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린세스 바리 -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정윤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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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바리데기 신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어렸을 적 처음 접했을 때는 단지 마음씨 착한 공주 이야기로만 여겼었는데, 사실은 버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목숨을 걸고 자신을 버린 병든 부모를 살림으로써 죽은 사람들을 인도하는 자가 되는 이야기다.

 

양아버지에 의해 아홉살에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게 된 나나진과 버림 받고 할머니 밑에서 자란 청하,  가족을 위해 자신을 버리고 또 버림받은 연슬과 바리는 모두 결핍을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다.

 

바리는 공장장 부인의 일곱 번째 딸로, 딸밖에 없는 부인은 바리를 버리게 된다. 그래서 아이를 낳을 때마다 돌봐준 산파가 바리를 키우게 된다. 바리는 산파와 토끼 할머니의 손에 자라면서 거의 배우지 못한 채 성장기를 거친다. 그래서 그녀가 하는 일도 힘겹게 사는 이들을 약초를 써서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것이다.

 

바리는 산파가 죽은 가족을 찾아가지만 자신이 가족에 속할 없음을 깨닫고 다시 토끼 할머니에게 돌아간다. 바리는 버림 받은 상처를 이기적인 부모에 의해 두 번이나 겪는다. 그래서 바리는 결코 평범하고 순탄한 삶을 살 수 없었다. 바리에게 버림 받은 상처 대신 사랑 받은 행복이 있었다면 훨씬 아름다운 인생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아쉬웠던 것은 원래의 바리 신화의 틀을 거의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껴맞추려 하다보니 억지스러운 면도 있었고 '현대 바리신화' 같은 느낌이라 뭔가 새로움이 필요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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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치유 식당 2 - 사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심야 치유 식당 2
하지현 지음 / 푸른숲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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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치유식당. 전직 정신과 의사였던 철주와 운영하는 바에 오는 손님들의 고민을 다룬 이야기이다.

 

 책 속의 철주를 찾아오는 손님들은 바람핀 애인으로 부터 받은 상처, 연애를 시작하기 전에 부정적인 결과만 내다보게 되는 철통 방어막, 싫어도 싫다는 말을 못해 늘 끌려다니기만 하는 성격, 그리고 고백과 첫사랑, 결혼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사실 내가 필요로 했던 것은 "고백을 앞둔 당신이 알아야 할 것들", "첫사랑의 상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당신에게" 였다. 6년전 첫사랑에 실패 한 후 마지막 연애를 해 본 것이 4년 전이고, 그 후로는 마음이 가는 사람들이 몇 명 있었지만 항상 시작도 못해보고 끝이 났기 때문이다. 호감에서 좋아함으로 감정이 발전되기 전에 스스로 감정을 차단하는 벽을 형성해버리는 것이 4년이라는 시간을 거치면서 지금은 아주 큰 고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나에게 맞는 뾰족한 해결책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위로 받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람 마음이란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요리도 레시피가 있고 복잡한 수식은 공식이 있지만 사람 마음엔 답이 없다.

 

 문득 심야치유식당이 현실에는 없는 판타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처럼 이렇듯 친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운 고민을 털어놓고 따뜻함으로 녹아들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내 고민 또한 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따뜻함을 원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사이드 같은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 속의 인물들이 참 부럽다.

 

 책을 읽으면서 내 고민이 완전히 답을 얻지는 못했지만, 마음이 한결 편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나도 노사이드의 가족들처럼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곳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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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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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인생과 흡사한 면이 많다. 자신을 모델로 허구화 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엔 *사소설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했다. 그래서 요조의 비정상적인 면모가 사소설인 니시무라 겐타의 「고역열차」가 스치듯 떠올랐다.

 

 요조는 남들과는 많이 '다르다'. 스스로를 인간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다른 존재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인간 껍질'을 뒤집어 쓰고 살아야 했고 그에 대해 스스로에 대한 경멸을 담고 있었다. 또한 다자이 오사무 본인이 그러했듯 자신이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것에 대한 자책도 얼핏 드러난다. 사회에 융화되기 위해 애쓰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채로 바닥으로 점점 침체되는 모습이 인간으로서 실격된 요조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책 속의 화자인 요조는 자신에게 세상이라는 잣대를 내미는 호리키에게 세상이란 것이 사실은 복수의 인간 아니면 그런 잣대를 가진 호리키 개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진다.

 

 요조의 현실과 동떨어진 듯한 내면 세계는 학창 시절 읽었던 작가 이상의 정신분열에 대해 떠오르게 했다. 그 당시에 이상의 작품을 접했을 때 그의 일반적인 인간성과 한참 동떨어진 그 것을 이해하기 어려웠고, 현실부적응자처럼 여겨지는 모습이 몹시 못마땅했던 기억이 난다. 때문에 그의 작품들이 어째서 교과서에 실릴 만한 가치를 지녔는지도 이해하지 못했고 심리 묘사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작금에 인간의 실격과 그런 분열된 모습에 대해 이해하고 심리 묘사에 대한 깨달음이 가능해진 것은 그만큼 내가 내면 묘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기 때문일까. 그 때는 이해 되지 않고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던 것들이 새삼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통해 심봉사가 빛을 본 듯 환하게 보이자 왠지 감격스러웠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보고 특히 감명을 받았던 것은, 그런 다자이 오사무의 특별한 시선 덕분에 인간 존재를 상당히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었다. 다자이 오사무는 책 속에서 화자인 요조의 입을 빌려 인간 사회의 위선과 잔혹성을 객관적 힘을 입어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시야에 담겨 있는 우리는 사회를 견뎌내고 적응하며 살아내지만 요조는 그런 능력이 결여 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도 실격이라고 이름 붙일 수도 있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언행으로 인한 타락과 자기파괴는 나와 같은 범인(凡人)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다자이 오사무가 작품 속에 요조에게 이런 특성을 부여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 공황상태에 빠진 일본 젊은이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사소설: 일본 특유의 소설 형식으로, 자신의 경험을 허구화 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쓴 소설로 인물이 3인칭으로 쓰이는 경우도 간혹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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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을 지피다
잭 런던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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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런던은 누구인가

 문학적인 전통보다는 대중잡지의 번영기에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를 쓰는 데 몰두했다. 조지 오웰이 소년 시절부터 탐독했고, 사회주의 혁명의 지도자 레닌이 임종 직전에 「생에의 애착」을 읽었다고 한다. 책 속 곳곳에는 작가의 삶에 대한 흔적이 드러나 있다. 그러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그의 단편들의 특징이다. 그것은 냉혹함 속에서도 살아남고자 하는 삶에 대한 의지이다. 그리고 삶과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지혜이다. 잭 런던의 단편들에는 그의 필치가 그려낸 카리스마가 녹아 있다.

 

책 속으로

1부 | 사회적인 이야기

 1부 사회적인 이야기는 삶을 살아내고자 처절함의 불씨를 태우는 매우 생명력이 넘치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제목이 사회적인 이야기인 이유는 부조리한 세상에 살기 위해서 부딪히는 이들의 냉혹한 삶 속의 불씨를 보여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스테이크 한 장 A Piece of Steak(1909)」은 아내와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목숨 걸고 링 위에서 싸우는 늙은 권투 선수의 삶이다. 젊은 시절 쾌락과 명예를 손에 쥐고 늙고 노련한 선수들을 꺾었던 그는 모든 것을 내던졌음에도 불구하고 샌델과의 경기에서 패한다.

p. 36 참담한 기분에 휩싸인 그의 눈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 울면서 오래 전 그날 밤 자신이 스토우셔 빌을 어떻게 대접했는지를 떠올렸다. 가련한 스토우셔 빌! 이제 그는 탈의실에서 빌이 왜 그렇게 울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배교자 The Apostate(1906)」의 '조지'는 작가 자신이 경험했던 혹독한 소년 노동을 다룬 자신을 대입한 것이다. 잭 런던은 미혼모인 엄마 밑에서 어려운 형편에 외롭게 자라면서 10대 초반부터 혹독한 노동을 체험했다. 책 속의 조지는 바로 어릴 적 그 자신이다. 책 속의 조지는 공장에서 기계적인 삶을 반복하면서 소년 답지 않게 삶에 염증을 느끼고 가족과 집을 버리고 떠나게 되는데 혼자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공장으로 내던져진 채 쉴새 없이 기계처럼 일을 하는 모습은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떠올리게 했다.

 

2부 | 우화적인 이야기

「그냥 고기 Just Meat(1907)」는 희대의 도둑이라 할 수 있는 짐과 맷이 거액의 다이아몬드를 훔쳐내지만 결국 욕심 때문에 서로를 믿지 못하고 독살한다.

 

3부 | 클론다이크 이야기

3부 클론다이크 이야기에는 표제작인 「불을 지피다」가 속해 있다. 모두 시대를 초월하여 지금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느낌을 주는 이야기들이다. 「불을 지피다」와 「생에의 애착」은 혹한의 생명의 위기에서도 놓지 않는 살고자 하는 욕구와 죽음을 피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생명의 불씨

p. 303 잭 런던이 살아냈고 그려냈던 생의 진실은 오늘날에도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오늘의 우리는 아무리 봐도 이야기 속의 여러 인물들 보다도 작고 나약해 보인다. 원초적인 세계에 대한 감각을 너무 많이 잃고서 연명에 급급하기 때문일까. 주어진 시간을 한껏 누리며 생명의 불을 다 태우는 생을, 혹한의 설원에서 작은 불씨를 살리려는 심정을 상상해본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그런 작은 불씨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 역자 이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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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엔젤 2 데미엔젤 시리즈
주예은 지음 / 황금가지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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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 이미 맛본 실망 때문이었을까.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사실 나로서는 이토록 공허한 '로맨스'를 처음 맛보았기 때문에 굳이 2권으로 책이 나올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 마저 들었다. 클리셰의 연장선, 진부함의 끝을 보고 있는 기분이었다. 독자로 하여금 '이 사랑은 위대해'라고 생각을 강요하는 인상을 받았다. 악평을 내놓는 것이 나로서도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솔직히 마지막장이 언제 나오나 생각하며 읽었다. 느껴지는 감동이나 슬픔 같은 건 전혀 없어도 책에서 위대하다고 말하고 있으니 위대하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마치 인기 없는 개그 프로그램에서 녹음된 방청객 웃음소리를 들려주면서 '이것은 엄청 웃긴 장면이에요'라고 웃음을 강요하는 듯한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너무 실망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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