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
김희영 지음 / 문학공방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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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북스타그램 #서평단 #에세이 #문학공방 


분야: 에세이

부제: 우리는 빠듯한 인생을 사느라 위로와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 되었다

낡은 일기를 펼친 이유는, 새로운 다짐을 쓰기 위해서였다.

무엇이 될까 고민하며 걸어왔던 길,

돌아보니 그 길에 상처 입은 내가 있었다

어릴 적부터 늘, 무엇이 되고잔 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누군가는 꿈을 이뤘지만, 누군가는 꿈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꿈을 놓게 만들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세상 앞에 하나둘 포기해 가던 어느 날, 문득 제 미래에 의문이 들었습니다.

'나는 무엇이 될까?'

시간이 흐를수록, 꿈도 그 무엇도 이뤄나가지 못하는 제게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럴수록 저를 옭아매고 아프게 했습니다. 더 열심히 하지 못한 제 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채찍질을 견디지 못한 마음이 쓰러져버렸을 때, 저는 다 내던졌습니다.

'꿈 따위, 열심히 해봤자 이룰 수 없다. 그래, 그냥 내가 하고 싶은 걸 하자!'

그렇게 글을 쓰기로 했습니다.

비로소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되었을 때, 저는 그때야 저를 돌아보았습니다. 무엇이 될까 고민하며 걸어왔던 길, 그 길 위엔 멍들고 상처 입은 제가 있었습니다.

이제 저는 제 자신을 지키기로 합니다.

이 책은, 꿈을 좇으며 눈물로 써왔던 2년간의 일기입니다.

책 속의 기록들이 여러분의 가슴 한편에 공감으로 맺힐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머릿말

20대에서 30대 방황하는 누군가를 위한 에세이, 김희영 작가의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 

태어났을 때부터 신자유주의체제 하에 적응해 온 '요즘 세대'의 내적 압력에 대한 불안을 잘 보여주는 에세이다. 현대 사회에서 번아웃은 너무나 흔하고 '갓생'살기에 대한 집착은 더욱 흔하다. 

그런데 꼭 갓생을 살아야 좋은 삶인가? 

이 책은 그에 대한 답변 같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다시는 예전처럼 당당하게 달려가지 못할 것이란,

다시는 활짝 웃지 못할 것이란 걱정들이 더 괴롭게 만들었다.

...

웃으면 조금 나아질 줄 알았는데.

친구를 만나 한 번 털어내 버리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나는 여전히 불안했다.

대화_가슴에 새긴 것들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는 꿈을 위해 달려온 저자의 분투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 끝에는 '지난한 과정을 견디고 목적을 달성했다'는 종류의 해피 엔딩은 기다리고 있지 않다. 

모든 노력이 보상 받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공유한다. 

무언가 쓰기 전에 항상 나는 연필을 먼저 깎는다. 꼭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만 버릇처럼 연필과 연필깎이를 결합시켰다. ... 늘 나의 연필깎이는 언제나 한 번에 잘 깎였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연필이 잘 깎이지 않았다. 부드럽게 돌던 연필이 문득 제자리에서 헛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 그래, 한 번은 뭐, 그럴 수 있지. 나는 심을 빼고 연필을 다시 깎았다. 그러나 연필은 자꾸만 부러지고 깎이지 않는 것이었다. 계속 부러지고, 부리지고, 부러졌다. 한 번은 제대로 깎일 법도 한데, 오늘따라 이상하게 말썽이었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마음이 울컥해졌다. 겨우 연필 따위였다. 그런데 잘 깎이지 않는 것이 꼭, 뭔가 술술 풀리지 않는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제자리걸음인 공부, 깎이지 않고 헛도는 연필, 쓰다만 공책, 식어가는 떫고 쓴 아메리카노. 모든 게 꼭 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끝이 뭉툭한 연필을 들었다. 얼마나 계속 깎았던지, 길쭉했던 연필은 어느새 반 토막이 났다. 떨떠름한 기분, 불편한 마음.

마음을 가다듬고 부지런히 무언가를 정리하고 써 내려갔다. 뭉툭한 연필이지만 오늘따라 이상하게 집중이 꽤 잘 됐다. 공부가 잘되니 깎이지 않아 망연자실했던 시간도 금세 잊혔다.

뭉툭한 연필이어도 나는 괜찮았다.

글자를 쓸 수 있었다. 밑줄을 그을 수 있었고 중요한 부분을 표시할 수 있었다. 완벽하게 깎이지 않았다고 해서 전혀 쓸모없는 몽당연필이 아니었다.

무소의 뿔처럼_마음이 싸워 온 것들

모든 노력이 보상받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래도 괜찮다. 

우리 모두가 내심 알고 있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의 기록을 공유하며 일깨워준다. 사실 '뭉툭한 연필'이어도 괜찮다고. 꿈을 이루지 않아도 괜찮다고. 

꿈을 이루는 건 멋진 일이다. 그렇지만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그동안의 노력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건 아니다. 과정에도 즐거움과 배움은 존재하니까. 

위로가 필요한 날에는 [그 순간 최선을 다했던 사람은 나였다]를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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