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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미스터 타이거 ㅣ 창비청소년문학 148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6년 5월
평점 :
이 글은 출판사 창비의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안녕 미스터 타이거 1884년 계미년부터 1935년 쇼와 10년까지 서양인 노월과 기녀 계손향의 아름답고도 슬픈 사랑이야기입니다. 읽으면서 놀랬던 부분은 저자가 그 당시 역사를 고스란히 소설 속에 펼쳐놨다는 거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 실제 조선시대로 타임머신을 타고 넘어가 주인공 계손향이 바라보는 풍경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미리견(영어), 축간(화장실), 인경(밤에 치는 종) 등 그 당시 주로 사용했던 단어들이 그대로 등장하며 저자는 그 용어들을 알기 쉽게 이야기적으로 설명해줍니다. 조선시대 노래와 호랑이 관련된 속담도 이야기적으로 재밌게 변형되어 소설 곳곳에 사용되어 독자들이 그 당시 분위기를 고스란히 체험하게 해줍니다.
주인공 계손향이 서양인 노월의 파란 눈을 가지고 있어서 "파란 눈으로 보면 세계가 파랗게 보입니까?" 라고 물어보자. 노월은 "나는 그대와 같은 세상을 보고 있어요"라고 답변합니다. 이 후 계손향은 노월에게 조선이라는 세상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서 한글을 가르칩니다. 한글을 가르치면서 노월의 첫 질문은 당신은 누구인지 손가락으로 계손향을 가르켰고 계손향은 자신의 이름을 직접 한글로 부르면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다소 직접적인 로맨스의 표현이지만 노월이 서양인이서 가능했던 시작인거 같습니다. 나중에 계손향은 직접 미리견(영어)를 배우며 노월이라는 타인에 접근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낯선 면을 배워나가면서 꽃피는 사랑이야기는 성숙하게 느껴지며 약간 무거워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상당히 유머러스하여 명랑하고 활기찬 느낌을 계속 줍니다. 예를 들어 계손향이 천자문을 노월에게 가르치면서 영어를 동시에 배워나가는데 천자문을 '하나 스카이 둘 이어쓰 셋 맨 넷 위이먼'으로 새로운 단어의 조합으로 리듬감있게 이야기 책 읽듯 배워나가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해집니다.
기녀들의 슬픈 에피소드들도 이야기 중간 중간 많이 나옵니다. 기녀는 세상의 시선을 한 때 가장 많이 받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빨리 저무는 꽃으로 비유됩니다. 시선을 어떻게 자신에게 쏠리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기녀 계손향은 반대로 노월에게 조선이라는 세상에 시선을 쏟게 만듭니다. 계미년의 마지막 날 지붕을 밟고 계손향과 노월이 지붕 위에서 조선을 동시에 바라보는 장면은 애틋합니다. 계손향은 노월에게 가장 널리 담을 수 있는 시선을 보여줍니다. 그 위에서 노월은 조선을 사진으로 찍는데 계미년의 마지막날에 가장 아름다운 로맨스의 한 순간입니다. 그들의 로맨스가 역사와 겹쳐지면서 어떤 이야기를 만들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역사에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찾고 계신가요? 안녕, 미스터 타이거가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