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지금 몇 시인가?
유재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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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 나라와 가까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과거로부터 골이 깊어서인지 일본 관련 서적은 우리 서적가에 넘쳐날 정도로 많다. 일본어를 배우고 있고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나는 여러 일본 관련 서적을 보았는데 일본 관련 서적은 한일간 외교관계에 기반을 둔 어려운 서적 아니면 향락산업과 연예계, 아이디어 상품등을 다룬 지나치게 가벼운 서적이 대부분이어서 정말 일본 사회의 곳곳을 보지는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발견한 이 책은 읽기 쉬운 수필형식으로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내용을 담고 있길래 보게 되었다.

저자는 일본에 기본적으로 애정과 연민을 갖고 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제 살을 깎아먹는 듯한 아픔을 참으며 써내려간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우리들이 한국 사회를 비판해야만 할 때처럼. 저자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쓰려고 노력했다지만(한국인이 일본에 대해 중립적이 되기는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다. 이런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는 작가를 높게 평가한다.) 곳곳에서 한국적인 시선이 느껴진다. 게다가 저자가 너무 보수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부분이 많아서 보다가 중간중간 답답하기까지 했다(특히 성적 개방에 따른 부분에서 여성만의 순결을 중시하는 입장을 취한 것은 우스울 뿐이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저자가 극복해야할 상황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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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두렵지 않아요 - 아름다운 소년, 이크발 이야기
프란체스코 다다모 지음, 노희성 그림, 이현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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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집어들게 된 데에는 여러 메이저 신문사 서평의 영향이 컸다. 앞다투어 '파키스탄 소년의 용기있는 행동'에 대한 책이라고 극찬을 하지 않겠는가. 평소에 인권이나 자유, 평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 나이기에 결국 이 책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던가. 앞의 책소개에 나온 스토리를 읽었다면 굳이 이 책을 보지 않아도 된다. 정말로 그게 끝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자신은 이크발을 본 적이 없으며 여기 나오는 주인공(이크발과 함께 일하게 되는 여자아이)도 자신의 가상인물이지만 이크발의 옆에는 꼭 그런 친구가 있었으리라 생각하고 책을 썼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감동을 조장하는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때문일까. 처음부터 완전 각색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보았기에 왠지 김이 빠졌고 감동을 끌어내려는 작가의 노력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너무 담담하다못해 싱거웠다. '조금만 더 필력이 좋은 작가가 썼더라면' 하고 생각하는 것은 나뿐일까? 아름다운 이야기의 감동이 반으로 준 것 같아서 안타깝기만 하다.

소설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용기있는 소년 이클발에게는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최악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자유를 갈망하는 이크발의 모습은 비겁하게 현실에 안주하는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이크발처럼 무섭고 괴로운 상황에서 '나는 두렵지 않아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를 갖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이크발이 죽은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는 어린이들이 노동을 착취당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으며 사람들은 이미 이크발을 잊었다. 이크발은 사람들이 어린이 노동에 관해 잊는 것을 경계하며 우리의 이야기를 더 퍼트려 달라고,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고 했으나 이젠 그 소리 조차도 세월속에 파묻혀버렸다. 이 문제를 그냥 덮어두어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읽고 이크발을 잊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우리가 이크발을 잊는 날은 모든 어린이들의 과다한 노동에서 해방되는 그 날이 되어야 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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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굽는 심플 쿠키 - 에쎈생활무크 8 에쎈 생활무크 8
서울문화사 편집부 / 서울문화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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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하지만 요리책이라는 것이 눈으로만 즐기는 '화보집'은 아니다. 요리책은 그야말로 실용서이기에 디자인과 함께 내용도 충실해야 하는 것이다. 솔직히 이 책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다른 요리책보다 훨씬 싼 가격 때문이었다. 그러나 싼 게 비지떡이라고 그 누가 말하던가. 작고 가벼운 책에 디자인도 너무나 깜찍해서 무턱대고 샀지만 요리를 하려고 펼쳐보니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았다.

요리책이라면 요리정보가 가득하고 가끔 어려운 부분에는 요리팁도 나와 독자에게 도움을 줘야하는데 이 책은 멋들어진 사진 옆에 너무나도 심플하게 ①②③④... 이런 식이다. 하나하나의 단계마다 사진 설명이 되어 있어도 모자랄 판인데. 정말이지 웬만한 요리 웹사이트보다 못하다. 빵와 쿠키를 다룬 요리책이라면 응당 있어야할 계량정보(컵과 그램을 환산하는 법, 테이블 스푼과 티스푼의 차이 등)도 없었다.

제본 상태도 가관이다. 이건 펴놓고 요리를 할 수가 없다. 한두장 낙장은 기본이요, 자칫 잘못하면 책 전체가 너덜너덜이다. 요리 하다가 책에 신경을 곤두세운 건 이 책이 처음일 정도이니. 나쁜 얘기만 한 듯 한데, 쉽게 만들 수 여러 쿠키를 선정해서 그것을 세가지 파트별로 나누어 실은 것을 비롯하여 작은 책 임에도 불구하고 디자인에 신경을 쓴 점 등은 높이 살 만 하다.

쿠키를 좋아하지만 많이 만들지는 않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족용으로 하나쯤 사두면 좋을 것이다. 나처럼 자주가 아닌 가끔만 쓴다면 꽤 유용한 책이 될 테니까(자주 쓰려면 제본상태 좋고 여러정보가 가득한 두툼한 책을 사는 편이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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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오히라 미쓰요 지음, 김인경 옮김 / 북하우스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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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청소년, 그러니까 흔히들 하는 말로 '날라리'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쁜 친구를 사귀어서? 청소년 특유의 그릇된 모방본능때문에?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서? 정체성 혼란에 빠져서? 모두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비행의 이유를 아우를 수 있는 원인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와 모든 청소년 상담가)가 말하는 비행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그릇된 가족관계이다. 나쁜 친구를 사귀고 그릇된 모방을 하며 왕따를 당해 정체성 혼란에 빠진 아이라도 뒤에 탄탄한 가족이 지켜주고 있다면 설혹 비행을 저지르더라도 언젠가는 비행의 나락에서 헤어나오게된다. 저자 오히라 미쓰요씨는 자신도 충분히 경험한만큼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책 속의 여러 상담문에 '가족 관계를 회복할 것'을 내세우는 것이다.

부모에게는 '어머니와 아버지가가 아이를 믿어주세요', 아이들에게는 '부모님과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해보렴' 하고 말하는 오히라씨의 충고에는 그녀의 뼈아픈 과거가 녹아있어, 다른 상담가들의 말보다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그녀의 글에서 확실한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다. 우리 아이가 요즘 좀 이상한데, 어떻게 좋은 쪽으로 돌려 놓을까를 고민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보다 해결쪽에 비중을 둔 다른 책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본격적인 상담서라기보다는 아픔을 간직한 사람들에게 같은 아픔을 경험한 사람이 부드러운 위로를 던지는 내용이니까. 하지만 경험자의 위로는 얼마나 많은 힘을 주는가. 이 책 하나만으로 비행청소년과 그의 어머니는 천군만마를 얻은듯한 기분이 들지도 모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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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친구하자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요리코 / 한림출판사 / 199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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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때, 마니또 게임이라는 것이 있었다. 개개인에게 서로의 마니또(짝)가 정해지면 한달동안 그 친구에게 편지와 선물을 주는등 여러가지로 관심과 도움을 준다. 별로 재미없는 게임으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아이들은 모두 이 게임을 즐거워했다. 왜냐하면 이 게임의 가장 중요한 규칙이 이 모든 관심과 도움을 모두 '비밀리에' 행해야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모두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이가 누구인지 모르는채로 궁금증을 키워나가게된다.

<우리 친구하자>를 읽는 내내 나는 초등학교 시절의 마니또 게임을 떠올렸다. 나에게 관심을 보내는 내가 모르는 누군가. 삐뚤빼뚤한 글씨로 쓰인 편지와 작은 선물. 그것은 언제나 약간의 호기심과 설레임을 불러일으켰다. 아름이는 이 감정을 소중히 키워나가다가 책의 끝에 다다라 선물의 주인공에게 자발적으로 다가가게 된다.

편지를 보낸 이가 누구인지 밝혀지는 하이라이트. 그리고 그 편지를 보낸 아이를 알고 나서야 비로소 밝혀지는 그 아이의 존재감. 마지막 부분에서는 마치 마니또게임의 클라이막스인 마지막에 '사실은 내가 네 마니또였어' 라고 밝히며 수줍게 웃던 친구의 얼굴을 보는 듯 해서 가슴이 떨렸다.

유명한 콤비인 쓰쓰이 요리코와 하야시 아키코의 작품이다. 쓰쓰이 요리코의 잔잔한 스토리를 따뜻한 그림체의 하야시 아키코가 아름답게 나타내주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 한장 한장마다 서려있는 '그 아이의 존재감'을 발견하면 기쁨이 두 배가 될 것이다. 이 정도의 힌트를 주면 모두들 그림 작가의 재치있는 배려를 알아 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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