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를 죽이지 마세요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테리 트루먼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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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굉장히 자극적인 책 한 권을 만났다. 우리 아이가 책 제목을 보더니

"엄마, 아빠가 애를 왜 죽여?" 라고 묻는다.

"글쎄, 엄마도 안 읽어봐서 아직 잘 모르겠어."

책을 읽기 전에 제목만 보고는 도대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 책인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책을 읽어 나가다보니 어느 근육 하나 맘대로 조절할 수 없는 뇌성마비 아이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그제야 안락사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겠구나 하고 직감했다. 그렇다. 우리가 도저히 갈피를 잡을 수 없고 함부로 결정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담고 있는 책이다. 그 누구도 안락사가 환자를 위한 일인지 아닌지 판가름 할 수 없다. 안락사란 신의 영역을 인간이 함부로 침범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 이모에겐 아들이 둘이 있었다. 나에게는 이종 사촌이 되는 이모의 작은 아들이 오래전에 교통사고를 당해 식물인간이 되어버렸다. 오랜 시간 병원에 입원해 있었지만 더 이상 병원에 있을 필요성을 못 느껴 환자용 침대와 필요한 모든 의료 기구를 집으로 들여 퇴원을 시켰다. 아들이 그렇게 된 후 이모는 꼼짝없이 묶인 신세가 되어 버렸다. 수년을 그렇게 보내셨다. 가끔 우리 엄마가 이모 밥이라도 해드린다고 며칠씩 다녀오시곤 했다. 어느 날 엄마께서 “이제는 사람보도 웃기도 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 한마디에 이종 사촌 동생의 상태를 가늠할 수 있었다. 전혀 미동도 없다가 많이 호전되어 상대가 하는 말에 반응을 보이기도 하는 것이었다. 어른들이나 주변 사람들이 제일 많이 하는 걱정은 “엄마가 더 오래 살아야 할텐데...”라는 것이었다. 지금은 다행이라 표현해도 될까 모르겠지만 사촌 동생은 몇 해 전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이모의 제일 큰 걱정이 덜어진 것이다. 그 누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싶어 하랴만은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가슴이 아파도 마음이 편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더 가슴이 아프다.

 

내가 우리 이모의 생활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듯 이 책에서도 뇌성마비 아이인 ‘숀’ 가족의 고통을 보여주고 있다. 겪어보지 않은 우리들은 그들의 상황을 그들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로 생각해 버리고 고개를 돌린 후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해 본적이 없는 것 같다. 나의 경우 우리 이모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이 책은 열린 결말로 끝맺음을 했다. 아마 작가 자신도 신의 영역에 결정권을 가지지 못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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