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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도를 사랑한다 - 경주 ㅣ 걸어본다 2
강석경 지음, 김성호 그림 / 난다 / 201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걸어본다 02_경주]
이 고도를 사랑한다(강석경, 2014)
경주가 신라의 터전이었던 탓에, 그리고 이 도시가 여전히 고도이기 때문에, 이 책은 역사 이야기가 꽤 많이 들어있지만-그래서 알고 보면 더
좋겠지만- 가르치려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길을 걸으며 소소하게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
그리고 봄에서 겨울까지, 사계절을 경주의 속도("경주, 영악함 없는 이 느림")로 지나는 느낌.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게 지나지만 그 순간순간들이 마음 가득 느껴지는 그런, 짧지만 긴 산책.
저자에게 경주는 영혼의 고향같은 곳이다. 지난 번 걸어본다 첫 번째 이야기인 용산편을 리뷰하면서 내가 내게 특별한 공간들을 언급했던
것처럼 저자는 "자연은 온 지구에 지천으로 널려 있지만 나라와 지역에 따라 특별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내게는 인도와 그리스, 경주가
그러하다. (p.178 epilogue 경주에서 내가 점유하는 진정 좋은 것들)"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걸어본다' 시리즈는 참 많은 의미를 담고 있기도, 가능하게 하기도 하는 것 같다. 내가 직접 걸어볼 수도 있고, 누군가가
걸어 온, 혹은 걷고 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도 하다.
'경주'
어렸을 땐, 경주가 그저 그런 뻔한 소풍, 여행지, 지루한 유적지였다. 어린 아이의 눈을 끌만한, 재미를 책임지는 흥미로운 장소는
아니었던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조금 크고나서 경주는 막연히 다들 가고 싶어하는 아름다운 여행지 정도로 변했던 것 같다. 다들 예쁘다고 하고
가고 싶다고 하는 그런 곳- 부산에서 자란 내게 경주는 그 때까지도 그냥 학창시절에 자주 갔던 견학장소,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는 장소였기에
서울에서 사는 동안에도 그렇게 막연하게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장소는 아니었다. 그리고서 직접 찾았던 경주는, 고즈넉하고 따뜻한 마을.
우리 마을은 아니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그런데다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한 마을. 그런 마을의 느낌이었다. 꾸미지 않았지만 화려하고 정돈된 것
같은, 그리고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그런 곳. 한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고 새카맣게 타면서 자전거로 돌아다녔던 경주에서의 하루도, 그 때가
아쉬워 같은 해 다시 찾았던 겨울, 하얀 입김을 불어대며 뛰어다녔던 경주에서의 기억도, 참 한결같이 따뜻하고 아름다웠다.
산림환경연구소 편을 보면서는 문득 식물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식물들 이름이 재밌다. 얽혀있는 이야기들을 유추하는 것도 그렇고,
생긴 모습과 비교해보는 것도 그렇고 상상만으로도. 대학들어오고서 갔었던 아침고요수목원, 겨울에 찾았던 제주도, 그리고 내가 맘 속에 담아두고
있는 가고 싶은 곳 중 하나인 청량산과 전남 장성 편백나무 숲도 모두 같은 맥락에서- 남은 한 해 안에 갈 수 있기를!
마지막으로 마치, '경주는 이런 곳'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아 귀여웠던 경주의 이야기-를 인용하며-
삼십년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들어서기로 하자 주민들이 반대했다고 한다. 지역 발전을 위해 두 손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지만 반대한 이유는 "경주여고 애들 바람 든다"는 거였다. 웃지 않을 수 없는 이런 일도 경주란 지방의 특수성이라 할까. p.174 postscript 경주, 영악함 없는 이 느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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