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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김경욱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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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속눈썹위에 올려진 성냥개비 같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단편의 첫 문장입니다.

첫 문장을 이렇게 잘 써도 되나 감탄하면서 첫 페이지에 머물렀습니다. 속눈썹위에 성냥개비를 올릴 상상을 어떻게 한걸까요? 그리고 그러한 인생이란 무엇일까요? 첫 문장 뒤로는 탄탄대로 였습니다. 읽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는데 스토리가 빠른 템포로 진행되며 작가님의 유머가 문단 곳곳에 가득 있으니 읽는 내내 웃으면서 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이번 소설집에 유머러스한 글들이 많으니 읽으면서 자주 웃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큰 선물이 될거 같습니다. 저는 정말 여러번 지속적으로 웃었습니다. 과장이 아닙니다. 말이 아닌 글이기에 유머가 더 오래 남는거 일지도 모릅니다. 책 속 유머의 리듬에 몸을 맡기면 리듬이 온 몸으로 전염되어 유머 바이러스를 퍼뜨릴 것입니다. 유머 바이러스에 깊숙이 감염되기를! 소설 읽기의 즐거움에 푹 빠지시기를!

[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를 저는 토요일 오전 9시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11시에는 한 단체에서 주관하는 'IB교육과정에 대한 비판적 성찰' 온라인 연수를 듣기로 한 날이었습니다. 책이 재밌어서 첫번째 단편을 빨리 읽으면 그 다음 단편인 [오늘도 무사히]를 읽으면 시간이 적당히 맞을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의 마지막 부분에 한 단체가 나오는데 그 단체에 저는 회원이었고 11시 연수는 그 단체에서 주관하는 연수였습니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저는 이야기 속 화자인 도련님이 강선재 군의 백팩 속을 봤을 때 흐느끼며 울고 말았습니다. [오늘도 무사히]는 그 날 읽을 수 없었습니다.

김경욱 작가의 오랜 팬으로서 작가님의 삶의 흔적이 느껴지는 글들을 읽으니 더욱 좋았습니다. 특히 이번 단편집에는 주인공이 소설가이거나 소설을 가르치는 교수가 나와 작가의 삶이 소설 속에 투영된 느낌을 받게됩니다. 소설은 어떤걸까요? 소설은 무엇이길래 우리를 이토록 흔들어 놓을까요? 그리고 소설을 30년 넘게 쓴 김경욱 작가에게 소설은 무엇일까요? 소설 쓰기를 가르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작년에 나온 김경욱 작가의 [저에게 재능이 있나요] 라는 산문집이 있는데 [도련님은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와 같이 읽으면 앞선 질문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실 수 있을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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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스터 타이거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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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 창비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안녕 미스터 타이거 1884년 계미년부터 1935년 쇼와 10년까지 서양인 노월과 기녀 계손향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야기입니다. 읽으면서 놀랬던 부분은 저자가 그 당시 역사를 고스란히 소설 속에 펼쳐놨다는 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실제 조선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넘어가 주인공 계손향이 바라보는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미리견(영어), 축간(화장실), 인경(밤에 치는 종) 등 그 당시 주로 사용했던 단어들이 그대로 등장하며 저자는 그 용어들을 알기 쉽게 이야기적으로 설명해줍니다. 조선시대 노래와 호랑이 관련된 속담도 이야기적으로 재밌게 변형되어 소설 곳곳에 사용되어 독자들이 그 당시 분위기를 고스란히 체험하게 해줍니다.

주인공 계손향이 서양인 노월의 파란 눈을 가지고 있어서 "파란 눈으로 보면 세계가 파랗게 보입니까?" 라고 물어보자. 노월은 "나는 그대와 같은 세상을 보고 있어요"라고 답변합니다. 이 후 계손향은 노월에게 조선이라는 세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한글을 가르칩니다. 한글을 가르치면서 노월의 첫 질문은 당신은 누구인지 손가락으로 계손향을 가르켰고 계손향은 자신의 이름을 직접 한글로 부르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다소 직접적인 로맨스의 표현이지만 노월이 서양인이서 가능했던 시작인거 같습니다. 나중에 계손향은 직접 미리견(영어)를 배우며 노월이라는 타인에 접근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낯선 면을 배워나가면서 꽃피는 사랑이야기는 성숙하게 느껴지며 약간 무거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상당히 유머러스하여 명랑하고 활기찬 느낌을 계속 줍니다. 예를 들어 계손향이 천자문을 노월에게 가르치면서 영어를 동시에 배워나가는데 천자문을 '하나 스카이 둘 이어쓰 셋 맨 넷 위이먼'으로 새로운 단어의 조합으로 리듬감있게 이야기 책 읽듯 배워나가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해집니다.

기녀들의 슬픈 에피소드들도 이야기 중간 중간 많이 나옵니다. 기녀는 세상의 시선을 한 때 가장 많이 받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빨리 저무는 꽃으로 비유됩니다. 시선을 어떻게 자신에게 쏠리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기녀 계손향은 반대로 노월에게 조선이라는 세상에 시선을 쏟게 만듭니다. 계미년의 마지막 날 지붕을 밟고 계손향과 노월이 지붕 위에서 조선을 동시에 바라보는 장면은 애틋합니다. 계손향은 노월에게 가장 널리 담을 수 있는 시선을 보여줍니다. 그 위에서 노월은 조선을 사진으로 찍는데 계미년의 마지막날에 가장 아름다운 로맨스의 한 순간입니다. 그들의 로맨스가 역사와 겹쳐지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역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찾고 계신가요? 안녕, 미스터 타이거가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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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파란 - 제19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47
유지현 지음 / 창비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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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이라는 용어는 원래는 힘든 직업 환경에서 몸과 마음이 지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되는 걸 의미하는데 소설 [파란 파란}의 주인공 모파는 번아웃 상태이다. 청소년 심해 수영선수인 모파는 훈련 도중 갑작스러운 고통을 호소하며 부상을 당한다. 그래서 2주 후 대회를 참가하지 못하면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최고로 심해 수영을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는 모파는 잠을 잘 자지 못하며 불안감에 시달린다. 좋아했던 일인 심해 수영이 잘하려고 하는 마음으로 변하면서 생기는 여러 감정을 작가는 세심하게 다룬다. "좋아하면 괴로워서는 안되지 않나?" 라고 자신에게 질문하는 주인공은 자신의 선수로서의 삶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심해수영말고는 아무것도 해보지 않았던 모파가 다른 삶을 꿈꾸기는 너무 리스크가 큰 일이 되어버렸다. 계속 심해 수영 선수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지금이라도 새로운 삶을 살아야할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정답은 없지만 모파 주위의 친구들을 통해 자신에게 갇혀 있던 모파는 다른 친구들의 생각과 시야를 조금씩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자신을 섬세하게 관찰해주고 인내심 있게 지지해주는 우주와의 우정은 감동을 주며 다양한 시도는 하지만 한 곳에는 집중하지 못하는 수림이라는 교환학생의 등장은 모파의 얼어 붙은 생각에 서서히 균열을 낸다. 그리고 이 소설은 여러가지 미스터리 요소가 숨겨져 있는데 그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서로에게 생기는 갈등과 오해의 경로를 따라가는 과정도 재미 요소이다. 자신의 진로로 인해 걱정을 많이 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은 방황해도 괜찮아' 라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는 이 소설이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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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벌써 번아웃이라고? - 청소년을 위한 회복 가이드 발견의 첫걸음 15
나오미 피셔 지음, 일라이자 프리커 그림, 이민희 옮김 / 창비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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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출판사 창비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청소년들이 겪게되는 번아웃에 대해 친절하게 차근차근 설명해준 책이다. 번아웃의 원인이 본인에게 있는게 아닌 사회의 요구에 대한 개인이 가진 자원 사이의 불균형으로 보는 관점은 번아웃에 지친 청소년들에게 큰 힘이 된다. 주위의 환경이 자신을 번아웃으로 몰고 간다는 저자의 생각은 자신에게만 원인이 있다고 자신을 압박하는 자신에서 해방될 기회를 주며 자신의 외부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를 촉구한다.

저자인 나오미 피셔는 영국의 임상심리학자로서 청소년들을 상대로 수많은 상담을 한 심리학 전공자이다. 저자는 청소년 번아웃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서 알려주는 동시에 번아웃의 해결책도 친절하게 제시한다. 해결이 쉽지 않음을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실천 메뉴얼을 두어 독자들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특히 번아웃의 극복과정에서 작게 시작하고 쉽게 만들고 끌리게 만들어서 반복하기라는 책의 실천 메뉴얼은 번아웃을 극복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학교를 꼭 가라라고 말을 쉽게 하기 전에 아이들의 관심사에 같이 귀를 기울여주고 대화를 나누는게 얼마나 필요한지 알 수 있었습니다. 번아웃에 빠진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풀 수 있는 열쇠가 될것이며 번아웃에 빠진 아이를 둔 부모님께서는 자신의 아이를 진심으로 이해하며 양육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귀중한 책이 될것입니다.

번아웃에 괴로워 하게 되면 번아웃의 빠진 자신을 자책하면서 계속 번아웃의 암흑 순환으로 몰고 가게 됩니다. 저자는 끈질긴 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마음을 짓누르는 생각과 감정이 있을 때 그 생각과 감정을 따로 보관하는 보관함을 두어 그 마음의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입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며 '나는 게임 중독에서 못 빠져나올거야' 라는 부정적 생각을 메모지에 적고 서랍에 집어 넣었습니다. 과연 이게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지만 3일이 지난 지금 게임을 안 하고 있습니다. 부정적 생각을 긍정적 생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법들이 책 속에 많이 나오는데 그 방법들을 자신의 삶에 적용하면 자신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질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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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구 창비청소년문학 145
김민서 지음 / 창비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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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해 보이는 인상, 무르기만 하고 다른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 사람을 호구라고 한다. 학교 폭력에서 호구는 너무 순하고 맹해서 가해자에게는 함부로 해도 상관없는 장난감이 되고 방관자에게는 죄책감 없이 자신의 가학적 쾌감을 충족시켜주는 대상이 된다.
이 소설은 호구의 성장통을 청소년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풀어낸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가장 힘들었던 점은 주인공 윤수가 가해자 이철을 닮으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다. 목소리를 크게 내보기도 하고 머리를 노랗게 염색해보기도 하고 개눈깔도 만들어 보면서 겉멋, 허세, 폭력을 배워가는데 즉 '호구보다는 개새끼가 오래 남는다는 철칙'을 호구처럼 믿고 실행에 옮긴다.
무모한 폭력의 모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이 윤수에게 어떤 상흔을 남기는지 작가는 관심이 많은거 같다.
이철의 아빠는 정치인이며 재력가이지만 윤수의 아빠는 다른 여자 때문에 가정을 떠났고 키가 140인 외할아버지가 전단지를 돌리며 용돈을 번다. 정치 경제학적 계급이 폭력을 어떻게 발생시키는지, 즉 누군가는 너무나 쉽게 호구가 되고 다른 누군가는 너무나 쉽게 호구를 조롱하고 이용하고 공격하는 사람이 된다. 평생 그런 사회적 차별로 작아진 존재들의 고통이 이 소설의 가장 슬픈 대목이다. 할아버지가 '윤수야 넌 큰 사람이 될거야' 라는 말을 그토록 반복한다는 것은 그만큼 구조적 차별의 고통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거라는 예감을 읽는 내내 하게 만든다.
정치적, 경제적 구조로 결정되어 버리는 불공정한 호구 - 가해자 게임과 대비되는 소설 속 게임이 바둑이다. 물론 바둑도 흑돌이 먼저 두므로 유리하지만 백돌에게 어드벤티지를 줘 실력이 비슷하면 공평한 게임이 된다.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바둑이 소설의 내용과 형식 모두에 영향을 주며 윤수에게도 삶을 배우는 중요한 소재가 된다. 나는 특히 불계패 부분이 좋았는데 승부의 세계에 집착하지 않게된 주인공이 성숙해졌다고 느꼈다.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사나운 개 뽀삐의 목줄을 잡고 산책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자신의 날뛰는 본능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처럼 느껴져서 좋았다. 어떤 호구는 개새끼보다 오래 남는다. 난 이 소설이 많은 세상의 호구들에게 가닿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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