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팀 버튼 지음, 윤태영 옮김 / 새터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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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담하건대, 이 책을 보면 백이면 아흔 아홉은 우울해질 것이다. 짤막한 글과 많은 그림으로 이루어진 얄팍하고 가벼운 이 책은 집어들기에는 쉬우나 내용의 묵직함으로 인해 내려놓기는 어렵다. 굴소년의 우울한 죽음을 비롯한 모든 이야기들은 우울이라는 주제에 잔인하리만치 맞닿아있고 그로 인해 이 책을 덮는 순간까지 독자는 우울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이야기와 이야기, 상황과 상황의 비극성은 모든 스토리의 주인공이 소녀와 소년, 그러니까 가장 깨끗하고 선하다고 인식되는 사람들에게만 일어난다는 점에서 더욱 고조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생래적인 이유에 기점을 둔 우울. 그러한 우울은 고쳐질 수 없기에 더욱 구슬프다. 선한 개인이 어지러운 사회에서 고통받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이 세상, 이 책이 우울한 이유는 분명 그 세상을 고스란히 담아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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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하고 나하고 1
강모림 지음 / 시공사(만화)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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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간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곳의 아이들과 한 번 이라도 마음을 터놓고 논 적은 있는가? '달래하고 나하고'는 마음의 고향을 잃어버린 현대인들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와 함께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귀한 오아시스이다. 어떻게 보아도 촌스러워 보이는 달래, 그러나 보라, 그 촌스러운 모습이 너무나도 귀엽지않은가, 너무나도 한국적이지 않은가. 우리가 잃어버린, 그리고 다시 찾기 힘든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우리는 이 책에서 담뿍 느낄 수 있다. 입가를 더럽힌채로 뛰어노는 아이들, 인심 좋은 옆집 사람들, 설레이는 마음으로 부임해온 총각 처녀 선생님... 가끔 세상이 신산하고 고되다고 느껴질 때는 달래네 마을을 펼쳐보며 위안을 얻는 것은 어떨까? 분명 마음이 훈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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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2
김나경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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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워낙 일본 애니매이션으로 익숙해져서 다른 얼굴, 다른 성격, 다른 모습의 앤은 상상도 못할 정도다. 초등학교 시절을 일본 애니매이션과 함께 보낸 현재의 20대에게 빨강머리 앤과 그의 친구 다이아나(일본식 발음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방영함)는 주황색 머리에 회색 옷을 입은 깡마른 아이와 머리를 기묘하게 땋아 돌린(?) 아이로 기억될 뿐이다. 그런데 일본식으로만 생각되던 앤이 한국식 모델이 되어 새로 나타났다. 그것이 바로 이 김나경의 '빨강머리 앤'이다. 김나경의 앤은 우리가 아는 앤과는 사뭇 다르다. 배움을 즐거이 여기는 몽고메리 여사의 앤과 달리 한국의 앤은 자율학습을 빠지고 집에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착하고 참한 아이로 성장하는 캐나다의 앤과 언제나 말썽쟁이에 기회주의자인 한국의 앤은 얼마나 다른 모습인지. 그러나, 나 뿐일까? 이런 한국의 앤에 더욱 정감이 가는 것은. 모든 것에 적극적이고 모든 일을 잘 하는 몽고메리 여사의 앤과 달리 꽃나경의 친구인 우리의 앤은 평범한 고등학생의 삶을 살고 있고, 오히려 그 점이 더욱 깜찍하게 느껴진다. 컷마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참기 힘든 한국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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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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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끌려 집어든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역시 표제작인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였다. 그리고 나는 홀린듯이 이 책을 집까지 끌고 들어오게 되었다. 아름다움이 기쁨이 아니라 슬픔으로 느껴질때가 사람에게는 모두 한 번 씩 있는 모양이다. 고등학교 때였던가. 저녁에 무심코 창밖을 본 적이 있었다. 때는 마침 해가 막 지려하며 어스름이 깔릴 무렵이었고 1년 내내 해가 보이지 않는 북향인 내 방은 산 아래로 머리를 박는 해마저도 제외한 그 어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의 청보랏빛 하늘. 그 빠질듯한 아름다움이 어쩐지 너무나도 서글퍼 나는 그만 창 앞에 서서 하늘을 보고 울어버렸다. 그 광경은 너무나 아름답기에 너무나 서러웠고 그것이 가슴에 맺혀와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작가는 자운영 꽃밭에서 운 것을 모성과 연관시켰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나도 그 해질녘의 하늘이 마치 어느 여름날 눈물을 죽이며 바라보던 어머니의 뒷모습 같아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어째서 내가 작가와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비슷한 경험과 생각때문에 내게 이 책은 무척이나 특별하다. 이번 5월, 들에서 자운영 꽃밭을 발견하면, 마치 그 해질녘 울었던 것 처럼 불쑥 눈물이 솟지는 않을까. 늘 주책스러운 나는 이렇게 먼저 걱정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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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와 여자 - 친구인가, 라이벌인가
셰어 하이트 지음, 김성기 옮김 / 롱셀러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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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관력 서적의 리뷰를 쓰다 보면 항상 걸리는 점이 있다. 대부분의 급진적인 페미니즘 관력 서적은 어째서 그렇게 별점이 높은 것일까. 사회에세 페미니즘은 탄압받고 있는 약자의 이론으로 반대파로부터 '극렬페미년' 등의 웃기지도 않는 신조어로 조롱받고 있는데 말이다. 사실 남자들도 다 페미니스트이면서 겉으로만 페미니즘이 싫은 척 하는 걸까? 그래서 많은 페미니즘 서적 리뷰는 칭찬 일색인걸까? 슬프게도 내 생각으로는 전혀 아닌 것 같다. 페미니즘 관련 서적이 별점이 높은 것은 그것을 읽는 사람이 모두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서 페미니스트가 아닌 사람은 페미니즘 서적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엄청난 아이러니인가. 정작 여성학을 알아야만 할 사람들은 여성학에 무지하고 그것에 반대하는 사람들인 것을.

다른 페미니즘 책이라면 모르겠지만, 셰어 하이트의 이 책만큼은 그렇게 사장(?)되기에는 너무나도 아깝다. 기존의 고정 관념을 뒤집는 것이야 모든 페미니즘 책의 공통점이지만 이 책은 그 고정 관념을 구체적으로 숫자까지 들이대가며 상냥하게 뒤집어준다. 대중매체와 사회가 어떻게 여자와 여자 사이를 이간질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여성학에 무지하고 그것을 끔찍히 싫어하는 사람들이라도 이런 책을 만난다면 자신의 의견을 수정하게 되지 않을까?

아, 그러나 나의 이 추측도 보기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미디어리뷰'란의 동아일보 리뷰의 제목은 어이없게도 '여자와 여자 사이 야릇한 경쟁 심리' 이다. 도대체 동아일보 기자가 책을 제대로 읽은 것인지가 의문이다. 그 바로 밑의 세계일보 기자와 너무나도 비교된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완전히 반대로 이해하다니 놀랍고 슬플 뿐이다. 오늘도, 페미니즘의 갈 길은 멀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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