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끌려 집어든 이 책에서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역시 표제작인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였다. 그리고 나는 홀린듯이 이 책을 집까지 끌고 들어오게 되었다. 아름다움이 기쁨이 아니라 슬픔으로 느껴질때가 사람에게는 모두 한 번 씩 있는 모양이다. 고등학교 때였던가. 저녁에 무심코 창밖을 본 적이 있었다. 때는 마침 해가 막 지려하며 어스름이 깔릴 무렵이었고 1년 내내 해가 보이지 않는 북향인 내 방은 산 아래로 머리를 박는 해마저도 제외한 그 어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순간의 청보랏빛 하늘. 그 빠질듯한 아름다움이 어쩐지 너무나도 서글퍼 나는 그만 창 앞에 서서 하늘을 보고 울어버렸다. 그 광경은 너무나 아름답기에 너무나 서러웠고 그것이 가슴에 맺혀와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작가는 자운영 꽃밭에서 운 것을 모성과 연관시켰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나도 그 해질녘의 하늘이 마치 어느 여름날 눈물을 죽이며 바라보던 어머니의 뒷모습 같아서 더욱 가슴이 아팠다. 어째서 내가 작가와 비슷한 경험과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비슷한 경험과 생각때문에 내게 이 책은 무척이나 특별하다. 이번 5월, 들에서 자운영 꽃밭을 발견하면, 마치 그 해질녘 울었던 것 처럼 불쑥 눈물이 솟지는 않을까. 늘 주책스러운 나는 이렇게 먼저 걱정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