이 절박해서이다. 내가 완벽하지 않다는 게 목소리를 내지 못할 이유가 될 수 없다. 그 마음으로 작은 용기를 낸다. (p.9)
비록 줌을 통해 이뤄진 독서 토론 시간이었이지만, 이 책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건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환경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고 계셔서, 나는 그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던 것 같아 부끄럽기도 했다. 비건식에 대해 더 알려주고 싶다는 분, 고체 비누로 머리와 몸까지 씻는다는 분, 텀블러와 도시락통을 일상적으로 사용해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분 등등. 400명이 넘는 줌회의실에서 얼굴을 비추고 직접 목소리 내주신 용기가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이 경험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