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수도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한 설명을 해놓은 책이 또 있을까? 600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서울. 그러나 우리의 서울은 이렇게 책으로 묶일 수 있을까? 그렇게 책으로 만들려는 시도를 하는 사람이나 있을까? 중국 베이징을 여행가기로 했던 작년 가을에 한참 중국 관련 서적을 검색하다가 집게 된 책이다. 딱 베이징만 가기로 한 나였기에 이 책은 내 목적에 딱 맞았다. 책의 표지부터 내가 가장 가고 싶어하는 천단공원이 나와서 가슴 설레하며 책을 열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책을 덮을 즈음, 나는 가벼운 우울증으로 한숨을 쉬었던 것 같다. 수도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절절하게 녹아있는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자꾸 우리나라와 비교가 되는 것은 왜일까. 우리 나라라면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 그 좋던 가을날 하늘을 바라보며 안으로 침잠했었다. 그리고 직접 베이징을 갔다 온 지금, 나는 아직도 '서울 이야기'를 꿈꾸며 이 볕좋은 봄날을 견디고 있다.
이렇게 큰 나이지만 요즘도 나는 자매 싸움을 한다. 그 싸움의 내용이라는 것도 너무나 유치찬란하기에 남에게 대놓고 말 하지도 못할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풀어지는 것도 얼마나 어이없이 풀리는지. 어린나이의 자매, 형제 싸움도 비슷한 것 같다. 무언가로 틀어지면 언니나 동생이 미워 죽을 것 같지만 결국 어느새 눈 녹듯이 스르르 풀려 버려서 언제 싸웠는지도 기억하지 못한채 다시 어울려 노는 것이 그 맘때 아이들의 특징 아닐까? '병원에 입원한 내 동생'은 이맘때 아이들의 묘한 자매간의 알력다툼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재되어있는 자매만의 독특한 정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매일 자신의 물건을 허락없이 가져가는 영이가 못마땅하던 언니 순이. 그러나 영이의 빈자리에서 결국 순이는 동생에게 향하는 절절한 감정을 느끼고 만다. 사실, 가족이라는 것이 다 그렇지 않나? 결국 그 구성원 중 누군가를 진심으로 미워하는 것이 불가능한 단체, 그것이 가족 아닌가? 끊일 날이 없는 아이들의 자매, 형제 싸움에 지치신 분이 계시다면 아이들 손에 이 책을 슬며시 쥐어주시면 어떠실지. 아이들이 자신의 동생과 언니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지도 모르니.
만화를 워낙 좋아하는 나이지만 한 달에도 만화는 부지기수로 쏟아져 나오기에 결국 누군가의 추천이 있어야만 보게 되는 만화들이 많다. 혹시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 만화나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중에 자신과 맞지 않아서 추천한 사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경우는? 미안하지만 그린을 본 내 심정이 딱 그랬다. 그린은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라는 코믹 만화를 그린 사람의 후속작이란다. 사실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라는 만화도 잘 모르지만 그냥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코믹만화라니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고, 이번 그린도 사전지식없이 '카더라 통신'에 의해 본 것이다. 그리고 귀 얇은 나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아야만 했다. 농촌총각을 짝사랑하게된 도시처녀의 농사 체험기. 포인트는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짝사랑? 농촌 체험? 슬프게도 이 책은 두가지 모두에 포인트를 주려고 무리를 하는 바람에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렸다. 도대체가 이건 주제도 모호하고 코믹함도 떨어진다. 줄거리는 중구난방에 에피소드끼리의 유기성도 떨어지고 이 여자의 심리나 그 여자를 대하는 남자의 심리도 도통 알 수가 없다. 어떻게 이 만화가 재미있다는 칭송을 듣는 건지 그것이 궁금할 뿐이다. 아무래도 나는 이 작가와 코드가 안 맞나보다. 남들이 그리 재미있다던 '주식회사 천재 패밀리'도 내겐 지루하기 짝이 없었으니. 그나마 '주식회사~'는 코믹함이라도 있지, 이 만화는 대체 웃기지도 않고 달콤하지도 않고... 지금 이 책을 집으려는 분들은 다시 한 번 신중히 생각해 보시길. 여러분의 취향을 다 맞추는 책은 아니랍니다.
처음 이 책을 접한 것은 감수성이 최고조로 오른 고등학교 때였다. 제목부터 보스니아의 '연인' 이라니 얼마나 로맨틱한가. 가슴 설레는 사랑을 꿈꾸던 그 시절, 그 책으로 손이 간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펼쳤을 때의 수많은 연애편지들. 17세 여고생으로서는 살 수 밖에 없는 책이었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 책은 그저 알콩달콩하고 달콤한 사랑얘기만은 아니었다. 내전으로 유명한 보스니아의 종교가 다른 두 연인. 여기까지만 나와도 독자는 대강의 줄거리를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야기는 너무나 짐작대로 흘러가 나중에는 그 비극성마저 퇴색한다. 너무 뻔한 이야기에는 극적인 사건이 있어 반전이 되거나 아기자기한 디테일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그런 요소를 갖고 있지 않아 결국 독자를 지치게 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 나면 보스니아의 상황을 다시 한 번 개탄하게 되니 참으로 신기하기도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연인들이 주고받는 연애편지가 궁금해서 훔쳐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살짝 열어보시길. 절절한 연애 편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그림을 좋아하기는 하나 남에게 내세울만큼의 심미안을 갖지 못한 내게 이주헌씨의 글은 특별 조제한 처방약이나 다름없다. 미술을 처음부터 공부해본답시고 인상파니 야수파니 다다이즘이니 하는 것들을 보다보면 얼마나 지루하고 짜증이 나는지. 그런 것들과는 달리 이주헌씨의 글은 학술적인 내용이 아니라서 우선 눈이 가고 계속 보게된다. 미술에 기초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내가 보기엔, 좁고 깊은 미술사 공부보다는 이런 폭넓은 일반교양적 명화 읽기가 더욱 적합한 것 같다. 우선 흥미가 일지 않는가, 명화라는데.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편안하게 썼다는 점일 것이다. 쓰는 사람이 부담스럽지 않게 썼기에 읽는 사람도 전혀 부담스러워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여러 그림을 대하게 된다. 그 와중에 귓가에서 소근소근 속삭여주는 친절한 가이드인 저자. 그러는 중에 독자는 어느새 자기도 모르게 명화의 배경과 그 특징등을 눈에 익히게 되는 것이다. 올 컬러의 다양한 그림들도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