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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시대
장윈 지음, 허유영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2월
평점 :
길 위의 시대
1980년대의 중국은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나보다. 이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을만큼 저자의 담담하고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되고 그 마음까지 전달되는 문체가 매력적이다.
시인을 사칭한 가짜 망허를 사랑한 천샹. 자신만 남겨두고 홀로 떠난 그의 아들을 임신하고 또 키우면서도 가짜 망허를 맘에 품고 사랑을 지켰지만, 삼년 후 그가 사랑한 망허가 가짜 망허임을 알고 아들 샤오촨을 마음속에서 들어내려한다.
또 한편 진짜 망허는 우연히 만난 예러우를 사랑하게 되지만, 자궁 외 임신으로 하혈을 하여 그녀를 잃게 된다. 그녀가 죽은 후 시인의 길을 접고 사업가로 성공하게 된다.
20년이 훌쩍 지나서 천샹의 친구 밍추이로 인해 천샹과 망허는 한 시골학교에서 만나게 된다.
서로가 가슴 속의 말은 하지 않았지만, 자오산밍(망허)이 학교를 떠나는 순간 그녀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입맞춰 낭송한 시가 바로 망허가 한 때 시인일 때 지은 시다.
그 시를 듣는 순간 망허는 눈물방울이 맺힌 천샹을 보고 자신의 두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책을 읽고 나서 긴 여운이 쉽게 가시질 않았다. 시를 사랑한 천샹의 뼈속까지의 아픔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펐고, 또 망허가 예러우와의 답사를 함께 하면서 나누는 느긋하지만, 깊은 사랑이 내 가슴까지 따뜻하게 했다.
시집이라고는 단한권도 제대로 읽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시의 시대에 사는 그들의 삶을 솔직히 좀 낯설었지만, 마지막장을 덮고나선 그 시대의 중국 사람들은 시를 사랑하는 순수함과 따뜻함으로 사람을 대하고 정을 나눴을꺼란 생각을 했다.
자신의 이름을 사칭한 가짜 망허로 인해 인생이 좌지우지된 천샹을 만나기 위해 학교로 간. 망허. 자신의 잘못은 없기에 나몰라라 할 수 있었지만, 시를 사랑했던 그의 마음이 그녀를 위로해주고 싶었던 마음이리라...
가슴이 따뜻해지는 책. 저자의 다른 소설도 한번 읽어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