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우주로 가는 길을 열다
오승협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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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 자연과학 >> 천문학
부제: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7대 우주강국 진입기


<<『누리호, 우주로 가는 길을 열다』는 과학관측용 고체 로켓(KSR-I)부터 한국형발사체(KSLV-II) 누리호까지의 발사기를 정리한 책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 한국의 우주 로켓 개발사가 궁금한 일반인
- 미래의 우주 공학도를 꿈꾸는 어린이/청소년
- 우주발사체에 관한 tmi가 궁금한 엔지니어


사실 일반인 독자 입장에서 『누리호, 우주로 가는 길을 열다』는 엄청나게 재밌는 책은 아니다. 아무래도 우주 산업은 국방 쪽과도 관련이 있어 '누리호'에 대해 디테일한 설명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디테일할수록 일반 독자의 흥미를 끌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누리호'의 성공담이 궁금하기는 했지만 초반의 자세한 설명이 다소 지루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나갈수록 저자 '오승협' 박사님과 연구원들의 우주개발에 대한 진심이 느껴져서 마지막에는 정말 몰입해서 읽었던 것 같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누리호' 관계자들이 느꼈을 중압감과 1차 발사 실패로 인한 실망감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에서 '새로 개발한 우주발사체의 경우 첫 비행시험에서 발사 성공률이 20-30%'로 낮다고 언급한 뒤에 갑자기 극단적으로 결과주의스러운 내용이 등장해 조금 당황스러웠는데 『누리호, 우주로 가는 길을 열다』을 완독하고 나서야 왜 그렇게까지 연구원들이 스스로를 극단으로 내몰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누리호, 우주로 가는 길을 열다』를 읽고 나서 부족한 지원/조건에서도 결국 포기하지 않고 해낸 '누리호' 관계자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결국에는 결과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혹여 실패하더라도 다음에는 성공할 거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한다면 그것은 실패가 아닌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지 않을까? 


『누리호, 우주로 가는 길을 열다』를 읽고 나니, 저자가 왜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는지 느낄 수 있었다.


+ 알고 보니 더 슬픈 '나로호' 발사 실패 인터뷰 장면

"과학자 아저씨가요.... 좀 열심히 했으면, 우리가 로켓 쏘는 거 볼 수 있었을 텐데..... 아저씨! 좀 열심히 하시지..."

사실 처음에 이 부분 읽고 웃었는데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니 눈물 나네요. 


자신의 분야에 진심인 모든 연구원을 응원합니다!

 

#도서협찬 #누리호 #누리호우주로가는길을열다 #천문학 #RHK #알에치케이코리아 #오승협박사 #우주 #로켓 #과학 #과학책추천 #항공우주청 #북스타그램 #서평단 #서평 @rhkorea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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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 -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마이클 슈어 지음, 염지선 옮김 / 김영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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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서협찬 #김영사 #마이클슈어 #굿플레이스제작자 #더좋은삶을위한철학 #쉬운철학서

부제: 천사와 악마 사이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안내서

분야: 쉽게 읽는 철학, 서양철학사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은 한마디로 정말 귀엽다. 하긴 저자인 마이클 슈어는 귀엽기로 소문난 넷플릭스 시리즈 <<굿 플레이스>>의 제작자이기도 하니, 이 책도 안 귀여울 수가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윤리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지난 수천 년간 사라들을 괴롭혀왔지만 요즘처럼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 이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이 책에서는 크든 작든 어떤 윤리적 딜레마에 봉착할 때마다 자신에게 묻도록 우리 삶의 총체적 난국을 다음 네 가지 질문으로 요약하고자 한다.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왜 그렇게 하는 것일까?

더 잘할 수는 없을까?

그것은 왜 더 나은 행동인가?

이 네 가지 질문의 답을 찾는 것, 간단히 말하면 이것이 도덕 철학과 윤리학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읽기 쉬운 철학서라는 말이 빈말이 아닌 게,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에서 주로 사용하는 철학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벤담의 공리주의, 칸트의 정언명령, 스캔론의 계약주의, 그러니까 이 네 가지가 전부다. 

우분투, 오버톤 윈도, 피터 싱어, 실존주의, 존 롤스 등 다른 이론들도 등장하기는 하지만 보조도구에 가깝다.

3부에 걸쳐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중용, 벤담·밀의 공리주의, 칸트의 정언명령, 스캔론의 계약주의, 이 네 가지의 도구로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연습한다.

 

'쉽다면서 페이지가 408페이지나 돼?' 

어쨌거나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에 등장하는 철학 이론들의 원래 책들, 그러니까 [니코마코스 윤리학], [공리주의], [순수이성비판], [우리가 서로에게 지는 의무]를 모두 읽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 분명하다.

 

이런 책들을 직접 읽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내가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을 완독하는 데 걸린 시간만 약 7시간이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책들을 읽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대충 짐작이 될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일단 시작이라도 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위에 있는 책들을 전부 읽어야 된다면 진입장벽은 훨씬 높아질 것이다.

 

요약하자면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은 귀엽고 재밌기 때문에 윤리학·철학을 우리가 보다 쉽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정신적 완충작용을 해준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 완벽한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은 할 수 있다.

.

.

.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 책은 왜 귀여운가?' 

마이클 슈어의 유머 감각은 <굿 플레이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에서도 빛난다. 하지만 그것이 이 책이 귀여운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은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귀엽다.

나는 누군가/무언가가 어떤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볼 때 귀엽다고 생각한다.

노력하는 것은 귀엽다. 그리고 나는 이 세상이 더 귀여움으로 채워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귀여운 사람이 되는 첫 단계로 [더 좋은 삶을 위한 철학]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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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 - 2023 전 세계를 뒤흔든 빅이슈의 탄생
반병현 지음 / 생능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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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생능북스 #챗gpt #it #트렌드 #서평 #북스타그램 #도서후기 #신간소개

분야: IT, 트렌드

책에서 소개된 걸 보고 똑똑하다는 걸 알긴 했는데요. 예상 이상이네요.
다만, 아직까지 ChatGPT는 실시간 정보 반영을 적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최신 이슈(예를 들어, 이 책 같은 신간에 대한 질문을 하면 그럴듯한 내용으로 엉뚱한 대답을 해 준다.)에 대한 답변은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그리고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ChatGPT의 답변도 더 정확하고 구체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ChatGPT의 능력과 한계가 명확히 드러납니다. 요약하자면 ChatGPT는 아주 똑똑한 구글 어시스턴트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형식적인 글 작성 능력은 매우 뛰어난 편이라 조금만 가다듬으면 거의 그대로 사용해도 될 정도입니다. 

그러나 ChatGPT가 인간의 일자리를 전면적으로 대체한다든지 이제 교육은 필요 없다는 말은 아직 지나친 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질문을 구체적으로 할 수 있는 정도, AI의 대답을 판단할 수 있는 정도의 지성은 교육으로 개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챗GPT: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가 다루는 내용은 여태까지 언급한 내용과 거의 동일한데요. 이 책은 ChatGPT가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을 분야별로 그리고 미래에 이 기술이 미칠 파급력을 비즈니스 측면에서 분석합니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지만 [챗GPT: 마침내 찾아온 특이점]을 읽고 나서 제가 느낀 인사이트는 이것이었습니다. 

"인간에게 쉬운 것은 AI에게도 쉽다."

결국 단순 업무가 대부분인 서비스직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고, 전문직의 경우 복잡도가 높아 미래에도 어느 정도 건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서 어느 정도라는 말을 붙인 것은 전문직의 업무 중에서도 단순한 것은 AI를 사용해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좀 비관적인 예측일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에는 전문직, 스페셜리스트만 살아남고 단순 업무직, 제너럴리스트는 점점 힘들어질 것 같네요. 전반적으로 정보 양극화/계층 양극화가 심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쨌거나 AI를 개발, 운영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드는 일이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승자는 이미 정해진 듯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신기술/트렌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 예상하는 것 만으로도 앞으로의 의사결정에서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챗GPT 직접 이용해보기▽▽▽

https://chat.opena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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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리학 펑크 2077 - 브릿G 단편 프로젝트
김현재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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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서평단 #황금가지 #민음사 #SF #브릿G #공모작 #단편집

분야: 한국소설, 단편집, 앤솔러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이버 펑크에서부터, SF, 환상, 공포, 무협, 일상 등 다양한 장르와 시대를 넘나들며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유머러스한 필력, 그리고 깊이있는 감동까지 담아낸 브릿G의 최신 단편 앤솔러지 『성리학 펑크 2077』이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 책 소개

[성리학 펑크 2077]는 황금가지 출판사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엄선한 9편의 단편 소설로 구성된 작품집(=앤솔러지)다. 한 권의 책만으로 다양한 작가와 다양한 장르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소설 분야 중 가성비 끝판왕...!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 가성비로 최대한 많은 장르, 작가 작품을 읽고 싶다.

- 기발하고 웃긴 이야기가 읽고 싶다.

- 표지부터 내용까지 힙함MAX인 도서를 소장하고 싶다.

 

[성리학 펑크 2077] 전반적인 감상

전반적으로 단편 특유의 짧고 강렬한 느낌이 강했다. 몇 단편은 더 길었다면 완성도가 더 높아졌을 것 같아 아쉬웠지만 대체로 참신하고 기발하고 유머러스한 성향이 강해서 '이 맛에 단편집 읽는거지!'하는 만족감이 있었다. 황금가지의 다른 앤솔러지도 빨리 읽고 싶다.


[성리학 펑크 2077] 각 단편 요약 및 감상

상자의 주인

9개의 단편 중 제일 짧게 느껴졌던 작품. 그런데 실제 분량은 평균이라 기-승-전-결 중 기승전이 너무너무 재밌어서 부작용으로 결이 약간 아쉬웠던 이야기다. 진짜 재밌는데 너무 재밌는데... 막 퍼먹고 있는데 갑자기 '그만 먹어!' 이러고 그릇 뺐긴 느낌.. 돌려줘요. 그런데 또 결말이 흐리멍덩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결말이 깔끔해서 오히려 '내가 이거 언제 다먹었지?'하고 어리둥절한 그런 느낌입니다.

 

성리학 펑크 2077

타이틀 작품. '조선+펑크'라니 그냥 조합적으로 힙함 과다. 일제강점기 없이 조선시대가 계속 쭉 이어졌다면 이랬을까 생각하게 되는 '그럴 리 없지만 그럴듯해!' 타입의 이야기. 그냥 읽는 내내 실없이 웃기다.


살아 있는 식물은 검역을 거쳐야 합니다

솔직히 제가 식집사(식물덕후)라서는 아니고(사실 맞아요) 개인적으로 이 단편이 제일 좋았습니다. <살아 있는 식물은 검역을 거쳐야 합니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알 수 없는 검은 열매를 구입한 뒤 주인공에게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입니다. SF에 상징성과 감정을 잘 배합한 그 미묘한 쌉쌀달콤한 맛이 좋았습니다.

 


나무의 노래

9개의 단편 중 분량이 가장 적었지만 결코 짧게 느껴지지 않았던 작품. [성리학 펑크 2077] 중 제일 하드 sf 느낌. '에이, 나무들끼리 이야기하고 노래도 하고 우주여행도 하는데 뭐가 현실적이에요?'

식물은 자기들끼리 뿌리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몸체로 음파를 인지합니다. (진지)

 

전 세계 지성인이 함께 보는 계간 역술

민속 신앙은 어느 면에서 보나 흥미로운 주제인데 지역 고유성과 보편성을 함께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쨌든 호러 장르에 충실하면서도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이 읽고 싶다면 이 작품을 강력 추천합니다. 

빡치는데 무섭고 웃겨요. 


잘 부탁드립니다

도시괴담은 들어봤어도 스타트업 괴담은 처음 듣는데 낯설지 않다. 이 체계 없음, 이 워라밸 없음... 완벽한 k-안 좋은 기업 사례... 현실 반영 블랙코미디.

제멋대로 돌아가는 컴퓨터와 귀신을 믿는 동료들이라니, 올해의 IT 스타트업 괴담 후보다. 아니지, 진짜 IT 스타트업 괴담을 모으면 귀신 따위가 뽑히진 않으리라. 진짜배기는 다 사람이 할 게 뻔하다. 그 사람, 설날 이후로 추석까지 집에 돌아오지 못했대. 그 사람, 벌써 반년째 월급이 밀렸대. 고객정보 해킹당한 그곳, DB 비밀번호가 123456789였대. 잘나가던 그곳, 대표가 투자금 뽑아서 해외로 튀었대, 꺄악!

잘 부탁드립니다

자매의 탄생

[성리학 펑크 2077]에서는 드문 일상물. 요즘 핫한 젠더 이슈를 주제로 한다. 더 자세히 말하면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 여기까지...! 


샛길

반려동물 가족을 둔 인간들이 이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우주 대항해 시대에도 동물 가족은 절대 지켜...!


협탐-고양이는 없다

조선펑크에 이은 미친 힙함, k-무협세계관. 아줌마 탐정의 멋짐을 모르는 당신, 불쌍해.(밈입니다) 후속작 내주세요, 제발요... 서부물 왜 인기 있는지 몰랐는데 <협탐-고양이는 없다> 읽고 알게 되었습니다. 마지막 장면 읽고 박수쳤습니다. 제법 풍류를 아는 당신 유죄 내 마음을 훔친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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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
김희영 지음 / 문학공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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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북스타그램 #서평단 #에세이 #문학공방 


분야: 에세이

부제: 우리는 빠듯한 인생을 사느라 위로와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되었다

낡은 일기를 펼친 이유는, 새로운 다짐을 쓰기 위해서였다.

무엇이 될까 고민하며 걸어왔던 길,

돌아보니 그 길에 상처 입은 내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늘, 무엇이 되고잔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꿈을 이뤘지만, 누군가는 꿈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꿈을 놓게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세상 앞에 하나둘 포기해 가던 어느 날, 문득 제 미래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는 무엇이 될까?'

시간이 흐를수록, 꿈도 그 무엇도 이뤄나가지 못하는 제게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럴수록 저를 옭아매고 아프게 했습니다. 더 열심히 하지 못한 제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채찍질을 견디지 못한 마음이 쓰러져버렸을 때, 저는 다 내던졌습니다.

'꿈 따위, 열심히 해봤자 이룰 수 없다. 그래,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

그렇게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비로소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저는 그때야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무엇이 될까 고민하며 걸어왔던 길, 그 길 위엔 멍들고 상처 입은 제가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 자신을 지키기로 합니다.

이 책은, 꿈을 좇으며 눈물로 써왔던 2년간의 일기입니다.

책 속의 기록들이 여러분의 가슴 한편에 공감으로 맺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머릿말

20대에서 30대 방황하는 누군가를 위한 에세이, 김희영 작가의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신자유주의체제 하에 적응해 온 '요즘 세대'의 내적 압력에 대한 불안을 잘 보여주는 에세이다. 현대 사회에서 번아웃은 너무나 흔하고 '갓생'살기에 대한 집착은 더욱 흔하다. 

그런데 꼭 갓생을 살아야 좋은 삶인가? 

이 책은 그에 대한 답변 같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다시는 예전처럼 당당하게 달려가지 못할 것이란,

다시는 활짝 웃지 못할 것이란 걱정들이 더 괴롭게 만들었다.

...

웃으면 조금 나아질 줄 알았는데.

친구를 만나 한 번 털어내 버리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불안했다.

대화_가슴에 새긴 것들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는 꿈을 위해 달려온 저자의 분투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 끝에는 '지난한 과정을 견디고 목적을 달성했다'는 종류의 해피 엔딩은 기다리고 있지 않다. 

모든 노력이 보상 받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공유한다. 

무언가 쓰기 전에 항상 나는 연필을 먼저 깎는다. 꼭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버릇처럼 연필과 연필깎이를 결합시켰다. ... 늘 나의 연필깎이는 언제나 한 번에 잘 깎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연필이 잘 깎이지 않았다. 부드럽게 돌던 연필이 문득 제자리에서 헛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그래, 한 번은 뭐, 그럴 수 있지. 나는 심을 빼고 연필을 다시 깎았다. 그러나 연필은 자꾸만 부러지고 깎이지 않는 것이었다. 계속 부러지고, 부리지고, 부러졌다. 한 번은 제대로 깎일 법도 한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말썽이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이 울컥해졌다. 겨우 연필 따위였다. 그런데 잘 깎이지 않는 것이 꼭, 뭔가 술술 풀리지 않는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제자리걸음인 공부, 깎이지 않고 헛도는 연필, 쓰다만 공책, 식어가는 떫고 쓴 아메리카노. 모든 게 꼭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끝이 뭉툭한 연필을 들었다. 얼마나 계속 깎았던지, 길쭉했던 연필은 어느새 반 토막이 났다. 떨떠름한 기분, 불편한 마음.

마음을 가다듬고 부지런히 무언가를 정리하고 써 내려갔다. 뭉툭한 연필이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집중이 꽤 잘 됐다. 공부가 잘되니 깎이지 않아 망연자실했던 시간도 금세 잊혔다.

뭉툭한 연필이어도 나는 괜찮았다.

글자를 쓸 수 있었다. 밑줄을 그을 수 있었고 중요한 부분을 표시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깎이지 않았다고 해서 전혀 쓸모없는 몽당연필이 아니었다.

무소의 뿔처럼_마음이 싸워 온 것들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다. 

우리 모두가 내심 알고 있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의 기록을 공유하며 일깨워준다. 사실 '뭉툭한 연필'이어도 괜찮다고. 꿈을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고. 

꿈을 이루는 건 멋진 일이다. 그렇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다. 과정에도 즐거움과 배움은 존재하니까. 

위로가 필요한 날에는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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