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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ㅣ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평점 :
[걸어본다 03 뉴욕]
나의 사적인 도시 (박상미, 2015)
문학동네 난다의 [걸어본다] 시리즈, 그 세번째 이야기인 뉴욕, 나의 사적인 도시-
My Own Private City라는 영문제목에선 'Own'이,
나의 사적인 도시라는 한글제목에선 '사적인'이라는 단어가 나는 너무 좋았다-
그리고 전체적으로는 'private'라는 단어가 '사적인'이 된, 나의 사적인 도시 라는 제목이 너무너무 좋다-
이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책.
책을 읽으면서도, 주변에서 책 출간 소식들을 들으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좋은 글, 좋은 책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실 에세이집 치고 그렇게 쉽게쉽게 읽히는 글은 아니라서, 그냥 가볍게, 쉽게 공감되고 유행하는 에세이를 생각하고 책을 들었다간 조금 당황할 수도 있겠다 싶다. 그래도 조금만 들여다보고서 글을 따라가다보면 이야기에 빠져드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런 글을 일기처럼 조금씩 조금씩 남겨둘 수 있는 사람이라니-
뉴욕의 걸어본다는 글과 도시 뿐 아니라 현대 미술에 대한 지식과 정보, 보는 눈까지 가지고 있어 책을 읽으며 미술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함께 미술관을 다녀오는 느낌이기도 했다. 잘 몰라도 그저 보는 게 좋아서 종종 미술관을 가는 내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도 했고, 나만의 시각을 가질 수 있게 응원을 해주는 글들도, 그리고 미술을 본다는 것에 대한 부담, 어려움을 덜어주는 위안도 되었다. 중간중간 삽입되어있는 작품들은 두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면 물리학 논문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당연시 여기면서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왜 인정하기가 어려울까? 우리에겐 생래적으로 색과 형태를 감상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색이 있고, 좋아하는 스타일이 있다. 하지만 이런 일반적인 기호는 그림을 보는 눈의 바탕이 될 수는 있어도 그림을 보는 능력 자체가 될 수는 없다. 우리가 한국어를 안다고 해서 어려운 논문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분홍색을 좋아한다고 해서 필립 거스턴의 그림 속 분홍색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의 그림에서 분홍색은 도발적이고 잔인하기까지한데 분홍색의 그런 다른 면을 보기 위해선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누구나 자신을 '문화적' '예술적'이라고 생각하길 좋아한다. 그림을 모르면 야만인이라고 취급받지 않을까 걱정도 한다. 그런데 그렇지가 안다. 특히 현대 이후의 미술은 모르는 게 당연하다. 텔레비전도 없고 신문도 없던 중세에는 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법 중 하나가 예술이었다. 그랬기에 대중은 시각예술의 언어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다. 우리가 광고 메시지를 이해하는 것처럼.
p.41-p.42 '마음대로' 보기(2006.6), 1부
그리고 동시에 지금의 '나'를 공감해주고 위로해주기도 했다.
다양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그녀의 모든 것들의 집합을 이렇게 글로 풀어내면서, 내가 하고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한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달까.
어디선가의 리뷰에서 정말 좋은 산문-이다 라는 구절을 봤는데,
이 책은 정말 '에세이'보다는 '산문'이 참 잘 어울리는 글이다.
좋은 산문, 그리고 참 많은 노력이 담긴 책이다.
작년 이맘때부터 함께 걷고 있는, 걸어본다- 계속계속 이렇게 좋은 글과 함께 걸을 수 있기를!
+덧) 내가 가장 좋았던 subtlety 부분이 저자인 박상미 선생님 인터뷰 기사에 있는 걸 봤다. 반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