넛셸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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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인칭 최연소 서술자 '나'의 이야기이다. 정말이지 그 이상은.. 어떤 정보도 없이 읽는 게 최고라는.. (잡으면 곧바로 속지부터 읽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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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현재 상태에 괴로워한다 - 그것이 의식이라는 선물이 주는 고난이다. 무엇이 진실인지 누가 알겠는가? 45p.]

선택에 놓인 인간은 '확신'할 수 없다.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수많은 시간 끝에 결국 옳다고 결정한 일이 나를 좋은 곳에 데려다 줄 것인지 아닌지.. 모른다, 정말이지 어느 것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던져진 생의 모든 순간은 '선택'을 요구한다.

[하지만 인생의 가장 큰 한계요 진실은 이것이다 - 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는 것. 그때, 거기가 아니다. 우리는 취해간다. 여기 진짜는 없다. 54p.] [이 친숙한 일상에, 가정적인 물건들이 부딪히는 소리에는 비애가 깃들어 있다. 삶의 얼마나 많은 것이.. 일어나고 있는 그 순간에도 잊히는지 나는 이미 잘 안다. 대부분이 그렇다. 현재는 주목받지 못한 채 실감개의 실처럼 우리에게서 풀려나간다. 특별할 것 없는 생각들이 헝클어져 수북이 쌓이고, 존재의 기적은 오래도록 방치된다. 219p.]


오늘의 나도 그러하다.

그 속에 놓여있다.

호두껍데기 속에 갇혀 악몽을 꾸는 중이다.

이 껍질을 깨고 나갈 때는 다시 '삶'이기를 바라면서.. :)


[아아, 나는 호두껍데기 속에 갇혀서도
나 자신을 무한한 왕국의 왕으로 여길 수 있네.
악몽만 꾸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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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알고 있던 정보가 많아서 저자가 담아낸 특별함을 오롯이 누리지 못한 작품이다. 간단한 전개도 말하고 싶지 않다. 당신은 '모르고'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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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진 Conceptzine 2017.6 - Vol.47
컨셉진(월간지) 편집부 지음 / 컨셉진(월간지)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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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한달에 한 번, '당신의 일상을 조금 더 아름답게' 하고자 하는 컨셉으로 매월 다른 주제를 다루는 문화교양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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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세 권째,

이제야 세 권째이다.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기사와 눈이 편안한 색감의 사진으로 가득찬 중독성 있는 잡지라서 주변에 추천 또 추천 중이다.

마흔 일곱 번째 컨셉진은 묻는다, '당신의 삶엔 식물이 있나요?'

사실 식물 죽이기에는 나만한 실력자가 없었다. 그래서 눈이 번쩍 뜨였던 것 같다. 식물? 식물이라니! [어쩌면 식물을 가꾸는 건 미래를 위한 행동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그루의 나무 안엔 수년, 수백 년의 역사가 숨어 있다. 그 성장을 헤아리는 건, 과거의 아름다운 행적을 좇는 일이기도 했다. 56p.] 이건 너무나 나의 관심사와 맞닿는 정보가 아닌가!

[상처는 완전히 치유되지 않은 상태로 그곳에 있고, 치유의 움직임은 사라지지 않는 상처 위에 덧대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치유는 필연적으로 상처의 의미를 동반하잖아요. 그렇다면 상처 또한 치유의 의미를 동반하지 않을까 희망해봅니다. 누구나 상처를 받고 살아가기에 지속적이고 따뜻한 마음으로 치유의 행위를 계속하고 싶습니다. 105p.]

상처를 깁는 것,

지구의 상처를 깁고,

나의 상처를 깁는 일.

[식물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끝까지 살기 위해 애쓴다. 58p.]

주변에서 반려식물로 추천 받은 '레몬밤'은 다이소 허브 키우기 세트로 간편하게 시도해 볼 수 있다고 하니, 이번 주말은 다이소다! +_+ (..응? ..끝?)

나는
절대 포기 하지 않는다.
끝까지
살기 위해 애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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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가꾼다는 것에 대하여
왕가리 마타이 지음, 이수영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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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1977년 '그린벨트 운동'을 창설한 세계적인 환경 운동가 '왕가리 마타이'의 유작 에세이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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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내 관심사는 '지구'다. 특히 올 해 들어 지구가 진짜 아프구나.. 자주 생각하게 된다. 피부가 따가워서 햇빛 아래 도무지 나설 수가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절로 생각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지경이다.

그런데도 왠지 자꾸 '지구'를 '나'로 환원시켜 가며 읽게 되었는데, 가령 [지구가 되살아나도록 돕는 것은 우리 자신을 돕는 일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되찾거나 지켜 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지구는 그 보답으로 우리가 자아를 치유하고 생존해 나가도록 도와줄 것이다. 13p.] 이런 부분에서다.

[지속 가능하고 공정한 방식]이라던가, [핵심 가치]라던가.. 지구를 위한 일이라고 하는 것들에 모두 나를 살리는 방식이 숨어 있는 기분이었다. 읽는 동안 조금씩 주변에 시선을 준 것 만으로도 내 안의 상처들을 돌보는 기분이 들었다. 지구를 가꾸는 것은 나를 가꾸는 일이라는 말을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나날이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고, 이성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삶을 채워가며 사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정신적이고 감성적인 동물이다. 전자와 후자 모두에 힘이 실린 인간이다. 사고의 기형은 생활의 기형을 낳는다. 균형과 조화를 잃은 나의 모습을 망가진 지구 이곳 저곳에서 발견한다.

습기를 잃은 땅, 그만큼 메마른 마음.

생기 없이 고개 숙인 꽃, 그보다 멀어진 마음들..

근원과 가치의 대립 속에, 나의 자연관과 나의 세계관을 생각해 본다. 내가 지구를 대하는 방식은 또한 인류를 대하는 방식에 반영된다. 나는 지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환경에 대한 사랑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11p.]

'항상', '언제나'의 이름으로 방치되는 수많은 소중함들..

[우리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는 못하더라도 우리를 그런 자기 파멸로 이끄는 태도는 너무 늦기 전에 반드시 고쳐야 한다. 의식의 변화와 함께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54p.] 이유를 따지고 분석하고 앉아 있을 시간에 일어나 행동해야 한다. 무엇 하나라도, 작은 것이라도 '하면서' 생각을 더해 나가면 될 일이다.

[아주 먼 곳에서 바라보면 전체가 뚜렷하게 다가온다. 61p.]

[공정해지려면, 우리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에 맞설 용기와 힘을 얻기 위해 필요한 영적 자원이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153p.]

나는 지구를 지킬 수 없다.

내 주변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내겐 가당치 않다.

하지만 나의 작은 행동은 가능하다.

나를 지키고, 내 주변을 지키는 아주 작은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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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목가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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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필립 로스 대표작 '미국 3부작'의 첫 번째 장편소설로, 1960년대 전/후의 미국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훨씬 몰입도가 높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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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 어빙 레보브',
보다 더 많이 불리는 이름은 '스위드'.
잘생기고 훤칠하고 평판마저 좋은 이 남자.
모든 면에서 탁월한 그는 마을 전체를 팬으로 가진 남자다.

'이상'에나 들어맞는 모습으로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 영화를 먼저 보고 난 탓에 '이완 맥그리거'의 모습이 자꾸 떠올라 이 남자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는데 -고백하자면 나는 이완 맥그리거의 오래된 팬이다. 뭐, 신체 조건은 원작과 퍽이나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그것은 이 남자, 이 사람. 조금 더 어릴 때의 내가 가졌던 이상주의를 자극하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딸, '메러디스 레보브',
-동생 제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괴물 '메리'.
말더듬증을 가진 꼬마였던 여자.

매력적인 장갑을 만들 가죽을 다루는 일도, 모든 일에 성실한 자세도 모두 가진 스위드에게 무엇으로도 접근할 수 없었던 유일한 존재, 그의 딸. 놓을수도 붙들수도 없던 그 사람..

영화로 함께 즐기기를 권하는 이 작품은,
시종일관 '소통'의 문제를 생각하게 했다.

그토록 완벽한, 선망의 대상인 그는 자신의 의견을 몰랐다.
그토록 똑똑한, 듬뿍 사랑 받으며 자란 그녀는 적당히를 몰랐다.
늘 말하고 마주하고 있었음에도 몰랐다.

서로를 몰랐고
자신을 몰랐다.

그러니 돌볼 줄 몰랐다.
돌볼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시대와 세대를 넘어 '소통'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 진정한 나의 목소리를 듣고 의문을 던지며 사유를 깨워간다는 것, 생각함이 의미 있겠다 다짐하게 된다.

나는 나와 적절하게 소통하고 있는가?
타인과의 소통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는가?

아니,
아니다.

메리 보다, 혹은
스위드 만큼 - 잘 살아낼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

📖 70-77p. [형은 사람이 뭔지 안다고 생각해? 형은 사람이 뭔지 조금도 몰라. 형은 딸이 뭔지 안다고 생각해? 형은 딸이 뭔지 조금도 몰라. 형은 이 나라가 뭔지 안다고 생각해? 형은 이 나라가 뭔지 조금도 몰라. 형은 모든 것에 가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 형 딸은 그걸 날려버리려 했던 거야. 그 겉면을. .. 바로 그거야! 맞았어! 우리는 충분치 않아. 우리 누구도 충분치 않아! 모든 일을 올바로 하는 사람도 포함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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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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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러시아의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i Dmitrievich Shostakovich)'에 대한 이야기이다.

레닌에서 흐루쇼프로 이어진 시대와 독재, 억압, 타협, 예술, 삶 등의 낱말을 미리 염두에 두고 읽는다면 두려움을 한 스푼쯤 덜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다루고 있는 음악, 문학의 범위도 상당히 넓으므로 적당히 포기하면 편함♡ 꿀잼)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초록안경'을 쓰고 있다.

각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만나러 가는 길. 생사를 가르는 모험을 거쳐 에메랄드 성에 닿으면 절대 벗을 수 없는 초록안경을 써야 한다. 모든 것이 초록이고, 초록이어야 하는 세상. '내가 가짜인 걸 들킬까봐 넘흐넘흐 무서워. 초록초록' 동화에서는 귀여웠던 두려움이 현실로 옮아오면 가끔 기형적인 모습으로 삶을 덮쳐 온다.

149-151p. "... 동의하십니까?"
"예, 개인적으로 그런 의견들에 동의합니다."
"... 동의하십니까?"
"예, 개인적으로 그런 조치에 동의합니다."
"... 동의하십니까?"
"예, 그런 견해에 개인적으로 동의합니다."
:

줄리언 반스가 되살려 놓은 한 인물의 절절한 공포는 나의 삶을 감사하게 만든다. '동의'를 강요 받지 않고 의견을 밝힐 수도 있는 세상. '시대의 소음'에 귀가 멀 지경은 아닌 세상. 이런저런 세상에서 독재를 글로, 역사로 마주하는 내가 얼마나 평안한지.. 깊이 느끼게 한다.

분명 이 시대에도 낮은 목소리로 끊임없이 읊조리는 시대의 소음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영영 끊이지 않을 일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서도.. 수시로 나의 초록안경을 고쳐 쓰는 일이다. 강제하지 않고, 물들이지 않고, 드러내기 보다 드러나기를 애쓰면서. 어우러지지 못해도 좋으니 함께인 삶을 유지하면서.. 내 안에서 울려오는 소음에 귀가 멀지 않도록 적절히 조절해나가면서. 그것이 내가 정한 나의 삶이요, 나의 길이면 마땅히 그리 해나가면서.

함께인 오늘을 사는 것.

나의 마지막 질문은 아직 오지 않았으니까.

226p. [겁쟁이가 되기도 쉽지 않았다.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영웅이 되기가 훨씬 더 쉬웠다. 영웅이 되려면 잠시 용감해지기만 하면 되었다 - 총을 꺼내고, 폭탄을 던지고, 기폭 장치를 누르고, 독재자를 없애고, 더불어 자기 자신도 없애는 그 순간 동안만. 그러나 겁쟁이가 된다는 것은 평생토록 이어지게 될 길에 발을 들이는 것이었다. 한순간도 쉴 수가 없었다.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고, 머뭇거리고, 움츠러들고, 고무장화의 맛, 자신의 타락한, 비천한 상태를 새삼 깨닫게 될 다음 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이것이 [의심할 여지 없이 반스 소설 중 최고]라 말한다면, 얼른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집어 들어야 겠다. <아서와 조지>까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더 있었는데, 전혀 몰랐던 인물의 삶도 이리 매력적으로 만들어주었으니♡ 벌써 콩닥콩닥 하는 마음을 막을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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