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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이 되는 세상 2 - 시작하는 작가를 위한 캐릭터 설정 노트 ㅣ 내가 신이 되는 세상 2
도리이 아야네 지음, 최서희 옮김, 에노모토 아키 감수 / 영진.com(영진닷컴) / 2023년 10월
평점 :
웹소설은 물론이고, 일반 문학, 영화, 드라마 등 어떤 작품을 구상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캐릭터이다. 캐릭터가 매력적이어야 공감하기 쉽고 이야기의 재미를 느끼기 때문이다. 캐릭터가 살아숨쉬어야 스토리는 개연성을 갖추고 흔들림 없이 중심을 잡는다.
작가로서의 삶을 살려면 캐릭터를 촘촘히 짜는 건 필수이다. 살아있는 사람처럼 디테일하게 빚어놓으면 등장인물이 할 대사나 행동이 잘 떠오르지 않을 때, 캐릭터가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는 작가의 생각대로 스토리가 흘러가지 않고 이야기가 산으로 가게 된다.
그래서 나는 늘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캐릭터 조형을 먼저 진행하는데, 각 장르의 성격에 따라 조형도가 조금씩 달라지기도 한다. 새 장르에 도전하려던 차에 '내가 신이 되는 세상'의 두 번째 시리즈인 <캐릭터 설정 노트>를 접하게 되었다.
작법 관련 서적은 앞부분에 불필요하게 원론적인 설명이 너무 길게 이어질 때가 많은데, 본서는 불필요한 설명을 최대한 배제하고 압축적으로 깔끔하게 다루었다는 점이 돋보인다. 캐릭터가 크게 어떤 요소로 구성되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파트로 가서 설명을 읽을 수 있다. 쓸데 없는 설명은 빼고 해당 속성을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 같은 것을 확인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챕터3의 '체질'의 경우 캐릭터 만드는데 체질이 왜 필요하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체질을 설정해두면 없던 에피소드도 하나 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여주인공에게 특정 음식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면? 사이가 나쁜 악녀가 여주인공의 알레르기를 알아내고 몰래 음식에 이를 섞어두는 장면을 쓸 수 있다. 서브남주 딴에는 배려해주려고 보일러를 엄청 빵빵하게 틀어주었지만, 정작 여주인공은 더위를 많이 타는 체질이라 빨리 집에서 나가고 싶을 수도 있다. '체질' 챕터에는 체질의 예시가 표 형태로 나와 있어서 참고가 가능하다.
성격 파트도 읽어보고 잘 고민해보면 좋을 것 같다. 캐릭터의 성격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어도 막상 집필하다 보면 성격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물의 대사가 어색하다고 느껴지거나 캐붕처럼 느껴질 때, 성격이 옛날 만화처럼 너무 평면적으로 느껴질 때가 그렇다.
한 챕터씩 읽어가다 보니, 어떤 장르든 중요하지 않은 챕터가 없는 것 같다. '능력' 챕터를 처음에 생각했을 때는 판타지, 로맨스판타지, 현대판타지 정도에만 적용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인물이 요리를 잘 한다거나, 말재간이 뛰어나다거나, 계획을 짜는 데 특화되어 있는 등의 성격도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나는 약 50개 항목 정도로 구성된 캐릭터 시트를 직접 만들어서 가지고 있다. 그래서 웬만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핵심만 추린 간략한 설명을 챕터별로 한번 더 읽어보고 나니 같은 속성이라도 어떻게 생각하고 구성하는지에 따라 활용도가 많이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보 작가의 입문서 기능도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출간작이 있는 작가의 경우에도 에피소드가 잘 떠오르지 않거나 특정 속성을 좀 더 강화해서 쓰고 싶을 때 이 책을 한번씩 참고해보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여러 가지 템플릿이 있다는 점이다. 기본인적사항 / 디테일한 성격 / 능력 / 일대기(주요사건) / 가족과의 관계 / 데일리루틴 / 좋아하는 것 / 인터뷰 등이다. 캐릭터를 학생, 직장인, 판타지 인물 등 분류에 따라 미세하게 항목에 차이가 있지만 큰 틀은 같다. 템플릿이 꽤 유용하고 학습도 되는 것 같아서 이 책의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반대로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 개 문항만 다르고 거의 같은 템플릿의 반복인데, 굳이 여러 번 반복해서 템플릿을 넣고 지면을 할애할 필요가 있었을까? 예시 인물 또한 아쉬웠다. 현대학생 / 사회인 / 마법사 / 엘프 / 미래인 이렇게 나뉘어 있는데, 타깃이 애매하다. 웹소설에 쓰기에는 마법사와 엘프를 일부 파트에 차용할 수 있을지라도 나머지는 거의 쓰일 일이 없다. 그렇다고 일반문학 대상이라기엔 모호하다. 아무래도 저자가 일본인이다 보니 창작자 샘플도 일본 스타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인 독자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초보 작가가 읽는다면 곧이 곧대로 다 받아들이지 말고 이론을 흡수하고 템플릿을 활용하되, 작품 인풋을 충분히 해보고 캐릭터를 조형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